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효검증 위한 과학적 장치 전무

특별기고/ 권오주 대한의사협회 고문ㆍ권오주의원 원장

④ 한약(부작용)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영향

■ 과학화ㆍ세계화의 첫걸음
현대의학이 범세계적으로 공인되어 통일되게 된 이유는 질병에 대한 철저한 과학적 접근으로 그 원인 규명과 함께 예방, 치료, 재활, 요양에 이르는 일련의 건강과 연계되는 진행과정에 대해 포괄적으로 접근해 왔고, 과학의 발달에 따라 탄력적으로 적응해 왔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 과정 중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의약품이다.

우리나라의 ‘의약품’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국어사전에서는 단순히 ‘병을 고치는 데 쓰는 약품’이라고 되어 있지만, 약사법에는 ④‘醫藥品’이라 함은 ⑴대한약전에 수재된 물품으로서 의약외품이 아닌 것 ⑵사람 또는 동물의 질병의 진단ㆍ치료ㆍ경감ㆍ처치 또는 예방의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기구ㆍ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 ⑶사람 또는 동물의 구조ㆍ기능에 약리학적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물품으로서 기구ㆍ기계 또는 장치가 아닌 것으로 되어 있고, 다른 조항으로 ⑤‘韓藥’이라 함은 동물ㆍ식물 또는 광물에서 채취된 것으로서 주로 원형대로 건조ㆍ단절 또는 정제된 생약을 말한다. 또한 ⑥‘韓藥製劑’라 함은 한약을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을 말한다고 되어 있어 의약품에 관한 한 원천적으로 차별화된 이원화 정책으로 유도하고 있다.

한편 의약품 자체는 생체에 외부적으로 침습되는 것이기 때문에 생체에 긍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일부 부정적인 반응도 일어날 수도 있다. 그 반응이 부정적으로 발생되는 것을 일반적으로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부작용의 발생 기전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유형 즉, ①용량초과(약은 질병의 상태, 병인의 체격ㆍ연령 등에 따라 적정한 사용량이 정해져 있는데 이를 초과했기 때문에 나타나는 부작용을 말함) ②특이체질에 의한 알레르기반응(약이 항원이 되어 알레르기반응을 일으키는 경우) ③과민성(약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 정상적인 양임에도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

④주작용의 과잉발현(당뇨병 치료약에 의해 혈당치가 너무 내려가든가, 강압제로 혈압이 너무 내려가는 경우) ⑤목적이외의 작용 발현(약이 질병이 일어나지 않는 부분에도 작용하게 되는 경우, 예 : 감기에 대한 항히스타민제로 졸음이나 구갈 등) ⑥대사나 배설 기능에 의한 작용의 변화(신부전증 환자에서 투약된 약이 체내에 축적되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경우) ⑦상호작용에 의한 것(복용하는 여러 종류의 약에 의한 약물상호작용으로 일어나는 부작용) 등을 들 수 있다.

■ 치외법권적 한약관리
현재 선진국의 추세는 심지어 식품에 이르기까지 그 성분과 용량을 기재화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물며 신체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이 미치게 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가기관에서 더욱 철저한 관리 감독 하에 생산과 유통, 그리고 사후관리를 하고 있다.

더구나 현대의학에서는 유통되기 이전에 생동성시험이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설치하여 그 생체 효능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엄밀한 검증과정 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유통과정에 있어서도 선진국에서는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 제도를 의무화 하고 있다.

심지어 의약품의 시험 및 허가사항이 모두 국가기관에서 주관하여 인허가업무를 관장하고, 더 나아가 최종적인 책임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에 대해서는 국가차원에서 의료보장적 차원에서 제도화하고 있다. 그 예로써 일본에서는 제약기업에서 생산되는 의약품에 대해 일정 비율의 갹출금으로 기금을 마련하여 의약품부작용피해구제제도(醫藥品副作用被害救濟制度)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에 의한 부작용에 대한 국가적 정책은 없이 그 대처를 의료직 당사자에게만 위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처방을 낸 수련의에게조차도 그 비용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그런데 약사법에 있어서의 한약에 관한 대응은 ‘한방원리에 따라 배합하여 제조한 의약품’이라고 정의하여 그 생산이나 유통과정에 있어 치외법권적으로 방치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특히 한약은 생약이기 때문에 그 생산지에 따라 있을 수 있는 유효성분의 편차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이 없을 뿐 아니라 그 가공이나 유통과정에 대한 객관적인 검증도 현대 의약품에 준하는 정도의 검증이 과연 시행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시 말하면 약용식물의 이름만 같을 뿐 대부분의 한약은 정제되지 않고 가공된 생약인 그대로 환자에게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농약오염, 중금속 오염, 표백제 이산화황, 저질 한약제 유통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장치가 없으며, 특히 약효에 과학적 효능보다도 철학적 합리화로 접근하고 있어 이를 국가 공인의 의약품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약정책은 17세기형?
이러한 측면에서 보게 되면 우리나라의 한약정책은 현대 과학적 접근은 아예 도외시하고 그 표본으로 1613년 허준에 의해 정리된 동의보감을 성역화하여 시행하고 있다. 세계에서 최초로 발견된 세종대왕의 측우기도 역사적 업적은 인정하지만 현재에도 그 당시의 측우기만을 강조하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허준의 동의보감도 그 당시로서는 대단한 업적일 수는 있지만 현재에도 그것을 신성불가침의 성역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현상은 국가의 발전에도 오히려 해가 될 뿐이다.

최근 어떤 기관에서 한약 복용자에 대한 부작용 설문조사에 의하면 총 대상자의 87.1%가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는 대단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현대적 의약품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약에 대한 검증도 동의보감에 위임하고 있는 기조를 벗어나 일반의약품에 있어서와 마찬가지 절차로 전환하여야 한다.

최근 한약에 대한 부작용을 다루는 언론 기사가 많다. 이를 계기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한약에 대한 과학화의 방향으로 그 개념이 바뀌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질환에 대한 접근은 과학이지 철학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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