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질병? 국내환자 발병률 OECD 1위

[질병탐구/결핵] 신규환자 연간 3만명 사망자 2200명… 학교·군대 등 단체감염 다발

'후진국형 질병'이라고 알려진 결핵이 국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과거보다 위생상태와 영양공급이 좋아지고 특히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자취를 감췄던 국내 결핵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시내 학원가에서 결핵 환자가 잇달아 발생하고 병원 신생아실 간호사가 결핵감염이 확인돼 신생아 수백명이 결핵검사를 하는 사태가 발생하는 등 최근까지도 국내 결핵 감염 소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인구밀도 높은 곳 발생빈도 높아

▲결핵균.

우리나라는 결핵 발병율과 사망률이 OECD국가 중 가장 높다.연간 3만 여명의 결핵환자가 신규로 발생하고 4만 여명의 결핵 유병환자가 있다. 연간 2200여명이 결핵으로 사망하고 있다.

대한결핵협회에 따르면 2016년 국내 결핵환자는 3만9245명에 달한다. 전년 4만847명에 비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많은 숫자다. 결핵으로 인한 사망자 또한 2014년 2305명, 2015년 2209명, 2016년 2186명으로 감소세가 더딘 상태다.

결핵이 유독 우리나라에서 꾸준히 발생하는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고 있지만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발생빈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들이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가까이 접촉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학교나 군대 등 집단시설이나 많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다중이용시설이 관리대상이다.

특히 환자들을 상대하는 보건의료인 감염자도 늘어나 해마다 200명 이상씩 발생하고 있다. 2013년 214명, 2014년 294명, 2015년 367명, 2016년 272명의 보건의료인이 결핵환자로 드러나 의료인의 관련 질병에 대한 인식 개선과 정부차원의 보다 체계적이고 철저한 관리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외국인 비율이 2011년 4.5%에서 2016년 20.5%로 증가해 외국인에 대한 결핵관리 등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면역저하된 유아· 만성질환자 조심

결핵은 활동성 결핵환자의 결핵균이 포함된 기침 혹은 재채기를 통해 공기 중으로 전염되는데 폐와 신장, 신경, 뼈 등 우리 몸 속 거의 대부분의 조직이나 장기에서 병을 일으킬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결핵균이 폐조직에 감염을 일으키는 ‘폐결핵’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결핵’이라는 말은 ‘폐결핵’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병이 진행함에 따라 전신 권태감, 미열, 식은땀, 기침, 가래, 체중 감소, 객혈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조기 발견 시에는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나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합병증이 나타나 사망까지 이를 위험이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감염되면 폐뿐만 아니라 뇌와 신장 등이 망가질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결핵은 환자가 기침, 재채기, 노래, 대화를 할 때 배출되는 가래방울에 결핵균이 섞여서 공기 중에 떠다니다 사람의 폐 속에 들어가 전염되기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체 생활을 하는 학생들이나 군인들에게서 많이 발병하며 대부분 단체로 걸릴 확률이 경우가 높다.

또한 면역력이 저하된 노인이나 어린아이, 간질환이나 만성신부전증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서 발병할 확률이 높다. 그 외에도 스테로이드나 항암제 치료 등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약제를 투약 받고 있는 환자의 경우도 결핵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국민 30%가 잠복결핵 보유

문제는 언제 발병할지 모를 잠복돼 있는 결핵이다. 잠복결핵은 몸속에 들어온 결핵균이 몸의 방어면역체계에 의해 결핵으로 진행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몸 안에 결핵균이 존재하지만 균이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결핵이 발병하지 않은 상태다.

최근 발표된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사회연구-우리나라 결핵 실태 및 국가 결핵관리 현황’ 보고서는 잠복결핵, 다제내성 결핵 등 우선적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시됐다.

우리나라 잠복결핵 감염률은 33% 수준으로 이는 세계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미국 4.2% 대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언젠가 결핵 발생 위험을 안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25 전쟁을 겪으면서 나쁜 영양상태 및 열악한 보건 환경 속에서 밀집된 생활을 해왔다. 이때 결핵균에 감염된 인구가 많아 국민 상당수가 잠복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세대가 수십 년에 걸쳐 약 10%가 결핵환자로 이환되면서 높은 결핵 발생률을 보인다는 것이다.

울산의대 내과 심태선 교수는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성 결핵 환자는 수면으로 드러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우리나라 국민의 30%가 잠복결핵인 상황에서 아무리 활동성 결핵을 치료해도 잠복결핵 환자가 또 결핵에 걸리기 때문에 결핵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의료기관 종사자는 발병의 위험이 높은 군이자 한번 결핵이 발생하면 환자에게 결핵을 전염시킬 위험이 있어 이에 대한 관리가 매우 중한 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년간 의료인 중 결핵발생 건수만 봐도 약 1400건으로 증가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WHO가 체계적 잠복결핵감염 진단과 치료를 시행하도록 강하게 권고하고 있는 HIV감염인·접촉자 등 9개 범주에 해당하는 자에 대해 잠복결핵 감염 검사가 요양급여로 인정되고 있다.

지난 2016년 결핵예방법을 개정해 결핵 발생 시 집단 내 결핵 감염 취약계층인 신생아·어린이·환자·학생 등에게 전파의 위험이 있는 집단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결핵안심국가라는 사업으로 잠복결핵감염 검진 및 치료를 국가 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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