의료법 개정 놓고 醫-政 대치 갈수록 격해져

삭발 투쟁하고 할복해 혈서 쓰며 유시민 장관 퇴진 요구

원로의사 “60년 의사생활에서 가장 큰 슬픔과 분노 느껴”
복지부 “의사 반대하더라도 국회 제출 법적 절차 밟겠다”

의료법 개정안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경과할수록 대치양상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11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전국 의사들이 모인 가운데 대정부 규탄 집회를 갖고 의료법 개정안 백지화를 위한 압박 강도를 높일 계획이다.

의협 의료법 비상대책위원회 장동익 위원장은 “의료법 개정안은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손상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의료의 탈 전문화 및 의료인의 자율성마저 심하게 훼손시킬 것이기에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며 “개악 의료법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회장을 비롯한 집행부 전원이 사퇴할 각오로 개악을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서울시의사회와 인천시의사회는 지난 6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개원의와 간호조무사 5,000여명을 참석시킨 가운데 ‘의료법 개악 저지 궐기대회’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 전면 무효화와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경만호 서울시의사회장은 삭발투쟁을 단행했으며,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홍보이사는 문구용 칼로 자신의 배를 그은 뒤 손에 피를 묻혀 하얀 천에 혈서를 쓰기도 했다.

사태가 점차 악화일로로 치닫자 문태준 의협 명예회장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나는 오늘 60년 가까운 의사생활에서 가장 큰 슬픔과 분노를 느끼면서 이 자리에 서있다”며 의료법 개정을 밀어붙이는 정부당국을 비난했다.

문 회장은 “의사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귀중한 인적자원이고 국민건강을 위해 책임을 다하는 정부의 동반자라고 만일 생각한다면 이런 사태까지 몰고 왔어야 하는가 정부당국에 묻고 싶다”며 “의료는 일방적인 강압이나 독선으로는 절대 발전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 회장은 “공정성도 없이 일부의 로비에 좌우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일방적인 독단은 우리들이 책임을 다하는데 불가능한 상태를 만들게 한다”면서 “이런 사태를 불러온 책임자의 깊은 반성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의사들이 반대하더라도 개정안의 국회 제출을 위한 법적 절차를 밟겠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대치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유시민 장관은 8일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 “지금 시작해도 마무리 될 지 알 수 없다”면서 “국익을 위해 다소 진통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의료법 개정 시안에 의사들이 반발해 집단휴진과 자해까지 나선 것은 성숙하지 못한 지나친 행동이라고 밝혔다.

유 장관은 또 “의료법이 자신들의 뜻대로 되지 않자 서로 상대방 탓을 하고 있다”며 “의료법 개정안은 수십년동안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지난 5개월 동안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합동 실무작업반을 통해 만든 타협의 산물인 만큼 결코 졸속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국민편리와 의료기관의 규제완화 차원에서 의료법 개정은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보건정책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더라도 현 정부 임기 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지리멸렬한 상황에서 의사들이 강력 반발하는 개정안을 나서서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의협은 최악의 경우 의원입법 형태로 개정안 대체법안을 제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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