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되면 화장실과 친해지는 이유

[섹스의학]

해외출장을 앞둔 김모 씨(55세, 남)는 걱정이 태산이다. 평소 오줌줄기가 약하고 소변을 봐도 시원치 않다는 느낌이 종종 들었는데 최근 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부쩍 화장실을 자주 찾게 되고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해외로 떠나면 화장실을 찾기가 힘들 뿐더러 바이어와의 미팅 중 소변이 마려우면 마음이 조급해지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비뇨기과를 찾은 김씨는 '전립선비대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원래도 화장실을 자주 가는 습관이 있었던 직장인 박모 씨(35세, 여). 겨울이 되자 그 증상이 더욱 심해져 급하게 소변이 마렵고 참기가 매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밤에도 화장실을 가기 위해 몇 번이나 잠에서 깬다. 비뇨기과를 찾은 박 씨는 자신이 과민성방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날씨가 매우 쌀쌀해지면서 배뇨장애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남성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여성의 경우 과민성방광이나 요실금 등 배뇨장애 관련 질환들은 겨울이 되면 그 증상이 더욱 심해진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여름철에 비해 땀으로 나가는 수분량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소변량이 증가하는 반면, 방광은 수축하기 때문이다. 또한 평소 배뇨기능이 좋지 않은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 골반근육과 전립선 부위 요도근육이 긴장하고 이완작용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증상이 더욱더 심해진다.

전립선 비대증이란 말 그대로 전립선이 커져서 요도를 누르는 질환이다. 나이가 들수록 전립선이 점차 비대해지기 시작하면서 오줌 줄기에 이상이 생기게 된다. 전립선 비대증에 걸리면 배뇨 시작이 힘들고 소변줄기가 약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한 소변을 자주 보더라도 시원하지 않은 잔뇨감이 흔히 동반된다. 밤에 자는 동안 요의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나중엔 소변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요도의 통증만 느낀다.

전립선 비대증을 자신의 증상을 단순히 노화증상으로 치부해 치료시기를 놓치고 차 후 악화되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방광기능의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수술요법 등이 있다.

약물요법의 경우 교감신경차단제와 호르몬 차단제 등이 있는데 교감신경차단제는 전립선과 방광에 풍부하게 분포하는 교감신경의 작용을 차단하는 효과를 갖는다. 또한 전립선과 방광의 근육을 이완하여 소변이 잘 나오게 해 배뇨증상을 좋게 한다. 호르몬 차단제는 전립선 세포가 남성호르몬에 영향을 받음을 이용한 것으로 호르몬을 차단하면 전립선 세포는 스스로 죽게 된다. 전립선의 크기가 큰 환자에서 더 이상 성장을 억제하는 예방적 목적과 비대된 전립선의 크기를 줄이는 치료적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과민성 방광은 신장에서 만들어진 소변이 방광에 차는 동안 비정상적으로 자주 수축함으로써 소변이 빈번히 마려워지는 증상을 말한다. 여성 6명 가운데 1명이 걸리는 흔한 질환인 과민성 방광의 증상은 이렇다. 하루 8회 이상 소변을 보는 경우, 소변이 마려우면 어려운 경우, 화장실에 가는 도중 소변을 참지 못하고 속옷에 지리는 경우, 야간에 2회 이상 소변을 보기 위해 잠에서 깨는 경우 등, 이 증상들 가운데 한 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과민성 방광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요즘은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나이 많은 여성들 외에도 젊은 여성들이 스트레스와 자극적인 환경 등으로 과민성 방광에 많이 걸린다. 과민성 방광은 약물요법과 자기장을 이용한 치료를 통해 극복가능하다. 약물 치료는 항무스카린 약물의 투여로 방광 수축을 억제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자기장 치료는 방광 근육의 안정과 이완, 내괄약근의 수축 유도를 통해 방광의 저장 능력을 증가시킴으로써 빈뇨나 절박뇨 등의 증상을 호전시킨다. 자기장 치료는 옷을 입은 채로 앉아만 있으면 치료가 된다는 는 장점이 있다.

과민성 방광의 치료는 3개월 이상 꾸준히 받아야 효과가 있다. 하지만 상태가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정확한 치료를 받는다면 짧은 기간에도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전립선비대증과 과민성방광의 악화나 급성요폐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체온을 보존하도록 따뜻하게 옷을 입고 가능한 따뜻한 실내에서 생활하며 외출 시에는 갑자기 찬바람을 쐬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든 전립선비대증환자의 경우 감기나 독감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겨울에는 여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좋고, 여행을 할 때는 3~4시간에 한 번씩은 반드시 휴식을 취하고 화장실을 가야 한다. 또 소변량을 줄이기 위해 무조건적으로 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민성 방광 환자의 경우 일상생활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선 자극적인 음식은 무조건 피하자. 탄산음료, 매운 음식, 신맛이 나는 과일이나 주스, 커피나 녹차 등은 방광 근육을 자극하므로 좋지 않다. 이 밖에도 자기 전에 그리고 자고 일어나서 좌욕을 해주면 증상호전에 효과가 있다.

전립선비대증이나 과민성방광, 요실금 등의 배뇨장애 질환들을 방치하여 추운 겨울 동안 그 증상이 더욱 심각해지면 급성요폐와 같은 위급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또한 배뇨장애를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신장이나 방광기능에 이상이 생겨 여러 가지 합병증을 야기 시킬 수도 있다. 그러므로 배뇨관련 문제가 조금이라도 느껴진다면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

대구코넬비뇨기과 원장 이영진


보건신문의 전체기사 보기
  • 이 기사를 공유해보세요  
  • 카카오톡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