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좋은 의사입니까, 최고 의사입니까?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TV를 켜면, 정말 끝없이 새로운 의학드라마들이 선을 보입니다. 비슷한 줄거리, 비슷한 배역들의 캐릭터가 식상할 만도 하지만 시청률은 항상 상위권입니다. 시청자들의 지치지 않는 관심의 원천은 어디에 있을 까요? 아마도 병원이라는 곳이 우리 삶,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기 때문일 겁니다.

최근의 영화관과 안방에서도 역시 의사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와 닥터 김사부입니다.

<낭만 닥터 김사부>에서 나오는 대사 하나를 소개합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싸우던 신참 의사 유연석이 닥터 김사부( 한석규)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최고의 의사입니까, 아니면 좋은 의사 입니까?”.

즉, 당신이 실력만 뛰어난 의사인지, 아니면 환자를 사랑하는 인간적인 의사인지 묻고있는 것입니다. 한석규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마찬가지, 마블이 던지는 <닥터 스트레인지>의 화두 역시 묻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는 최고의 의사인가, 좋은 의사인가?

타고난 천재 신경외과 의사 닥터 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베치)는 병원에서 인정 받는 의사입니다. 게다가 사랑스러운 여자 친구( 레이첼 맥아담스)까지, 부족함이 없는 의사입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교통사고로 양손에 심각한 부상을 당해 장애를 갖게 됩니다. 최고의 신경외과의사에서 한순간 장애인으로 바뀐 스트레인지는 절망의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그러던 중, 스트레인지는 자기가 진료했던 경추 손상 환자 중에 사지 마비가 되었다가 정상으로 회복한 환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환자가 치료했던 곳, 네팔의 카투만두를 향해 스트레인지는 한 가닥 희망의 끈을 잡고 떠납니다.

거기서 에인션트 원(틸다 스윈튼)을 만나고 새로운 능력에 눈을 뜨게 됩니다. 이제 닥터 스트레인지는 손가락 부상에서 회복된 정도가 아니라 막강한 힘을 가진 슈퍼 히어로가 된 것입니다. 하지만 우주를 지배하려는 악의 힘은 너무 강력해서, 맞서 싸우는 닥터 스트레인지는 역부족입니다. 악당의 힘은 공간을 지배하고 왜곡하는 것인데, 닥터 스트레인지는 적수가 되지 못하지요. 스트레인지는 시간이라는 차원이 공간을 지배할 수 있다고 믿고 마지막 승부수를 던집니다. 공간과 시간의 대결, 결국 승자는 누구일까요? 마블의 우주관을 엿볼 수있는 결론으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히어로의 길로 안내한 손 부상, 그 의학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물론 영화 속에서는 이른바 옥의 티를 많이 보여줍니다. 의사들이 수술실에서 마스크 쓰지 않고 손을 소독하거나, 수술을 진행하는 것 등, 의학적으로 맞지 않는 것도 많지만, 그정도는 애교로 넘어가야 겠지요.

외과 의사에게 손 부상이란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필자도 수년전 어깨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고, 부상에서 회복 될때 까지 수술을 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걱정도 많고 실의에 빠져있던 시기였습니다만, 재활 기간을 잘 넘겨 지금은 완전히 정상으로 회복되어 열심히 수술하고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당한 손 부상의 경우, 사실은 신경 손상보다는 인대의 손상이 문제이입니다. 그리도 골절이 동반되면 관절의 강직이 회복을 막는 걸림돌이 됩니다. 그런데, 손가락에는  운동신경이 없다는것, 혹시 아시나요?

손가락에는 운동 신경이 없고 감각 신경만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운동을 하게 될까요? 손을 움직이는 운동신경은 손목과 손바닥까지는 내려옵니다. 그 신경이 손가락으로 가는 근육과 인대를 조종하고 그 결과 손가락이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마치 로봇의 손가락 움직임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약 칼 등으로 손가락에 부상을 당해 손가락 움직임이 문제가 된다면 , 그것은 신경 손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 손가락 인대 손상에 의한 것으로 인대만 연결이 잘되면 기능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감각 신경의 손상으로 이상 감각이 생길 수는 있습니다.

손가락 절단 사고의 경우 혈관과 인대만 잘 연결되어도 기능적으로 회복을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목이나 팔이 손상된 경우는  신경 손상에 대한 수술이 잘 되어야 기능 회복을 기대 할 수있습니다.

또 중요한 것은 손가락의 골절 등 관절의 손상이 많을 경우, 강직이 잘 발생합니다. 즉 굳어벼려 뻣뻣해 지는 것이지요. 이 경우 재활 훈련이 아주 중요합니다. 영화 속에서도 닥터 스트레인지의 피 눈물나는 재활 과정이 소개 되는 데, 거의 일상 생활에는 문제 없을 정도 까지 회복이 됩니다. 하지만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의 손과는 거리가 멀고, 결국 닥터 스트레인지를 히어로의 길로 인도하게 됩니다.

네, 의사의 길은 최고의 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의사가 되는 길도 있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가 최고의 의사라는 타이틀을 잃었지만 지구를 구하는 더 큰 의사가 된 것 처럼 말이지요. 환자 한 명 한 명에 최선을 다하는 의사의 길도 중요합니다. 하지먄 사회와 이웃을 치료하는 큰 역할의 의사도 우리에게는 필요하다고 할 수있습니다.

다시 한번 나자신을 포함한 의사들에게 묻고싶습니다. 당신은  최고의 의사입니까, 좋은 의사입니까? TV 드라마 속 낭만닥터 김사부는 대답합니다. “최고의 의사도 아닌, 좋은 의사도 아닌, 그냥 환자에게 필요한 의사, 나는 필요한 의사가 되기를 원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지도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최고의 지도자 입니까,  좋은 지도자입니다까? 아니면 우리 국민이 필요로 할 때,  정말로 필요한 지도자 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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