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남성 10명 중 4명 비만 '21세기 신종전염병'

[늘어나는 비만 인구…실태와 대책] 전세계 사회적 부담 2조달러 GDP의 2.8배

한국도 이미 비만사회 진입…대책마련 시급

비만은 개인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뇌경색, 천식 등의 질병 위험을 높이고, 사망률마저 20% 높인다.문제가 심각해지기 전부터 체중을 관리해야 하는 이유다. 비만 인구가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이미 비만 사회로 진입을 시작한 대한민국의 비만실태와 그 해결책을 살펴본다.  

비만 ‘만병의 근원’
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병, 뇌졸중 등 각종 질병발생의 원인이다. 남성은 대장암과 전립선암발병률이, 여성은 자궁암·난소암·유방암 등의 발병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쉽게 피로감을 느끼고 수면무호흡증후군을 겪어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자신의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보며 복부비만은 허리둘레가 남자 90cm(약36인치), 여자 85cm(약34인치) 이상이면 해당된다. 또 마른비만도 늘고 있는데 팔다리는 말랐으면서 배만 볼록 나온 이들이 해당된다. 최근에는 마른비만이 통풍의 주요원인이라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센터 박성환 교수는 “국내통풍환자 상당수는 체질량지수 25kg/m2 미만인 정상체중환자들로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나온 내장지방형 비만인 사람”이라며 “내장비만으로 인해 지방세포가 염증을 일으키는 아디포카인을 만들고 이 염증물질이 통풍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뱃살과 허리둘레가 클수록 비뇨생식기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대목동병원 비뇨기과 심봉석 교수는 “비만은 배뇨장애와 성기능장애, 불임, 전립선염, 만성골반통 같은 문제를 일으키고 남성력의 퇴화를 촉진한다”고 밝혔다.

2030 젊은 남성도 증가세

한국 성인 남성 10명 중 4명, 성인 여성 10명 중 2명은 비만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비만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연구협력을 맺고 수행한 2006~2915년 10년간 ‘20세 이상 성인 비만 환자에 대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성인의 비만율은 지난 10년간 28.7%에서 32.4%로 꾸준히 증가했다. 2015년에는 성인 남성의 40.7%, 성인 여성의 24.5%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및 대사질환 합병증 위험이 높은 복부비만율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는데, 2030세대 젊은 남성에서의 증가율이 두드러졌다. 2015년 기준으로 한국 성인의 고도비만율은 4.8%로 2009년 3,3%에 비해 약 4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남성의 고도비만율은 5.6%에 달해 급증하는 고도비만 환자의 치료와 관리 역시 국내 비만 문제의 주요한 과제로 파악됐다.

비만환자의 증가는 사회적으로 막대한 비용 부담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해 한 해 동안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직접적인 사회적 부담은 2조 달러로, 전세계 GDP의 2,8%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부담인 1조 달러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대한비만학회 권혁상 총무이사(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만성질환과 직결되는 복부비만과 고도비만의 급증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등 비만과 관련해 발표되는 여러 데이터는 비만이 사회적으로 함께 극복해야 할 공공의 해결 과제임을 보여준다"면서 "건보공단과의 협력을 시작으로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주체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 전체 의료비의 3.78%

그렇다면 비만으로 인한 비용이 얼마나 소요될까. 건강보험공단의 연구에 따르면, 2008년 기준 국민 전체 의료비의 3.78%, 국내총생산(GDP)의 0.22%에 해당하는 약 2조원 가량의 비용이 비만으로 인해 사용된다고 보고했다.

이중 진료비 및 약값과 같은 직접비용이 1조 1087억원으로 전체 의료비의 2.3% 수준이었으며, 생산성 손실과 간병비 등 간접비용은 7152억원이었다. 이외에는 건강기능식품 등 예방비용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비만 중에서도 고도비만은 치료가 어렵고 합병증 유발 및 재발이 빈번하므로, 적절한 치료 및 사후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고도비만은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에서 잘 발생하며, 사망률 및 동반질환(당뇨병, 심혈관질환 등) 발생률을 높여 삶의 질 저하 등을 초래한다"며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소실되므로 더욱 근본적이고 적극적인 고도 비만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고도비만은 치료가 매우 어려워 예방이 최선이다. 우리나라 건강검진을 받은 인구를 대상으로 시행한 본 연구에서 비만(BMI 25이상) 인구의 비율은 최근 10년간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고도비만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고 언급했다. 실제 2002~2003년 2.63%에서 2012~2013년 4.19%로 1.59배 증가했고, 초고도비만은 0.18%에서 0.47%로 2.64배 급증했다.

비만으로 인한 암 사망도 증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최근 NEJM(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지에 비만과 관련된 암종, 체중 변화에 따른 암 발생 위험성, 재발 및 생존에 있어서 비만과 체중 감소의 영향에 대한 근거 고찰 요약서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중년 인구집단에서 비만으로 인해 위암, 간암, 당남암, 췌장암, 난소암, 갑상선암, 수막종 및 다발성 골수종 등 8개 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IARC는 또 비만으로 인한 암 사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세계 비만인구는 2014년 현재 약 6억4000만명으로 추계됐는데, 이는 1975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소아청소년 비만 인구도 2013년 현재 약 1억1000만명으로, 1990년 이후 약 2배 정도 증가하는 등 비만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IARC는 이미 2103년 세계적으로 약 450만명의 사망의 과체중과 비만에 의한 것으로 보고했으며, 새롭게 확인된 비만 관련 암 또한 비만으로 인한 사망을 증가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996년 비만을 ‘21세기 신종전염병’으로 규정하며 ‘장기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선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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