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한약 부작용 모른채 환자에게 투약”

(3) 소보원, 한의약 관련 의료분쟁 실태조사

약해ㆍ악화사고 가장 많아…독성간염도 22건이나
독성한약재 확대 관리ㆍ한방 병의원 감염예방 대책 시급

한의약 의료분쟁 10건 중 5건은 한약과 관련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침·부항 처치로 인해 피해구제를 신청한 소비자 10명중 4명은 병원측의 감염관리 미흡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의료피해구제를 시작한 1999년 4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7년간 처리한 한의약 관련 피해구제 115건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며 의료법 개정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이번 소보원의 조사 결과는 지난 5월 22일 본지가 보도한 고려수지침학회의 설문조사 결과와 크게 차이나지 않을 뿐 아니라 한약 복용 후 부작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다시 한번 입증된 셈이다.

조사 결과, 사고내용별로 보면 한약 복용 후 부작용이 발생한 ‘약해’와 한의약 치료 후 ‘악화’가 각각 31건(27.0%)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한약 복용이나 침을 맞은 후 ‘효과 미흡’ 16건(13.9%), 침이나 부항 등 처치후 ‘감염’ 13건(11.3%) 등의 순이었다.

진료유형별로는 한약이 63건(54.8%)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침 25건(21.7%), 추나요법 6건(5.2%), 물리치료 5건(4.3%) 등으로 나타났다.

■ 한약 복용후 독성간염 유의해야

한약 관련 의료사고 63건(100.0%)만을 보면 약해 발생이 31건(49.2%)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으며, 이중 간세포가 파괴되는 독성간염이 발생한 경우가 22건이나 됐다.

특히 독성간염 발생 건 중 한약 처방이 확인된 15건 가운데 7건이 대한한의사협회에서 독성성분이 함유된 한약재라고 지정한 8종(마황, 망초, 반하, 창이자, 오수유, 행인, 도인, 방기)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한의사협회에서는 한약재 87종을 독성성분 함유 품목으로 따로 선별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한약재 수급 및 유통관리규정’에 등재된 중독우려 7개 품목에 포함된 한약재를 사용한 경우는 없었다고 소보원은 밝혔다.

한약 복용 중 환자가 이상증세를 호소해도 한의사가 명현반응 등을 들어 투약을 지속해 증상을 악화시킨 건이 절반 이상이나 됐다.

# 사례 1; 한약과 양약을 혼합 복용한 후 독성간염으로 사망한 건

수원시 권선구에 거주하는 김모(남?9)씨는 퇴행성척추증으로 한방병원에서 한약을 복용하면서 다른 병원에서 양약과 함께 물리치료를 받았다. 이후 급성진행성간염으로 진단돼 치료를 받던 중 간기능이 악화돼 사망했다.

■ 침·부항관련 분쟁중 ‘감염’ 42.9%

침과 부항 처치 관련 의료분쟁 28건 중 ‘감염’이 12건(42.9%)이나 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침이나 부항은 인체에 침습을 가하는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항상 감염의 위험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말이나 옷을 입은 상태에서 침을 놓거나 부항 시술 전·후에 환자에게 통증 부위를 침으로 찌르게 하는 등 감염관리 측면에서 비의료적인 진료행위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현행 의료법상 한방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감염 관련 구체적인 법적규정이 없으며, 비위생적인 진료행위를 해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 사례 2; 침을 비위생적으로 맞은 후 골수염 발생 건

충남 태안군에 거주하는 허모(남?0)씨는 체한 후 한의원을 방문해 양말을 신은 상태로 우측 엄지발가락에 침을 맞았다. 이후 통증, 부종, 발적이 나타나 다음날 피를 빼는 사혈치료를 받았으나 골수염으로 진행되어 치료를 받았다.

■ 응급조치 미흡으로 피해 키우기도

한의사의 과실책임은 ‘부주의’가 35건(30.4%)으로 가장 많았으며, ‘설명소홀’이 33건(28.7%), ‘책임 없음’이 22건(19.1%), 제때에 양방병원으로 옮기지 못하거나 양방의술과의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은 ‘전원(轉院)·협진’ 관련 건이 13건(11.3%)의 순이었다.

이중 ‘전원·협진’ 건의 경우는 심근경색 등 응급처치가 요구되는 질환에 대해 한방 치료방법을 적용함으로써 회복 기회를 놓치거나, 동일한 질병에 대해 한·양방의 해석과 치료방법이 달라 한방과 양방 동시 치료가 가능한 한방병원에서조차 협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 사례 3; 심근경색증에 대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건

서울시 노원구에 거주하는 김모(남?9)씨는 흉통으로 한방병원 응급실을 방문해 심전도 검사 등을 받고 이상 없다는 설명을 들은 후 병실로 이동했으나 2시간 후 심정지가 발생해 심폐소생술을 받고 다른 병원으로 전원 중 사망했다.

또한 ‘설명소홀’ 건은 한의사가 한약의 부작용이나 효과, 복약지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해주지 않아 이상증세가 나타났는데도 환자가 부작용인 줄 모르고 한약을 계속 복용함으로써 증상을 악화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약 관련 피해구제 63건 중 의사의 ‘설명소홀’이 26건(41.3%)이나 됐다.

침 치료 관련 설명소홀은 당초 비만침의 효과를 설명한 것과 달리 체중감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 등과 같이 효과정도에 대한 분쟁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사례 4; 한의사의 설명소홀로 인해 독성간염을 소화불량으로 오인한 건

광주시 광산구에 거주하는 이모(여?9)씨는 산후 비만으로 한약을 복용하던 중 오심, 구토 등이 나타났으나 일시적 소화불량 정도로 생각하고 유선으로 2주간의 한약을 추가 주문해 복용한 후 급성독성간염으로 진행돼 치료를 받았다.

# 사례 5; 추나요법으로 혀 마비 발생 건

30대인 박모씨는 목에 충격을 받고 한의원을 방문해 인근 방사선과에서 방사선 촬영을 받은 후 30분 가량 추나교정을 받았다. 이후 핫팩을 이용한 온경락 처치를 받는 과정에서 혀 반쪽 부위가 마비되고 발음이 정확치 않은 증사이 나타나 치료를 중단하고 청구외 병원으로 전원, 심한 충격으로 인한 경추 손상으로 진단받고 경추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요양했다.

조사 결과, 추나요법 시에 물리적 외력에 의해 경추 신경근의 견인성 손상이 발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정됐으며, 한의원에서도 추나요법과 혀 일부 지각마비 발생과의 개연성을 인정하고 치료비와 위자료를 지급했다.

# 사례 6; 고액의 한약대금 환불 요청 건

권모(여?0)씨는 유방암이 폐와 뼈로 전이된 말기암 상태에서 인터넷 광고를 보고 한의원을 방문했으며, 4개월 정도 한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500만원을 지급한 후 한약을 복용했다. 그러나 한약 복용 후 두통과 요통, 위장장애 등 부작용이 나타나자 한약의 효과를 신뢰할 수 없어 다음날 한약을 반환하고 기 지급된 진료비 환급을 요청했다.

조사 결과, 한의사가 암 말기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고 약의 효과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기대감을 줌으로써 고액의 한약을 복용케 한 것으로 조사돼 약재 구입비 등 실비용을 제외한 금액을 환급했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이번 조사를 토대로 △독성 우려 한약재의 확대 지정·관리 △한방의료기관의 감염 예방 및 관리를 위한 의료법 개정 △한·양방 협진 병원 내에서의 원활한 진료 협의와 권역 내 응급의료기관과의 협진체계를 구축 등을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한한의사협회에도 △병원감염 예방 및 관리지침 마련 △감염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실시 △예진표 작성 등 한약 투약 전·후 세밀한 환자진료와 복약지도 등을 요청키로 했다.

■ 한의협 “자정노력 최선” 입장 밝혀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이날 소보원의 ‘한의약 관련 의료분쟁 실태조사 결과’ 발표와 관련해 “앞으로 자정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특히 의료윤리를 위반한 회원에 대해 강력한 의료지도와 함께 징계조치 등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의협은 ‘한방 의료기관 피해구제 사례들의 유형과 입장’이란 발표를 통해 “이 기간(6년 8개월)동안 일어난 전체 한방 의료기관 피해구제 사례는 143건(3.1%)”이라며 “의료사고가 단 1건 이라도 발생하면 해당 의료인은 물론,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게 되는 고통이 심대하다는 판단아래 의료사고의 발생과 그 가능성을 줄이고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반의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 건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자체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한방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보상하기 위해 1999년 이래로 손해보험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의협은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놓고 소보원이 언론에 발표하기도 전에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들과 사전에 조율함으로써 발표 시기와 심각성 정도를 수위 조절한 게 아니냐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분쟁조정2국 의료팀 이해각 팀장은 “조사보고서는 5월 말경에 모두 끝났으며, 발표 계획대로 발표됐다”면서 “현실성 없는 대안제시는 안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결과 발표 이전에 이해당사자들과 관련 전문가 간담회를 갖는다”며 “간담회를 가진 후 보고서 내용이 변경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후속조치 차원에서 보건복지부와 대한한의사협회에 내주 초쯤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의약 관련 소비자 유의사항>

△한의사에게 질병 정보를 정확하게 알린다.
△한약을 양약과 혼합 복용할 때는 전문가와 상의한다.
△한약 처방시에는 복용방법과 부작용 등에 대하여 상세한 설명을 요구한다.
△한약 복용 후 이상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거나 투약 후 피로, 위장장애, 황달, 소양증, 소변 변색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전문가의 상담을 받는다.
△치료효과만을 강조하는 한의사는 주의한다.
△침이나 부항 등의 처치를 받을 때에는 감염에 주의한다.
△응급상황일 때에는 양방학적 진단과 처치가 효과적이거나 적합한 경우가 있으므로 의료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의료분쟁 발생시 진료기록부 등 증거자료를 신속히 확보한다.

기획취재팀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