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R&D 역량 상승…내년 기대감 커져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등 연구개발 강화 선도

올해 한미약품이 잇따라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이 성공하면서 R&D 투자비율이 높은 상위 제약회사를 중심으로 내년부터 본격적인 R&D 성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제약업체들은 R&D 강화와 더불어 선진국 수준의 생산, 품질관리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더불어 성숙기에 접어든 합성의약품의 대안으로 높은 치료율과 낮은 부작용을 보이는 항체, 백신, 치료용 단백질 등 바이오의약품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R&D 역량 향상으로 국산 신약과 바이오 시밀러의 수출이 늘고 있으며 아직 선진국 수출 비중은 30% 미만이지만 향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의약품 수출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211889만 달러로 추정된다. 지난 2010년 수출 비중은 10.0%였지만 지난해 들어 13.0%로 확대됐다. 업계에선 내수 시장의 성장성이 3~4%대인 점을 감안하면 10% 이상 증가하고 있는 수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며 올해 수출 비중은 15.4%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업체의 높아진 R&D 역량은 이미 해외에서 확인되고 있다. 최근 국내 신약의 허가 승인 품목이 증가하는 추세이며 해외에서도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품목도 늘고 있다. 한미약품 외에도 바이로메드의 당뇨병성 신경치료제 VM202-DPN의 미국 FDA 3상 승인, 코오롱생명과학의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Invossa의 미국 FDA 3상이 승인됐다. 미국 FDA의 임상 3상 승인 건수는 총 4건으로 3~4 년에 한 번 꼴로 있었던 과거와 비교하면 큰 성과라는 설명이다.

국내 제약사들이 기술 수출로 약진하는 배경에는 해마다 R&D 투자를 높여 역량을 강화한 것이 주 요인이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현재 아웃소싱을 확대하려는 추세와도 맞닿아 있다.

올해 한미약품이 성사시킨 신약 기술 이전 규모만 64000억원대로 이전 가장 높았던 20072170억원과 비교하면 거의 30배가 넘어선 수치다.

오리지널 블록버스터의 특허만료에 따른 신수익 창출과 신약개발의 리스크를 줄이려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해외에서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격적으로 파이프라인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IG투자증권에 따르면, 2013년 글로벌 기술 이전 계약 건수는 2012년 대비 5% 감소했으나 계약금 규모는 오히려 16%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총 계약금 규모뿐 아니라 초기 확정 비용인 계약금 액수도 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개발 단계별 평균 계약금은 2014NDA(신약 허가) 22000만달러, 3상단계에 1억달러로 전년도와 비교해 각각 340%, 117% 증가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의 R&D 성과는 2016년에 더 괄목할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에서 향후 2016년까지 미국 FDA3상 승인 이상 기대되는 후보 물질은 최소 8건으로 올해 승인된 4건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외에 라이선스 아웃된 신약 후보물질들도 이같은 실적에 포함된다.

한미약품을 비롯해 다른 제약사 역시 신약 후보 물질에 대한 라이선스 아웃이 2016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제약사의 R&D 역량과 가치는 계속 상승할 것이란 예측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업체의 역량 향상에 따른 국내 헬스케어 산업을 다시 바라보는 계기가 되될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제약사 지속적인 R&D 투자 증대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 2004년 상위 7대 제약업체의 합산 R&D 투자 규모는 151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7.7%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투자 규모는 604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3%로 크게 늘어났다. 이러한 R&D 투자 확대는 국산 신약의 승인 증가(2006~2010: 52011~2015: 10)와 글로벌 업체와의 제휴라는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041514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7.7%에서 2014604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2.3%를 차지했다. 지난해 상위 7대 업체 합산 영업이익이 3688억원임을 감안하면 공격적인 R&D 투자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상장제약사들은 신약개발을 위한 R&D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상장 제약사들의 매출액 대비 R&D투자가 연간 1조원대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의료 분석평가 사이트인 팜스코어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63개 상장제약사의 R&D 부문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가장 왕성하게 투자를 하는 곳은 한미약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미약품은 매출액의 20.6%946억원을 R&D에 투자해 비용 자체는 물론 매출액 대비 투자 비율에서도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한미약품의 매출대비 투자비율은 비록 셀트리온(29.0%)에 밀려 1위를 내줬지만 국내 제약사 중 유일하게 해마다 1500억원 이상을 R&D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이어 셀트리온(769억원), 대웅제약(471억원), 녹십자(447억원), 종근당(409억원) 순으로 투자비용이 많았다.

전체적으로 100억원 이상 R&D 비용을 투자한 기업은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을 포함해 12개사였다. 올해 상반기 이들 기업의 R&D 비용 총액은 4624억원으로 전체 63개 기업 투자액(6202억원)74.6%를 차지했다.

국내 제약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이 이들 제약기업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R&D 투자비율은 셀트리온(29.0%) 한미약품(20.6%), LG생명과학(20.5%), CMG제약(17.9%), 종근당(14.2%) 순으로 높았다.

내년 신약 파이프라인 상업화 기대감 고조

국내 제약사들의 자본력과 기술의 축적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의 해외 개발도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품목 허가를 신청한 신약과 임상 후기 과제들이 많아져 향후 상업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술 이전과 함께 선진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증가도 기대된다. 지난해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수출 비중은 26.1%를 차지했다. 해외 임상을 진행하는 파이프라인이 많아 선진국 수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업계와 증권업계에선 현재 종근당, 동아에스티 등이 한미약품처럼 R&D 투자에 따른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연구개발 강화에 나선 종근당은 지난해 연구개발 투자 금액 747억원(매출액의 13.7%)을 기록했고 올 1분기 신규 임상 승인 건수 10건으로 최다를 차지했다. 내년에도 안정적인 성장과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며 올해 순이익 388억원으로 전년 대비 10.4%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상위 제약업체 중 유일하게 ROE 및 영업이익률 모두 10%를 기록했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10월 자체개발신약인 당뇨병치료제 슈가논(개발코드명: DA-1229)’이 국내 26번째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승인을 받았다. 동아에스티는 자이데나(10), 시벡스트로정(24), 시벡스트로주(25)에 이어 4번째 신약 허가 승인으로 제약업체 중 가장 많은 국내 개발 신약 보유 회사가 됐다.

슈가논은 동아에스티가 자체 개발한 5번째 신약으로 스티렌, 자이데나, 모티리톤, 시벡스트로에 이어 동아에스티의 우수한 R&D 기술력을 보여주는 제품이다. 국내 허가를 계기로 국내 시장뿐 아니라 해외 시장 진출에 보다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녹십자는 혈액제제와 백신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북미시장에 혈액제제 공급을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R&D 경쟁력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임상3상을 완료한 혈액제제 IVIG-SN(면역글로블린)은 미국 FDA에 시판허가를 신청, 2016년 말에 북미를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상용화될 전망이다. 캐나다에서 퀘백주 정부와 공동으로 혈액제제공장과 관련해 1800억원을 투자, 2019년에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20%는 캐나다에 공급할 예정이고, 80%는 미국을 포함한 기타 지역에 수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50만리터를 추가로 증설할 예정인데 이는 내수보다는 대중국 수출을 겨냥한 것이다.

안국약품은 매년 매출액 대비 10%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 있으며 개량신약, 천연물신약과 더불어 최근 바이오의약품 및 혁신 신약 개발에 있어서도 우수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연구를 집중하고 있다.

당뇨, 비만,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 장애의 원인인 코티솔의 양을 조절하는 효소, 11β-HSD1을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63개국에 PCT를 출원했고 이 중 3개국(호주, 캐나다, 일본) 특허를 획득했다.

대사질환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11β-HSD1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가장 우수한 화합물을 선정했으며 현재 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전임상시험을 완료한 후 유럽(EMA) 임상 1상 시험을 위한 임상승인계획서(IND)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혈당 조절뿐 아니라 지방대사에도 효과적으로 작용해 DPP-4 억제제 이후의 혁신적인 당뇨 치료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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