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싱겁지만 맛있게 먹는 법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요새 식당에 가서 음식을 시켜먹으면 입맛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내가 지병 때문에 딸네 집에 가 있어서 거의 매 끼니를 식당에서 사먹다 보니 더 그렇다. 매일 불고기나 갈비를 먹을 수도 없겠지만 그럴 필요는 없다. 그러다 보니 가장 많이 가는 곳이 이른바 ‘함바식당’이다. 값도 싸거니와 집에서 먹는 ‘집밥’과 비슷해 마음에 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점차 음식의 간이 싱거워져서 불평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식당에서도 내가 가면 반찬이나 국을 조금 짜게 해 준다.

이처럼 음식이 싱거워지는 가장 큰 원인은 나이 먹을수록 혓바닥에 분포돼 있는 미각세포가 줄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와 같은 음식 맛을 내려면 훨씬 짜게 먹어야만 한다.

두 번째는 고혈압이나 심장병 같은 생활습관병을 예방하기 위해 소금의 양을 줄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염분 섭취량 줄이기 운동은 중국은 물론 일본에서도 한창이다.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염분 섭취량 줄이기 운동의 내용을 보면 첫째 국을 통째로 마시지 말라고 한다. 일본사람은 우리나라의 된장찌개와 국의 중간에 해당되는 된장국을 밥과 함께 마시는 습관이 있다. 이때 소금의 섭취량을 줄이려면 국을 아예 마시지 않거나 최대 1/3까지 줄이라는 얘기다.

다음으로는 소금에 절인 반찬의 섭취량을 줄이라고 권고한다. 전통적인 식단에는 입맛을 촉진시키기 위해 우리나라의 김치를 위시해서 장아찌 같은 밑반찬이 많이 쓰인다. 김치의 염분을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젓갈도 마찬가지다. 한여름에 입맛이 없을 때 젓갈은 밥반찬으로 참 좋다. 그러나 염분 섭취량을 줄이려면 젓갈이나 절임김치를 먹되 그 분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대신 버섯이나 미역, 다시마 등을 활용해 소금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나트륨 섭취량을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 김치나 라면의 염분을 줄이는 데 앞서 짠 국이나 된장찌개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 국과 밥을 따로 먹기만 해도 소금의 섭취량을 꽤 줄일 수 있다. 장아찌나 젓갈도 싱겁게 하는데 주력하기 보다는 매 끼니 먹는 분량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유럽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일반적으로 짜다. 빵을 곁들여 먹기 때문이다. 미국의 피자에 비한다면 우리나라의 피자는 너무 싱겁다. 그렇다고 한 번에 많은 피자를 먹는 것은 삼가야 한다. 머리를 써서 식염 섭취량을 줄여야겠지만 우리들의 전통적인 입맛에도 맞춰나가도록 힘써야 한다. 나이 먹은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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