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풀)피부 발진, 약물부작용이면 치명적일 수도?

임재현 원장의 <영화속 의학이야기>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도 행복이지만, 시원한 배설의 쾌감도 행복 중의 하나입니다. 영화도 마찬가지, 명작의 화면 가득한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B급 영화에서 쏟아지는 저급한 대사들과 화끈한 액션은 우리에게 일탈의 해방감을 맛보게 합니다.

영화 <데드 풀>은 그런 면에서는 마치 나쁜 친구 같은 영화입니다. ' 야, 무슨 공부? 날씨도 좋은데 땡땡이 어때?' 그 유혹의 손길에 나는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섭니다. 그 짜릿한, 불량함의 매력은 거부하기 힘들지요.

마블의 히어로들은 대부분 정의의 사도이지만, 데드 풀은 다릅니다. 거침없은 성적 농담과 오로지 개인적인 복수를 위해 사용되는 초능력, 그리고 끝없는 동료 히어로들 헐뜯기, 그 캐릭터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억압되었던 우리 무의식의 해방구입니다.

특수 부대 출신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이른바 잘 나가는 해결사입니다. 게다가 사랑하는  여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까지, 그에게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운명의 신은 그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말기 암이라는 가혹한 짐을 지게 된 윌슨은 비밀 임상 실험에 참여하게 됩니다.

극심한 고통을 이겨 내며 치료에 성공한 윌슨, 힐링 팩터를 갖게 되어 엑스맨 울버린과 같은 불사의 몸이 됩니다. 하지만 치료의 부작용은 피부에 심각한 변형을 남겨 흉측한 모습이 되고, 그는 복수를 위해 데드 풀로 변신합니다. 과연 그는 복수에 성공하고 사랑하는 여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엑스맨 같은 마블의 히어로 영화에 의학적 잣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상상 속의 초능력들은 의학적, 물리학적으로 설명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데드 풀의 피부 변형을 보면서 잊고 있었던 괴로운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기억 속의 환자는, 척추에 발생한 염증으로 입원하고 있던 환자였습니다. 일반적인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이 원인으로 복합 항생제 투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증상이 나아가던 중, 갑자기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 시작한 겁니다. 피부과에 협진 의뢰를 했는데, 급히 연락이 왔습니다.

즉시 투여 중인 모든 약물을 중지하라는 것입니다. 피부과의 진단은 '스티븐  존슨 증후군'으로 악화될 경우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피부과 질병으로 사망 가능성을 논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 충격적이었습니다.

스티븐 존슨 증후군은 약물이 주로 원인으로 세포 독성 면역 반응에 의한 피부 박탈이 병리 기전입니다.  처음에는 반점이나 수포 등이 몸에 번지게 되고, 심해지면 피부 박탈(피부가 벗겨져 녹아 내림)이 진행됩니다. 눈과 점막 등을 침범할 수 있고, 실명을 유발하거나 중요 장기를 침범하기도 합니다.  심할 경우 사망 가능성은 10%, 좀 더 피부 침범이 넓은 독성 표피 용해( TEN)의 경우에는 사망률이 30%에 달합니다.

치료는 원인 약물의 투여 중지가 우선이고, 전신 증상에 대한 대증 요법 이외는 특별한 방법이 없습니다. 초기에 진단을 내리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드물지만 감기약으로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약을 먹고 혹시 몸에 반점이나 수포가 번지면 빨리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약 먹고 생긴 부작용, 피부 발진이라면 치명적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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