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간염 49.0% 한의원 한약원인”

간ㆍ위ㆍ신장ㆍ심장ㆍ피부 등 전신에 영향
안전성 입증 시급… 독성 의심될 땐유통 금지해야

# 사례 1
한약 복용 임산부 간손상

전남 광주에 사는 임신 말기의 한 임산부(32)가 감기 치료를 위해 한약재를 먹은 후 간수치가 급상승해 병원에서 치료받은 사례다. 이 임산부는 지난해 3월초 감기 증상이 있어 인근 한의원에서 이틀간 한약을 지어먹었으나 증상이 전혀 호전되지 않고 피로감을 느껴 한약 복용을 중단하고 평소 다니던 M산부인과를 찾았다.

산부인과 의사는 임산부의 간손상을 의심하고 혈액검사를 시행한 결과, 세포손상이 증가하는 수치인 AST와 ALT가 각각 531IU/L와 380IU/L를 기록했으며, 간이 손상돼 해독능력이 저하될 때 증가하는 수치인 빌리루빈(bilirubin)이 3.4mg/dl로 나왔다. 이 수치는 임산부의 한약 복용 직전 간수치(AST 79IU/L, ALT 118IU/L) 보다 AST가 6.7배, ALT가 3.2배 높게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이 환자는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받고 약 3주간 치료를 받았으나 3월말경 임신 38주에 유도분만을 시행하게 됐다.

당시 환자의 추정 진단명은 ‘한약으로 인한 독성간염’과 ‘임신 중 지방간‘이었다. 이미 두 번의 출산 경험이 있는 환자는 지난 임신기간 중에 간손상 징후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환자를 치료했던 전남의대 산부인과 김윤하 교수는 “환자가 처음 병원에 내원했을 때 AST와 ALT가 모두 700대로 매우 높은 상태였다”며 “함께 환자를 봤던 내과 전문의가 초음파검사 결과 기질적 손상이 의심된다며 조직검사를 권했지만, 환자가 거부하는 바람에 확진은 할 수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한약으로 인한 간손상’이라고 확진은 할 수 없지만, ‘임신 중 지방간’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데다 한약 복용 외에는 간손상을 유발할만한 다른 인자가 없었으므로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입을 모았다.

15년 동안 식물 및 생약제로 인한 간독성을 연구해 온 부평세림병원 소화기내과 안병민 (전 가톨릭의대 교수) 과장은 “비록 한약을 이틀밖에 복용하지 않았지만 독성간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며, 더구나 임신 중에는 독성간염에 대해 취약성을 띠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밝혔다.

안 과장은 또 “이 환자는 한약을 먹기 전에도 간수치가 정상보다 약간 높은 상태였기 때문에 한약을 복용하면서 급격한 간손상이 유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사례 2
2주 만에 아토피 전신 퍼져

경기 일산에 사는 윤모(32)씨는 28개월 된 아기가 2주간 한약을 복용한 후 전신에 아토피가 퍼졌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윤씨의 아기는 얼굴 부위에 아토피피부염을 앓고 있었다. 윤씨는 한의원에서 아토피를 치료한다는 말을 듣고 일산에 있는 C한의원을 찾아가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아기에게 2주간 한약을 먹게 했다.

한약 복용 후 아기의 아토피가 얼굴 외의 부위로 퍼지기 시작했고, 2주가 지난 후에는 이미 전신으로 아토피가 퍼진 상태였다. 윤씨는 당황해 C한의원을 찾았으나 책임 회피성 대답밖에는 들을 수 없었다고 한다.

윤씨는 “전화를 해도 잘 안되고 직접 찾아가도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고 미리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한약 복용 후 나타나는 명현반응이겠거니 했다. 전신에 아토피가 퍼졌다고 말해도 (한의원에서는) 나중에 아기가 나이가 들면 저절로 낫는다는 식의 불투명한 대답뿐이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명현반응이란 병을 앓다가 치유되기 시작하면 몸 상태가 가뿐해지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통증이나 어지럼증 등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윤씨는 한의원 측에 처방한 약을 알려줄 것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했다. 그 후 일산백병원에서 치료했으나 아토피가 전신으로 퍼진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 데는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의원에서는 병ㆍ의원처럼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아 부작용이 나타나도 어떤 성분이 원인이 되는지 밝히기가 어렵다고 한다.

서울의대 소아피부과 김규한 교수는 “복용한 한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실제로 한약에 의해 이런 부작용이 나타나는 사례가 수없이 많이 발견된다”며 “초기에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았더라면 이렇게 전신으로 아토피가 번지는 경우는 절대로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의협 “한약재 검증 필요”

위에서 소개한 두 가지는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국민건강을 위해 한약재 검증과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에 공개한 대표적 한약 부작용 사례로,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다.

특히 한림대 김동준 교수팀이 지난 2003년 7월부터 같은 해 11월까지 전국 7개 대학병원에 입원한 독성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식이유래 독성간염의 진단 및 보고체계 구축을 위한 다기관 예비연구’(국립독성연구원 연구용역개발사업)를 실시한 결과, 독성간염의 원인물질로 한의원 한약(49.0%)과 한약재(12.7%)가 61.7%로 가장 높아 한약 부작용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요법과 건강식품이 그 다음(29.1%)이었고, 일반의약품에 의한 독성간염의 빈도(7.3%)는 낮았다.

이에따라 우리나라에서 입원이 필요한 위중한 독성간염 발생빈도는 연간 1,904명으로 추정됐다.

김동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질병 치료를 위해 상용의약품 뿐 아니라 각종 한약재가 공식적으로 사용돼 왔으며, 그 외에도 다양한 민간요법, 대체보완요법제, 건강식품 등이 범람하고 있지만, 이들은 거의 대부분 안전성에 관한 자료가 없어 이들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날 개연성이 매우 높다”며 “국민건강 수호와 의료자원의 적정배분 측면에서 독성간염에 대한 전국적인 규모의 실태파악과 보고체계구축이 매우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안병민 과장이 연구한 ‘생약ㆍ한약재 등 식물제제에 의한 간손상의 빈도’에 따르면 2002년 8월부터 8개월 동안 대전성모병원에 입원한 급성 간질환 환자 104예의 원인 중 한약이 8예(8%)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와함께 범의료한방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한 달간 774명의 의사를 대상으로 한방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의사의 72.3%(560명)가 환자의 한약 부작용을 직접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가 겪은 한약 부작용은 간염과 간독성이 83.2%(466명)로 가장 많았고, 위장증상이 36.4%, 신장독성 29.6%, 피부발진 26.4%, 부종 19.5%, 구역질 16.3%, 부정맥 및 심장독성 11.25%, 지방간 9.46% 등의 순으로 간과 관련한 부작용이 90% 이상 차지했다. 이밖에 피로증가, 염증, 당뇨, 고혈압, 설사, 쿠싱증후군, 출혈성 위염 등 다양한 부작용 사례를 보였다.

조사 결과 의사들은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가 겪는 한약의 부작용과 피해정도에 대해 ‘상당히 크다’(64.7%)고 답했다.

◆ 암ㆍ유전독성까지 ‘충격’

한약 복용 후 암, 신장질환, 유전독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난 사례도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1990년부터 1992년까지 벨기에에서 아리스톨로크산(Arist olochia Acid) 함량이 높은 광방기가 재료로 사용된 체중조절약을 복용한 100여명의 여성환자들에게 급성 진행성 신장간질섬유화를 보이는 질환인 Chinese herbs nephropathy가 발생했으며, 2년 후인 1994년 이들 환자 가운데 방광암 및 요도상피암 발병 환자가 상당수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아리스톨로크산이 많이 포함돼 있는 중국산 광방기의 수입을 금지시킨바 있으나 광방기와 분방기의 구분이 어렵고 실제 중국에서 두 가지를 혼용해 사용하고 있어 수입금지조치의 실효성이 의심스럽다”며 “암과 같은 질환의 경우 만성적인 투여에 의해 장기간에 걸쳐서 발생하므로 독성이 의심되는 물질은 그 안전성이 입증되기 전에는 철저히 유통을 금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최근 한약으로 인한 부작용 연구는 심각한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아 실제 보고되지 않거나 입원하지 않은 환자의 한약 부작용 사례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약의 부작용에 대해 의사들은 대체로 부작용이 많고, 예측하기 어려운 부작용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으나 한의사들은 양약과 비교할 경우 아주 미미하다고 상반되게 주장한다.

양방에서는 한약의 부작용 발생 증례를 자주 접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과대평가하고 있으며, 한방에서는 한약의 부작용 증례가 없다고 오인함으로써 필요 이상으로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 장동익 회장과 대한한의사협회 엄종희 회장은 최근 모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약 부작용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장동익 회장은 “한약 부작용으로 찾아온 환자를 여러 명 진료해 봤다. 한약은 부작용이 없다고 국민이 맹신하고 있다. 한의사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한의사협회에서 만든 감기약 포스터에 ‘임산부도 안전한 한약’이라는 표현이 들어 있다. 그걸 보고 의사들은 흥분했다. 양약 하나 만들려면 무수한 실험과 테스트를 거친다. 한약은 그런가. 임신부에게 약을 쓰는 게 얼마나 조심스러운데, 어떻게 이런 식으로 국민을 현혹하나. 지난해 의사 70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그 중 70% 이상이 ‘한약 피해 환자를 진료해 봤다’고 답했다. 주로 위장 출혈과 간염 등이었다. 시중에 유통되는 한약재를 조사해 봤더니 중금속 성분이 많이 검출됐다”고 문제제기했다.

그러나 대한한의사협회 엄종희 회장은 “임산부는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지 못해 고통이 크다. 한방엔 임신 중에 써도 아주 좋은 감기약이 있다. 그걸 강조했을 뿐이다. 한약은 수천년간 검증을 받아 국내 한약의 유통구조는 부실하다. 한의원보다 개소주집 등을 통해 유통되는 한약이 더 많을 정도다.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에 따르면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수입되는 농산물에 그런 문제가 있고 한약재도 기본적으로 농산물이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수치’ ‘법치’라 해서 독을 순화시켜 인체에 투여했을 때 가장 효율성을 내는 법을 끊임없이 연구한다. 그게 한의사의 전문 영역이다”라고 반박했다.

◆ “부실한 국내 유통구조 문제”

하지만 경원대 이영종(전 대한본초학회 회장) 교수는 지난 2004년 8월 25일 KBS 추적60분이 방영한 ‘충격보고-저질한약재, 당신을 노린다’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의학의 기본은 약을 정산(정량계산)하는 것이다”며 “외양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약효가 다른 약재가 섞여 팔릴 경우 한약재의 역가가 바뀌게 되어 노약자나 환자가 이를 장기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해 엄 회장과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자신을 ‘artmed2’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네이버 오픈사전에 올린 ‘한약과 부작용’이란 글을 통해 “한방에서는 한약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수천년의 사용으로 역사적으로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수천년간 사용돼오던 약재들도 안전성의 문제점이 발견되기도 한다”며 “최근 감기약 성분인 PPA도 수백만분의 1의 부작용으로 퇴출됐는데, 한방에서 한약이 무작정 안전하다고 주장하기 보다는 체계적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현대의학에서는 한방의 이론적 지원을 요구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한방은 현대의학적 이론의 지원 없이는 독자적인 진료나 치료가 불가능하며, 이는 이미 스스로 학문적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권오주의원 권오주(내과전문의) 원장은 “세계적으로 생약제 부작용 사례가 많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국민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더 이상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 “검증되지 않은 한약에 의한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환자가 복용한 한약재와 부작용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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