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취약층 ·1인 가구 위한 영양 대책 마련 시급

[창간 51주년 기획4-간편식 전성시대와 국민영양] 김현숙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대한영양사협회 홍보위원장

▲김현숙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혼밥' 영양소 결핍 ·만성질환 우려

영양 우수한 간편식 개발 필요성 대두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혼밥·혼술’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비율은 27.2%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2035년에는 34.3%로 증가할 전망이라 한다. 방송매체를 통해 비춰진 1인 가구는 주로 자유롭고 화려함이 강조된 미혼 청년층으로 그려지기도 하나 현실적으로는 만혼 및 비혼 증가로 인한 중년 이후의 1인 가구와 고령 1인 가구의 증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고소득층 1인 가구가 상당비율을 차지하는 미국, 유럽,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 1인 가구의 41.1%는 빈곤가구로 나타나 성·연령·소득 계층적 특성 등 다양성을 세분화해 1인 가구가 건강취약계층으로 진입하지 않도록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영양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구성원들은 평소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약 90%에 이르며 그 중 35.8%는 제대로 균형을 갖춘 영양식단이 아닌 주로 끼니를 때우는 관념의 대략적인 식사를 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구나 응답자의 19.2%는 인스턴트식품을 주로 먹는다고 했으며 주로 라면, 빵, 김밥(삼각), 샌드위치 등 단품 위주의 간편 식품과 함께 배달 음식을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외식업계는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소위 싱글컨슈머 계층을 대상으로 배달 업체와 제휴된 앱(App)서비스를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또 최근 국내외 간편식 (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은 전례 없는 빠른 성장세로 확대되고 있다.

현재 HMR은 식재료의 구입 및 손질, 조리과정 등이 생략돼 빠르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1차 조리된 식품으로서 최근 메뉴의 다양화와 고급화를 내세워 프리미엄 제품 시장의 성장세 또한 괄목할 만하다. 바쁜 현대인들의 생활습관과 인구 구조의 변화 등이 가져 온 HMR 식품 시장의 성장세가 반갑고 기대되는 면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양적인 면에서 우려되는 점도 있기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영양적으로 우수한 간편식 개발을 통한 국민 건강 증진이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간편식 제품은 대체적으로 간편성과 맛을 우선적으로 추구한 제품인 만큼 영양성분을 살펴보면 열량 및 나트륨, 당분 및 콜레스테롤 등의 함량이 높은 수준이다.

대체적으로 외식 빈도가 높을수록 열량과 나트륨 섭취 증가가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외식메뉴를 집안으로 가져온 HMR이 가정식이라는 이미지로 기존의 인스턴트식품과 차별화 돼 건강한 느낌으로 포장되는 것은 아닌지 다소 우려된다. 높은 함량의 나트륨, 감미료 및 색소 섭취, 단품 위주의 메뉴, 소비자 기호도 위주의 다양하지 못한 메뉴 등으로 영양 불균형, 비만, 고혈압 등 질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더욱 영양적인 측면이 우선시 돼야 한다.

다양한 간편 한식 메뉴 개발도

현재 시판되고 있는 편리함과 상업적인 맛이 강조된 보편적인 상품의 HMR 시장에 그치지 않고 영양적인 측면을 고려한 제품, 고령친화적인 제품 등 다양하고 건강한 메뉴개발로 이어져 여러 소비계층을 만족시킬 수 있는 식품업계의 노력도 함께 필요하다.

둘째는 다양한 간편식 한식 메뉴 개발과 글로벌 시장 공략이다. 세계적으로도 한식은 건강식이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접할 수 있는 한식의 간편식 메뉴는 현재 극도로 제한돼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한 나라의 음식이 국제 시장에서 건강식으로 자리 잡고 음식을 통한 아름다운 문화를 전파하기 까지는 개인과 국가 차원에서의 치열한 노력이 이어져야만 가능하다. 따라서 국가적 차원에서 건강한 간편 한식에 대한 제품 개발과 유통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져 국가 이미지 제고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커다란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양적 ·위생적인 면에서 국제적 기준에 맞는 우수한 제품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하다.

셋째는 사회구조 변화에 따른 장기적 건강증진 사업이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의 증가, 라이프 스타일의 서구화 등 다양한 사회적 변화와 함께 국내외 간편식 시장은 앞으로 확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장기적인 안목으로 국민 건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현재 한국 경제는 새로운 ‘한국형 장기침체’로 인해 젊은 층의 생계와 노인층 빈곤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국민영양관리법에 근거해 체계적 영양관리 및 영양교육의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국민의 건강한 식생활 실천을 유도해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건강수명 연장에 기여하고자 제4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을 추진 중이다.

장기간에 걸쳐 건강증진사업이 다각도로 진행되는 만큼 신정부에서는 사회구조의 변화를 세심하게 반영해 1인 가구의 건강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개발이 요구된다. 더불어 근본적인 해결방안으로는 국민 스스로 올바른 영양·식생활 관리를 실천할 수 있도록 사회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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