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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정신건강 '위험수위' 우울증과 화병, 중독 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의학적인 관점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더 크다. 방치할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수도 있고 충동적인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그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현대사회에서는 신체건강에 기울이는 관심이나 노력 못지 않게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마음이 병 들어 있으면 신체의 건강도 의미가 없다'는 말이 있다. 늘고 있는 정신질환 원인과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정신건강과 행복조사'라는 설문조사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성인 중 36%가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대상자 중 3분의 1정도는 우울, 불안, 분노 같은 정서적 문제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대한민국의 '행복지수(BLI·better life index)'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하위권인 2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10년째 OECD국가 중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자살률만 봐도 알 수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김영훈 이사장은 "경제발전과 더불어 급속히 진행된 사회변화는 우리로 하여금 소중한 정신적 유산을 잃고 경쟁과 분노의 소용돌이 속에서 떨고 있는 상황"이라며 "효와 예의, 존중과 배려, 책임감과 봉사의식, 소통과 공감 등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새삼 거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극심한 경쟁사회 분노·화병 불러
그렇다면 세계 유례가 없는 성공적 성장에도 왜 많은 한국인들이 분노하고 우울해하며, 자살하려 하는가. 전문가들은 "그것은 현대산업사회 공토의 문제인 극심한 경쟁, 빈부격차와 더불어 한국 특유의 한과 화병이 해소되지 않고 대물림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분노사회 현상은 임상적인 '화병'과 문화적인 한(恨)에 대비된다. 화병은 한의 병리적 현상으로 '억압된 분노(억울)'이다. 한국인은 우울증으로도 자살하지만, 홧김에 술마시고 홧김에 자살하기도 한다.
특히 현대사회는 산업화, 기계화의 비인간화 현상이나, 일상생활에서의 과잉 자극에 의한 시달림 등으로 많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인간의 신경을 더욱 피로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사회의 물리적․심리적인 상황은 인간에게 무력감, 고립감, 안감을 불러일으켜 현대에 사는 현대인들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정신병적인 현상을 자아내게끔 하고 있다.
최근 ‘헬조선’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헬조선은 지옥을 의미하는 영단어 ‘헬(hell)’과 대한민국을 의미하는 ‘조선’을 합친 신조어로,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란 뜻이다. 주로 극심한 양극화 현상, 만연한 부패, 상류층의 갑질,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분위기 등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현실을 자조적으로 말할 때 쓰인다.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는 '분노 사회', 'hell 조선', '피로사회' 같은 용어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풀지 못한 화, 집안의 화 된다
화병은 속상함, 억울함, 분함, 화남, 증오 등의 감정을 풀어내지 못하고 참는 문화가 강한 한국 등 동양권에서만 나타나는 질환이다. 대개 시댁, 남편, 자식과의 갈등을 겪는 주부에게서 나타나지만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취업준비생,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를 풀 곳 없는 직장인도 화병을 앓는다.
한 취업포털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90% 이상이 화병을 앓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퇴출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까지 더해져 화병 위험에 크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화병 치료에는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같은 정신과적 약물 및 상담을 병행한다.
최경숙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화병을 겪는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보면 모든 면에서 참기를 반복하고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인 경우가 많다”며 “화병을 막으려면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 가슴속의 응어리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화가 난다고 해서 그 즉시 화를 내면 더욱 악화된다. 불발탄을 해체하듯 천천히 침착하게 화를 다스려 풀어야 한다”며 “간단한 체조나 심호흡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는 것이 좋다. 그날 받은 스트레스는 그날 해소하고 운동이나 음악 감상 등 나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는 정신질환의 근원
만병의 근원 스트레스. 모든 정신질환은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다고 전문의들은 입을 모은다. 우울증,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등이 대표적이다. 각박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스트레스에 무방비로 노출돼있다. 성과중심의 무한경쟁과 물질만능주의, 만성화된 실업, 고용불안, 상대적 박탈, 우울 등이 스트레스로 작용하면서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우울증 진료인원은 2009년 43만407명에서 2013년 51만8886명으로 20.5% 증가했다. 불안장애 역시 40만1230명에서 49만3080명으로 22.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현대사회에서 우울장애와 불안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증가하는데다 최근 유명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자료제공 MBC '왔다 장보리'
분노로 인한 우발적 범죄·자살 급증
순간적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특히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마저 적지 않다.
20~30대의 경우 이른바 '분노조절장애'를 겪는 경우도 많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의학적 치료 등 개인 차원의 대책도 필요하지만 과도한 경쟁, 스트레스, 사회적 공정성 붕괴 등 구조적 문제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다양한 중층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국가 중 1위를 달리고 있는 자살도 분노가 타인이 아니라 자신에게 향하게 돼 벌어지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병원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1년간 자살 시도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78.5%가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답했다.
유럽ㆍ미국의 경우 자살의 70~80%가 미리 준비해서 이뤄지는 '계획 자살'인 것과는 정반대로 홧김ㆍ충동 자살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인들이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의학적 통계치료도 입증되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 결과 한국인 50%가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으며, 10% 정도는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20~30대 젊은 층의 분노 조절 장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인격 장애ㆍ행동 장애로 진단된 환자의 연령대는 2014년 기준 20대가 전체의 28%로 가장 많고, 30대 18%, 10대 17% 등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의 원인 진단과 해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오고 있다. 분노 조절 장애도 엄연히 정신 질환의 하나로 개인이 특별히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하며, 사회적으로도 치료 시스템ㆍ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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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구자섭 한국중독정신의학회 홍보간사 분노조절 안될땐 상담 치료 방치하면 극단적 선택 위험 Q. 현대인의 정신건강 수준이 위험수위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신건강도 심각한 위기상황인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공동 발간한 ‘2014년 건강보험통계연보’를 보면, 주요 만성 11개 질환 중에서 ‘정신 및 행동 장애’가 진료인원으로는 3위(252만명), 진료비용으로는 2위(2조 8340억원)를 기록했다. 고혈압, 당뇨, 간질환 등의 내과적 질환과 비등하거나 높은 수준이다. OECD 국가 중에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와 하위권 수준의 행복지수 또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위험한’ 정신건강 수준을 반증한다. Q. 그 어느때보다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정신질환이 늘고 있는 원인은 뭔가? 눈부신 경제 성장의 이면에는 치열한 경쟁사회와 극단적인 개인주의, 가족의 해체 그리고 심각한 부의 양극화 등의 문제점을 양산했다. 이 문제점들이 개인과 사회의 나쁜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정신건강을 해치는 저해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우리사회는 높은 자살률과 폭력, 중독, 재난 등과 관련된 ‘정신적 취약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의 서울 지하철 내에서의 만삭 임산부 폭행 사건과, 시신 훼손과 방화로 연결된 ‘트렁크 살인’ 사건만 봐도,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전 국민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판단된다. Q. 사회현안과 맞물려 부각되고 있는 정신질환은 어떤 것들이 있나? 청소년들의 폭력과 왕따 그리고 자살 등과 관련된 학교 문제가 지적된 것도 벌써 오래전 일이다. 충동적으로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충동, 분노조절장애 또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된다. 세월호 사태에서도 드러난 거대한 재난 후에 생기는 분노와 상실의 아픔 또한 사회적인 특성을 보인다. 이 외에도 음주, 도박, 인터넷게임과 관련된 각종 중독질환 또한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와 시민, 국가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 질환들이다. Q. 히키코모리 등 정신적 소외계층이 증가하는 이유는? 개인의 ‘정신적 취약성’은 높아지고, 이를 감싸고 치유할 수 있는 사회적 기능 또한 취약해져서 생긴 결과물이다.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가상세계가 일반화되면서, 대중과의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들이 늘었다. 아울러 입시와 취업 등과 관련하여 치열한 경쟁논리가 점점 ‘은둔해가는 외톨이’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지 못하는 이유도 있다. 사회의 무관심 또한 문제이다. Q. 자살이나 극심한 스트레스의 탈출 방법은?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지금 안 되면 다음에 하면 된다는, 여유를 스스로 가질 줄 알아야 한다. 건강하고 안전하게 분노를 표출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익히고,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과 원만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절한 수준의 약물치료 및 상담치료를 전문가를 통해 받아야 한다. 이 모든 방법은 마음의 여유에서 시작됨을 이해해야 한다. Q. 정신질환을 방치하면 안 되는 이유? 정신질환은 저절로 좋아질 수도 있지만 대부분 악화되고, 또 자주 재발할 수 있다. 악화와 재발을 경험하다보면 결국에 가정의 해체와 사회의 위기로 연결되는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적극적인 정신건강 관리 및 치료적 개입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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