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국유학 이야기 ①

허정 교수의 보건학 60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전 보건대학원장)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 만 2년 동안 조교생활을 마친 나는 운 좋게 미국의 미네소타주립대학교에서 보건학 석사과정을 마쳤다. 당시 군대에서 훈련을 받고 대학의 기초의학요원으로 파견돼 있었으나 육군 의무감이었던 정희섭 장군의 허락을 받아 미국에 가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군 훈련을 받고 대학의 기초의학연구요원으로 전국의과대학에 파견된 사람이 30여명이었는데 이중 미국에 공부하러 간 사람은 나와 나중에 한양대학교 의료원장이 된 고응린교수, 그리고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수가 된 임한종 박사였다.

당시 서울대학교 교수들의 재교육 과정이 미국 험프리 상원의원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의과대학, 수의과대학, 공과대학, 농과대학과 새롭게 만들어지는 행정대학원과 보건대학원의 교수들을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이른바 ‘미네소타플랜’이 생겨났다. 

험프리 의원의 출신지인 미네소타주(미네소타주립대학)에서 미국정부의 지원으로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교육을 받도록 만든 것이 곧 미네소타플랜이다. 

내 선배였던 차철환 선생님도 이 프로그램에 의해 미국에 갔다. 나와 고응린 교수는 새롭게 생겨난 보건대학원 교수요원으로, 그리고 임한종 박사는 기생충학 조교로 선발됐다.

그러나 신분이 군의관이었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 육군본부를 거쳐 국방부장관의 허락을 받아 문교부로 넘어온 서류는 도착이 너무 늦어서 미국에 보내줄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난감했던 그때, 이미 작고한 김완태 박사(당시 명지대학교 교수)의 도움을 받아 어렵게 대통령의 허가를 받았고 다행히 미국에 갈 수 있게 됐다. 

그때는 외국에 나가는 여권을 받으려면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했다. 또한 1년 이상의 체류를 원하는 사람들이 미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으려면 미국정보기관의 신원조회와 함께 신체검사도 받아야 했다. 나도 청량리에 있는 미국안식교회가 직영하던 위생병원에서 종합신체검사를 받았다. 

엑스레이도 여러 장 찍고 기생충검사까지 했다. 당시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99%가 회충을 가지고 있었다. 나도 회충검사에서 불합격돼 두 번씩이나 회충약을 먹고 신체검사를 마쳤다. 

미국 내 모든 외국학생들은 정식 학기가 시작되기 전 한달 내지 두 달 동안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아야했지만 나는 이처럼 여러 가지 수속이 늦어져 9월 28일에야 미국행 서북항공기를 탔다. 

당시에는 대한항공도 외국에 가는 항공편이 없었던 때라 일주일에 두 번 운행하는 미국항공기를 탔다. 그것도 직항이 아니었다.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하룻밤 자고 큰 비행기로 갈아탔다. 괌에서 기름을 넣고 하와이에서 검역검사를 받은 후에야 시애틀에 도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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