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준 적용시 한국인 절반 이상 고혈압"

고혈압학회 “국내 실정 맞는 기준 위해 논의 중, 내년 초 발표 예정”

▲대한고혈압학회 조명찬 이사장.

미국발 '고혈압 진단기준 조정 발표'로 국내에서도 고혈압 진단기준을 놓고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 개정된 미국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1600만명이 고혈압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지난 13일 고혈압 진단기준을 130/80mmHg로 하향조정한다는 지침을 발표했다.

이번 기준에 따라 미국의 고혈압 유병률은 31%에서 45%로 급격히 올라가, 약 3100백만명이 새롭게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큰 변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고혈압 진단기준이 140/90mmHg에서 10mmHg씩 내려가면서 본인이 고혈압에 해당되지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고혈압학회(이사장 조명찬)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시된 기준을 적용하면 30세 이상 한국인 절반 가량이 고혈압으로 분류 될 수 있는 상황이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KNHANES) 데이터만 보더라도 30세이상 성인에서 이전 기준으로는 전체 32% 남자 35.1% 여자 29.1%가 고혈압이었다. 여기에 미국 새 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체 50.5% 남자 59.4% 여자 42.2%이 고혈압을 판정을 받게 된다.

즉 기존 고혈압 환자가 1001만8000명이지만 미국 새 기준을 적용하면 환자는 약 650만 명이 늘어난 1652만7000명으로 증가하게 된다고 학회측은 내다봤다.

미국의 경우도 고혈압 유병률이 31.9%에서 45.6%로 상승하게 되고 약 3100만명의 인구가 새롭게 고혈압으로 분류된다.

조명찬 이사장은 "고혈압의 진단 기준을 바꾸는 것은 사회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엄청나다"며 "우리나라 고혈압 정의가 당장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심혈관질환의 예방적 차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긍정적인 검토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새 기준 발표 이전까지 일선 임상현장에서 혼선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새로 고혈압 판정을 받는 650만명이 당장 치료를 받아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고혈압학회는 국내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 진료현장에서는 현재의 기준대로 진료를 유지해줄 것을 당부했다.

서양인과 동양인은 체형과 식습관,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에 미국 가이드라인이 국내에 그대로 적용될지 미지수라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학회는 내년 초 가이드발표를 목표로 준비 중이며, 그 기간동안 전 국민적으로 혈압을 지금보다 낮춰야한다는 취지의 홍보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조 이사장은 "안전한 고혈압 약이 개발되고, 예방의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사실상 미국 가이드라인이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 상황이었다"며 "이에 학회는 산하에 진료지침위원회를 만들어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한편, 고혈압학회는 내년 초까지 우리나라 만의 고혈압 진단기준을 조정해 확정할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철저한 혈압조절은 심혈관사건과 사망율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접근으로 받아들일만 하다"며 "학회는 지난 2013년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이미 가이드라인 개정을 준비해왔다. 이번 미국의 발표를 고려해 내년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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