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 단팥 인생 이야기) '우리'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이 질문은 수많은 행복론들이 내세우는 화두이지만, 우리에게 그 답은 어렵기만 합니다. 현재 까지 대부분의 결론들을 살펴보면, 이성적인 행복과 본능적인 행복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성적인 행복은 사회적 관계의 산물이라고 봅니다. 예컨대 우리가 손꼽는 행복의 조건에는 돈 , 명예, 사랑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행복의 조건이지만, 자연인으로 나에게는 젼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즉 내가 무인도에 혼자 살고있다면 돈도 명예도 사랑도 아무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내가 무인도의 로빈슨 크루소라면 한가지 행복에는 목마를 것입니다. 그것은 먹는 것입니다. 본능적 행복의 최고봉은 식욕 해소에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이성적인 행복이 결핍될 수록 더 찾게 됩니다.

최근 TV방송의 내용을 보면 유난히 요리에 대한 것들이 많습니다. 왜일까요? 그이유는 현재 우리가 행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계에서 발생되는 행복지수가 높지 않기 때문에 - , 명예, 사랑 등을 얻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 우리는 쉽게 행복감을 느낄 수있는 먹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냉장고 음식 요리, 길거리 음식, 집 밥 등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음식에 열광하게 되는 것입니다.

일본 영화에는 음식을 소재로 다룬 것이 많습니다. 장인을 대우하고 가업 승계를 당연시하는 일본의 문화는, 음식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 시켰습니다. 음식을 다룬 일본 영화 중에 잘 알려진 것은 <카모메 식당>,<양과자점 코안도르>,<리틀 포레스트>,<달팽이 식당>,<심야 식당> 등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음식에 대한 일본 영화가 개봉되어 좋은 반응을 받았습니다. 영화<: 단팥 인생 이야기> 입니다. 관념적이고 감상적인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최신작으로 그녀의 미학적 취향을 여지없이 드러낸 작품입니다. 뛰어난 영상미와 섬세한 심리적 묘사 등, 일본 영화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영화 <: 단팥 인생 이야기>의 내용을 이렇습니다.

일본 전통 과자 중에 도라야키라는 것이 있습니다. 팬케이크 모양의 빵 사이에 팥소를 넣은 것으로 우리나라에도 많이 알려져있습니다. 이 빵을 만드는 작은 가게가 영화의 무대입니다. 도라야키를 만드는 센타로(나가세 마사토시)는 알 수 없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매일 매일 도라야키를 굽습니다. 그에게 도라야키를 굽는 것은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일 뿐, 삶의 희망도 의욕도 없어보입니다.

어느날 도쿠에(키키 키린)라는 할머니가 찾아옵니다.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광고를 보고 오신 것인데, 나이 제한은 없지만 센타로는 할머니를 다시 돌려보냅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계속 찾아오고 ,할머니가 만들어온 팥소를 맛 본 센타로는 그 맛에 놀라 할머니를 일하게 합니다. 사실 센타로의 도라야키는 빵은 그런대로 괜찮았지만 팥소의 맛은 영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도쿠에 할머니의 팥소를 만드는 과정은 남달랐습니다. 팥을 정성스럽게 씻고, 삶고 익히는 반복되는 과정에, 마치 팥과 대화하듯 묵묵히 기다리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센타로를 감동시킵니다. 물론 도라야키의 맛은 비교가 안되게 좋아져 가게는 문전 성시를 이룹니다. 슬픔과 무기력의 센타로에게도 삶의 활력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도쿠에 할머니에게도 슬픔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손은 변형이되어 장애가 있습니다. 조금 불편하지만 손을 쓰시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할머니는 어렸을 때 한센병에 결렸고 치료가 다 되었지만 그 흔적만 남은 것입니다. 하지만 사회의 편견으로 격리되어 생활해왔고, 지금도 한센병을 앓아았던 환우들과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잘되던 도랴야키 가게는 도쿠에 할머니의 한센병에 대한 편견으로 손님이 끊기고, 도쿠에 할머니는 다시 종적을 감추게 됩니다. 과연 도라야키 가게의 운명과 도쿠에 할머니는 어떤 결말을 맞을 까요?

알려진 바와 같이 한센병은 치료가 시작되면 전염력이 없어지고, 특히 완치된 환자들에게는 전혀 나균이 전파되지 않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사회의 편견과 벽은 높아 아직도 잘못된 인식으로 한센 환우들에게 고통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한센 환자들을 격리 수용해서 사회와 단절시키고, 그들이 결혼해도 2세를 갖지 못하데 하는 등의 아픈 역사가 있었습니다. 도쿠에 할머니는 그 슬픈 역사의 가운데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타인의 행복을 뺏을 아무런 권리도 있지 않습니다. 인간의 행복은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센병의 역사을 돌아보면, 그들을 사회에서 격리하고 단절시킨 가슴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한센 병 환우들의 행복할 권리를 침해해온 잘못은 가슴 속 깊이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도 남아있는 잘못된 편견과 싸워 나가야 할 것이고, 그들과 더불어사는 사회를 만들어갸야 할 것입니다.

우리의 행복은 관계에 있습니다. 내 주위를 둘러보면 내가 행복한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다. 내 주변이 불행한데 나 혼자 행복할 수 없고, 내 주변이 행복하다면 나 혼자 불행할 리 없습니다. 서로의 행복은 서로가 만드는 것, 내 주변을 행복하게 만드는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지름길입니다.

큰 욕심은 행복해지기 보다는 스트레스가 될 뿐입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누는것, 그 작은 기쁨이 삶에서 가장 행복한 한 페이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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