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조직 굳어 호흡장애…진단 후 3~5년 내 사망

[질병탐구/특발성 폐섬유화증]

운동 시 호흡곤란·마른기침·청색증 주증상

원인불명… 50~70세 흡연 남성 고위험군

코와 입으로 들이 마신 산소는 폐포(기관지 가장 끝에 있는 아주 작은 공기주머니) 주위를 감싸고 있는 작은 모세 혈관을 거쳐 혈액으로 흡수된 뒤 심장을 통해 우리 몸 여러 조직에 공급된다. 반대로 이산화탄소는 모세 혈관을 통해 폐포로 빠져나와 호흡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

폐포는 폐와 우리 몸 사이에 '산소와 이산화탄소의 교환이 일어나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이 공간에 이상이 발생, 섬유화가 진행되는 폐 질환을 말한다. 폐섬유화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말랑 말랑한 폐가 굳어져 산소 공급을 하지 못해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져 호흡곤란이 진행되는 경우를 통틀어 지칭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조직이 굳어서 심각한 호흡장애를 불러일으키는 호흡기 질환이다. 폐가 굳는다 함은 섬유질 결합조직의 과다누적을 의미하며 이 과정을 섬유화라고 한다. 섬유화가 진행되면 폐벽이 두꺼워져 혈액에 공급되는 산소량이 줄어든다. 발생률은 10만명 중 4.6~16.3명이며, 유병률은 10만명 중 13~20명 정도 된다. 평균 생존율은 3~5년 정도 된다. 50~70세에 잘 발생하고 남성에서 약간 더 호발한다.

◇원인

이 질환에 대한 원인은 특별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직업적, 환경적, 유전적, 방사선 노출 등 여러가지 원인을 이야기 하고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 또한 어럽다. 유해물질 흡입, 류마티스성 질환 등에 의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제일 흔한 경우가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다.

섬유화의 명확한 이유를 진단할 수 있는 환자들도 있지만,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경우를 특발성 폐섬유증이라고 한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불명 질환의 하나로 예전에는 단일한 병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 수술적 폐 생검 조직검사가 많이 시행됨에 따라 조직소견이 다를 뿐 아니라 치료반응과 예후가 다른 7가지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게돼 이 질병군 전체는 특발성 간질성 폐렴(Idiopathic Interstitial Pneumonia : IIP)이라고 하고, 그 중 가장 예후가 나쁜 경우만을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 IPF)이라고 한다. 흡연은 이 중에서도 중요한 발병인자라고 여겨지고 있으며, 흡연자의 발병률이 더 높아지고 있다.

◇증상

운동시 호흡곤란과 마른 기침, 청색증(저산소증에 의해 입술주변이 파랗게 질리는 현상), 곤봉지(만성적인 저산소증에 의해 손가락 끝이 둥글게 되는 현상) 등이 나타나게 된다. 운동시 호흡곤란은 여러 폐 질환에서 공통적으로 가장 일찍 나타나는 증세다. 편안히 쉬고 있을 때는 괜찮다가 평지를 많이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다. 운동을 하여 우리 몸이 산소를 많이 필요로 하게 되지만 폐가 제기능을 하지 못해 산소 요구량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폐의 염증과 섬유화로 기도와 폐에 자극을 주게 되어 마른 기침을 자주 하게 된다.

마른 기침은 염증과 섬유화로 인해 기도와 폐가 자극을 받아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담배를 많이 피워 생기는 만성 기관지염이나 세균이 감염되어 생기는 폐렴은 기침을 할 때 가래가 많지만 특발성 폐섬유화증 환자들은 가래가 없는 마른 기침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 외에도 발열, 체중 감소, 피로감, 근육통, 관절통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은 50세 이상 연령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마른 기침이나 운동시 호흡 곤란을 느껴도 나이에 따른 가벼운 증상으로 여겨 발병 사실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보통 몇 년에 걸쳐 아주 천천히 나타나기 때문에 많은 환자들이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길 정도로 증상이 심해진 뒤 병원을 찾는다.


◇진단
X-선검사, 흉부전산화단층촬영(CT)에서 양쪽 폐 하부에 망상 결절 모양의 섬유화가 주로 관찰된다. 병이 진행하지 않은 초기 상태에서는 정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폐활량검사에서 폐가 뻣뻣해지면서 폐활량이 저하되는 현상을 보이거나 폐조직 검사에서 염증과 섬유화가 섞여서 나타난다. 확진을 위해서는 흉부전산화단층촬영 이외에 폐기능검사나 기관지 내시경검사, 폐조직검사 등이 필요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여러 가지 폐기능 검사를 통한 환자의 폐기능 상태에 대한 평가와 방사선학적 검사, 기관지 내시경검사 및 기관지 폐포세척 검사, 그리고 조직학적인 검사를 통한 원인적 진단 및 예후 등을 분석하고 있다.

◇경과/합병증
폐섬유증은 완치가 불가능한 질환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진행상황이나 증상의 경중도에 따라, 혹은 원인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약물치료로 빠르게 호전되는 경우도 있고, 몇 개월간에 서서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폐섬유화증의 가장 중요한 합병증은 서서히 진행하는 호흡부전이다. 수개월 혹은 수년에 걸쳐 지속적인 호흡부전이 심화되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정상인 보다 폐암 발병률도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치료

특발성 폐섬유증은 아직까지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부신피질 호르몬이나 여러 가지 면역억제제가 시도 됐으나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료에 반응하지 않아 약 반수의 환자들이 증상이 발현해 진단된 후 3-5년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진 치명적인 질환이다.

치료를 위해 항염증제, 면역조절제를 많이 사용해왔으나 효과적이라고 증명된 바는 없다. 그 외 치료약물로 anti-fibrotic agents(perfenidone), 항산화제(acetylcysteine)가 있으며 최근 임상연구 중인 약물로 cytokine inhibitors가 있다. 산소를 공급하는 방법과 진해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약물학적 치료가 듣지 않으면 폐이식을 시행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보고를 보면, 치료한 군과 치료하지 않은 군에서 생존율에 유의한 차이가 없다. 즉 효과적이라고 증명된 치료방법이 없다고 할 수 있다. 2004년 Chest에 보고된 외국 논문에서도 특발성 폐섬유증을 치료한 군과 치료하지 않은 군에서 생존율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약물치료로 안되는 경우 폐이식을 할 수 있는데, 폐이식 후 5년 생존율은 50~60%에 불과하다.

폐이식을 위한 공여자가 별로 없기 때문에 오랜 시간을 대기해야만 한다. 국내 폐이식 데이터를 보면, 2011년부터 갑자기 증가하는데 폐이식을 위해 대기하는 환자 중 실제로 폐이식을 시행한 환자는 1/4에 불과하다. 국내 및 외국의 폐이식 후 생존율을 보면, 5년 생존율이 외국은 53%, 우리나라는 36%로 보고되어 있다.

◇주의사항

폐섬유화증 환자의 경우 흡연중이라면 금연이 가장 먼저 시행돼야 한다. 이 외에도 폐에 자극을 줄 수 있는 환경적 요인을 피하는 것이 좋으며 폐렴이나 독감 등의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주의해야 한다.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효과적이다.

특히 폐섬유화증은 섬유화가 완전히 진행되면 어떤 약도 효과를 보기가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섬유화로 심하게 진행되지 않은 조기에 폐섬유화증을 진단해 섬유화증으로 완전히 진행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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