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필러전쟁' 본격화

6년새 7배 성장한 필러시장 주도권 경쟁 급물살

최근 국내 제약사들의 필러 시장 진출이 거세지고 있다. 현재 필러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은 히알루론산으로 이루어진 히알루론산 필러다. 히알루론산은 피부나 관절 등 인체 조직에 많이 함유돼 있는 다당류의 일종으로, 다량의 물과 결합하여 젤(Gel)을 형성한다. 이 기전을 통해 주름진 피부 부위에 주사하면 주름 제거 및 전반적인 피부결을 정돈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필러 산업은 연간 10% 내외의 급성장세를 보이는 시장이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는 2014년도, 글로벌 미용 시술 횟수의 73.5%가 보툴리눔 독소 및 필러 시술에서 발생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성형수술에 비해 위험 부담이 적으며, 국산화 성공으로 팔자주름 시술 기준 10만원대의 가격대를 형성하며 가격 부담도 줄어든 점이 크다. 수출액 역시 중국이나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기존 제약분야와 달리 미용 시술을 위한 제품들이기에, 수익성 역시 높다.

필러 시장 규모는 2009년에만 해도 200억원 규모였으나, 불과 6년 새 1300~15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이에 필러 관련 업체들의 국내 시장 점유 경쟁은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 등 해외 수출시장 진출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제약업체들의 필러 시장 진출 움직임에도 조금씩 가속도가 붙고 있다. 과거에는 신성장동력을 찾는 중견업체들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대기업들도 하나둘씩 참여하는 모양새다.

올해 초 LG생명과학을 합병한 LG화학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앞세워 해외 진출에 힘을 쏟고 있다. LG생명과학은 지난 2011년 '이브아르(YVOIRE)' 브랜드를 출시하며 필러 사업에 진출한 바 있다. 이후 2012년 러시아 진출을 시작으로 중국, 유럽, 중남미 등 23개국에 진출했다.

이 중 중국 매출이 유독 돋보인다. LG생명과학은 2016년 한 해 동안 중국 시장 필러 제품 수출액만 300억원 규모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화동닝보제약과 약 5480만달러(한화 약 64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 중국 정부의 반한 정책이 작용하고 있음에도 중국 필러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착실히 늘려 가는 중이다.

LG화학은 영국, 베트남, 이란 등으로 새로운 수출 물꼬를 트고, 올 상반기 중 연한 물성을 가진 새로운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을 출시하며 '이브아르'를 글로벌 리딩 브랜드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휴온스글로벌은 의료기기 전문계열사 휴메딕스를 통해 2015년 자체 개발한 히알루론산 필러 브랜드 '엘라비에'를 출시하고 국내외 공략에 나섰다.

엘라비에는 휴메딕스가 자체 개발한 기술과 공법으로 제작됐으며 250만DA(달톤, 단백질량 측정 단위)의 고분자 히알루론산 원료를 함유하고 있다. 점성이 좋은 모노패직이면서 탄성이 좋은 바이패직의 성질을 동시에 지녀 볼륨감과 지속성이 뛰어나다.

휴온스글로벌은 '엘라비에'를 앞세워 LG생명과학에 이어 국내 업체중 두 번째로 중국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총국(China Food&Drug ministration, CFDA) 허가를 받아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프라임메드인도네시아(PRIME MED INDONESIA, PMI)에 5년간 총 780만달러(한화 약 9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여기에 휴온스글로벌은 내년 중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 3개의 허가를 추가로 받을 예정이며, 지난해부터 보톡스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수 년 동안 필러 시장 진출을 타진해오던 일동제약도 지난 1월, 필러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동제약은 오래전부터 히알루론산 필러 사업에 관심을 가져 왔으며, 지난 8월에는 기업분할을 통해 일동히알테크를 설립했다. 일동히알테크는 사명에서도 볼 수 있듯, 히알루론산 필러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부서다. 여기에 청주공장에 EU-GMP급 히알루론산 전용 생산라인을 신규 가동하는 등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지난해 9월 히알루론산 필러 품목허가를 얻은 후 지난 1월 초 히알루론산 필러 '네오벨'을 출시했다. 네오벨은 일동제약이 보유한 특허 '초고분자 히알루론산 생산법'을 적용해 자체 개발한 히알루론산 필러 제품이다. 시술 부위나 사용 목적에 따라 '네오벨 볼륨', '네오벨 스킨', '네오벨 엣지', '네오벨 컨투어' 등 총 4종의 제품으로 나뉘어 구성됐다.

일동제약의 네오벨은 고도의 세균배양기술과 물질분리정제기술이 적용돼 기존 원료에 비해 분자량과 순도가 높으며, 국내 시장에 만족하지 않고 중국 등 해외로 진출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도 밟고 있다.

일동제약은 자사가 갖고 있는 영업 인프라에 히알루론산 관련 특허 기술력을 접목시켜 필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함과 동시에, 네오벨 필러를 일동제약의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대화제약은 기존 필러 업체 제품 수입판매 및 인수를 통해 필러 시장 점유율을 높여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대화제약은 지난 2014년부터 전세계 40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독일 필러 업체 S&V Technologie의 제품 '아말리안'을 수입 판매하고 있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대화제약은 안정적 공급처 확보를 위해 S&V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대화제약은 자회사인 리독스바이오를 통해 지난해 11월 S&V와 인수의향서(LOI)를 체결한 바 있으며, 현재 인수를 위한 실사 검토를 진행 중이다. 리독스바이오는 히알루론산 필러를 주력분야로 하는 대화제약의 100% 자회사다.

대화제약 관계자는 "이번 인수가 진행되면 아말리안 필러 수입 유통이 더욱 안정화됨에 따라 리독스바이오의 히알루로산 매출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자체 기술로 개발한 히알루론산 필러 '뉴라피스' 브랜드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뉴라피스'는 히알루론산의 가교 반응을 높여 지속성을 증대한 것이 특징으로, 잔존물인 BDDE(1,4-butanediol diglycidyl ether)를 최대한 낮춰 안전성을 높였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11월 '뉴라미스' 필러 5종에 대해 러시아 보건부의 시판허가를 받았으며, 이외에도 멕시코, 칠레, 과테말라, 도미니카 공화국 등 18개국에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지난 12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의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미용 및 성형 분야의 현지 미디어를 대상으로 뉴라미스 프레스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마케팅 활동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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