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피낭 멍울 만져질 때 초음파통해 병변확인

[민호균 원장의 깨알건강백서]

조선시대 사극을 보면 여러 왕들이 가마를 타고 온천욕을 가기 위해 거리를 행차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의 행차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이벤트였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만 백성들이 굽신거리는 행차 길에도 정작 왕들의 속사정은 편하지 못했다고 한다. 왕들이 온천을 자주 찾았던 이유가 종기(腫氣)와 피부병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왕들은 대대로 종기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세종대왕의 아들 문종은 매우 큰 종기 때문에 생명이 위험하기도 했고,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대왕 역시 등에 생긴 종기 때문에 고생하다 49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힘들어 했다고 한다.

역사에 기록된 이러한 종기를 단순히 피부에 생긴 염증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때문에 고름은 거의 한 종지를 쏟아내고 평생 고생하며 힘들어 했다면 이는 흔히 피지낭이라고 부르는 표피낭(表皮囊)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표피낭이란 여러 가지 이유로 피부의 모근을 중심으로 한 모낭의 표피가 진피 속으로 말려들어가 주머니를 형성하는 질환이다.

말려들어간 주머니 속 표피에서 생산된 각질들이 피부 밖으로 떨어져 나가지 못하고 주머니 속에서 지속적으로 쌓이게 되는 질환이다.

이렇게 진피 속으로 말려들어간 피부의 각질은 우리 몸에서 이물질로 존재하게 되며, 처음 말려 들어가기 시작한 구멍을 타고 외부에서 감염이 일어나게 되면 주머니 내부에 있는 각질은 균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돼 순식간에 고름이 차는 염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때 단순히 고름을 짜내고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치료를 끝내게 되면 진피층 혹은 피하에 각질을 생산하던 표피층이 그대로 남아 다시 피하에서 마치 암처럼 각질을 계속 생산하면서 통증을 유발하고 몇 개월 혹은 몇 년에 걸쳐 다시 염증이 재발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러한 표피낭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처음 멍울이 만져질 때 초음파를 통해 피부 속에 있는 병변의 크기를 확인하고 수술로 말려들어간 표피주머니를 깔끔하게 제거해야만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도 신체 여러 부위에 발생한 멍울과 염증을 단순 절개 배농술과 항생제 혹은 레이저로 치료한 후 일시적으로 호전되는 듯 하다가도 오히려 더 깊고 심한 염증으로 진행해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환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표피낭의 초기치료를 잘못할 경우 조선시대 왕들처럼 평생을 염증 때문에 고생할 수 있으니 몸에 멍울이 만져질 경우 가까운 병원에서 초음파를 먼저 실시해 보는 것이 좋다.

[도움말: 청담유노외과 민호균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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