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윤 대한치매학회 이사장
지금 세상 사람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치매다. 치매가 무서운 이유는 매우 흔하게 발병하고, 미리 예방할 수 없고, 계속 증상이 심해지고,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질병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그 병에 대해 잘 아는 것’이라는 표현이 맞는다면 우리나라의 치매에 대한 대책은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우선, 치매라는 말이 무섭다. 그래서 이 용어가 많이 쓰인다. 신문, 방송 등의 주제나 강연 제목으로 치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 청중을 모으기 쉽고, 주의를 집중시키기 쉽다. 연구 계획서나 국가 정책에 치매라는 말이 들어가면 연구비를 얻거나 예산을 확보하기가 쉬워진다.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에 쉽게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는 틀린 말이다. 치매는 질병의 이름이 아니다. 인지장애가 심해서 사회생활이나 직업적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태를 지칭하는 용어이지 그 자체가 질환의 이름은 아니다.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100 여 가지이고, 이들 중에는 스스로 시간이 지나면서 좋아지는 치매도 있고, 쉽게 치료 가능한 치매도 있다. 현재까지는 치료가 불가능한 치매도 있다. 따라서 치매의 치료, 예방, 예후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매우 힘들다. 원인 질환에 따라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술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 루이치매, 전두측두치매, 혈관치매처럼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치매라는 막연한 용어는 가능한 사용을 자제한다. 또 주로 치매 환자들을 진료하는 전문가들은 진료 시에는 ‘치매’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환자들이 너무 무서워하고 기분 나빠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치매의 60% 이상은 알츠하이머병 때문이다. 이 알츠하이머병은 아직 궁극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 현재까지는 적절한 치료로 알츠하이머병의 일시적인 인지기능의 개선, 심리증상 및 이상행동의 개선, 병의 진행을 조금 늦출 수는 있지만, 병의 원인적 치료는 아직 없는 상태다.
많은 새로운 약제들이 나오고 연구되고 있지만 현재까지 성공적인 연구 결과를 보여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원인적 치료는 없다.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흔하고 중요한 증상이 기억장애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치매의 가장 중요한 증상을 기억장애로 알고 있다.
실제 기억장애는 알츠하이머병의 가장 흔한 증상이고 가장 일찍 나타나는 증상이다. 하지만 기억장애 없이 행동장애나 심리증상, 또는 신경학적 증상이나 기억장애 없이 다른 인지기능장애로 나타나는 치매 질환도 많고, 일부 알츠하이머병은 기억장애 없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성격의 변화, 행동의 변화, 사고의 변화 등이 있는데, 이런 경우는 치매가 아닌 다른 증상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이유로 알츠하이머병 이 외의 다른 치매 유발 질환들은 제대로 진단 받지 못해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50대에 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하게 나타나는 전두측두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흔한, 드물게 진단되는 치매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치매가 아니면 정상으로 생각한다. 이분법이다. 나는 치매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이고 저쪽은 치매라 비정상이고, 그래서 정상인 나는 비정상인 저쪽에 속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그리 될까봐 무서워한다.
그래서 전쟁을 한다. 우리나라 치매 정책의 모토는 ‘치매와의 전쟁’이다. 이런 개념은 개인이, 사회가, 국가가 치매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고, 대책을 세우는데 큰 걸림돌이 된다.
정상과 치매 사이에는 많은 상태가 존재한다. 정상에서 치매까지는 계속 이어져 있는 하나의 스펙트럼이다.
현재 인지기능이 정상인 지금의 나와 치매는 전혀 관계가 없는 다른 상태가 아니고, 나이가 듦에 따라 나도 쉽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상태라고 인식을 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속에서 대책을 세워야 진실에 가까운 대책 방안을 모색하고 실행할 수 있다.
치매는 지구상 모든 국가의 공통된 문제다. 치료 방법을 찾고, 환자의 증상개선을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미 치매 증상을 보이는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 또는 국가 대책에 대해서는 그 사회나 국가의 상황과 특성을 고려한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질병 자체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은 그 질병이 어디에서 발생하건 예외 없이 같다. 그래서 세계가 힘을 합해 치료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이 문제를 환자 중심으로 생각하면 다르다. 환자는 같은 질환에 걸려도 나타나는 증상이 모두 조금씩 다르다. 치료도 각 환자 개인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적절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사회나 국가도 구성원의 특성, 사회적 전통이나 특징에 따라 치매 환자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모두 다르다.
따라서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대책은 그 국가의 특성과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고안되%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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