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COPD 등 만성질환자 감염위험 커

[질병탐구/폐렴]

페렴은 특히 노인에게는 치명적이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중 상당수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날이 차고 습도가 낮은 겨울철은 더욱 그러한데  면역력이 약한 만성폐쇄성폐질환,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 역시 폐렴구균  침입으로부터 취약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0년~2015년) 65세 이상에서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2015년 기준 폐렴으로 인한 사망자 중 10명 중 9명(약 93%)은 6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매년 6만 명이 폐렴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 됐다.

◇기관지, 폐에 생기는 염증성 질환

폐렴은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 등에 의해 기관지 및 폐에 발생하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다. 폐렴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주로 세균과 바이러스다. 이 중에서 가장 치명적인 것은 폐렴구균에 의한 세균성폐렴이다.

폐렴 원인 중 10-25% 차지하는 폐렴구균은  면역력이 떨어지면 인체로 침투해 폐렴을 일으킨다. 언특히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고령인 경우 폐렴이 또 다른 합병증(패혈증, 호흡곤란, 폐농양 등)을 야기할 수 있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60세이상 폐렴환자는 2012년 30만4345명에서 2016년 33만9134명으로 5년 새 약 11% 증가했다(국민관심질병 통계 단순 합). 폐렴 초기에는 발열, 오한, 기침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감기와 증상이 매우 비슷해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최천웅 교수는 “고열이 있고 기침, 누런 가래가 일주일 이상 지속된다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하지만 노인의 경우 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폐렴이 생기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이유 없이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자꾸 졸리다면 혹시 폐렴이 아닐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흉부X선 촬영으로 진단할 수 있다. 염증 모양이나 범위, 합병증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기도 한다. 폐렴을 일으킨 원인균을 찾기 위해 객담 배양검사와 혈액 및 소변에서 혈청검사를 진행하기도 한다.

원인균에 따른 항생제의 선택이 중요하지만, 많은 경우 원인균을 알 수 없고 원인균을 배양했다하더라도 균이 확인되기까지는 3일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폐렴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경험적 항생제 요법을 시작한다. 항생제 외에도 수분 공급,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보충이 필요하며, 40℃ 이상인 경우 해열제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건강한 성인은 폐 속 세균을 없애는 항생제를 투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1~2주 안에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나 고령자, 당뇨병·천식·결핵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으면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사망률 12~14% 위험성 과소평가

이같이 폐렴의 높은 심각성에 비해 위험성이 과소평가되어 왔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루이빌 의과대학(the University of Louisville) 연구팀이 2년간 루이빌(Louisville) 지역 9개 병원에 입원한 18세 이상 성인 18만 6384명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18세 이상 성인에서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연간 발병률은 10만명 당 64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18세 이상 성인에서 암 발병률이 10만명 당 266명 , 계절 인플루엔자 발병률이 10만명 당 242.8명 인 것을 감안했을 때, 매우 높은 수치다.

루이빌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성인에서의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 발병률은 연간 10만명 당 2212명으로 전체 평균 발생률 대비 3.4배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흡연자 그룹과 비만, 당뇨병, 뇌졸중, 울혈성 심부전, 만성폐쇄성폐질환 등의 만성질환자 그룹에서도 전체 평균 발생률 대비 높은 발병률을 보였다.

특히, 만성폐쇄성폐질환 그룹의 발병률이 전체 평균 발생률 대비 8.9배(10만명 당 5832명)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울혈성 심부전(10만명 당 3456명), 뇌졸중(10만명 당 2034명), 당뇨병(10만명 당 1808명) 순으로 연간 발병률이 높게 나타났다.

이번 루이빌 지역의 연구결과는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이 고령자와 만성질환자는 물론 성인에서 높은 위험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지난 20년간 65세 이상에서 폐렴의 발병률에 대해 진행된 10건의 연구 중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여, 기존 폐렴 위험성이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재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연구를 주도한 미국 루이빌 의과대학 줄리오 알베르토 라미레즈 박사(Dr. Julio Alberto Ramirez)는

“기존에 폐렴과 관련해 많은 연구가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미국에서 최초로 진행된 전수조사라는 측면에서 더욱 높은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1”며 “미국에서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에 의한 입원 비용이 연간 266억 6천만 달러(약 30조 원)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만큼 폐렴의 발병 위험에 대해 더욱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65세 이상 고령층과 만성질환자에서 폐렴구균 질환의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한림대 정진엽 교수 연구팀이 국내 폐렴구균 폐렴 환자가 보유한 기저질환의 종류에 대해 연구한 결과, 심부전이 4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만성폐쇄성폐질환(41%)과 당뇨병(18.6%)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학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대한감염학회 성인예방접종위원장)는 “세계적인 인구 고령화 시대에서 폐렴의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지난 10년간 폐렴 위험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으나 그 심각성에 대해 저평가되어온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은 고령층과 만성질환에서 더욱 위험하고, 사망률도 12~14%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은 만큼 선제적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획득성 폐렴의 주요 원인균으로 폐렴구균을 지목하며,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해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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