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배출권거래제 준비기획단 이형섭 서기관
이형섭 환경부 배출권거래제준비기획단 서기관
기후변화로 인한 문제는 국가와 지역의 환경, 산업, 문화는 물론이고 생활양식의 변화를 초래할 만큼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홍수, 가뭄, 폭염 등 속출하는 급속한 기후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물이 멸종위기에 직면하고, 식물의 생장과 어류 등 생물의 분포가 변해 식량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최근에는 많은 나라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을 기회로 인식해 그 태도를 바꾸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수단으로 배출권거래제를 들 수 있는데, 이제는 이미 세계적 트렌드가 됐다고 할 수 있다. EU에서는 200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해 오고 있고, 이를 통해 산업 경쟁력 약화없이 효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미국, 뉴질랜드 등 다른 대표적인 선진국에서도 배출권거래제는 핵심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수단이다. 개도국인 중국도 베이징, 상하이를 포함한 7개 성(省)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2016년 이후부터는 전국 단위 배출권거래제를 실시할 예정이라 한다.
월드뱅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전세계에서 EU 다음의 2번째로, 국가 단위로는 가장 큰 탄소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다. 다른 국가들의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기후변화는 기술개발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고, 선도적인 대응으로 기회창출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바탕이 된 것으로 생각된다.
2015년 1월 1일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시작된다. 2012년 관련 법령을 제정할 때부터 지속됐던 제도에 대한 논쟁은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정점을 향했었다. 혹자는 부담만 되는 제도를 왜 우리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반면에 혹자는 배출권거래제는 피할 수 없는 국제적 흐름으로 부담이 아니라 기회라고 주장했다. 그러한 논쟁을 뒤로 하고, 지금은 새로운 제도의 시행을 위한 준비를 완비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비용효과적인 온실가스 감축 정책수단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것이 1차적인 목적이긴 하나, 제도의 시행으로 저탄소산업 및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를 촉진해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경제체질을 저탄소, 에너지 고효율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것도 2차적으로 가지고 있다. 추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더불어 전통적인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개선돼 국민 보건 증진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발전분야에 계획 중인 ‘청정발전계획’을 통해 연간 2700∼6600명의 조기사망자, 14∼15만명의 아동 천식환자, 340∼3300명의 심장마비 환자를 구할 수 있다 한다.
배출권거래제에서는 정부가 배출허용총량(Cap)하에서 각 기업별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양을 할당하고, 기업은 그 범위 내에서 생산활동과 온실가스 감축활동을 하되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의 기업 간 거래(Trade)를 허용하는 제도다. 지난 2012년 5월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초당적 동의를 얻어 근거법률이 제정된 후,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시행을 위한 면밀한 준비를 해 왔다. 뿐만 아니라 제도설계과정부터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전문가·산업계·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운영하고, 수십차례에 걸쳐 간담회·설명회 등을 개최했다.
그 결과 올해 1월에는 배출권거래제 운영의 중·장기 방향을 제시한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배출권거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배출권거래소로 한국거래소(KRX)를 지정했다. 또한 지난 9월에는 전문가 검토, 관계부처 협의, 산업계·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했고, 배출권 할당·검증·인증·조기감축·상쇄·거래 분야의 세부지침을 마련했다.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은 1차 계획기간(’15∼’17년)의 세부 운영계획으로 배출허용총량(Cap), 배출권 총수량, 대상부문·업종, 업체별 할당방식 등을 담고 있다. 향후 3년간 배출권 총수량은 약 16억 87백만 KAU이고, 적용대상은 5개 부문·23개 업종이다. 할당계획이 확정된 후 의무적 대상업체 및 자발적 참여업체를 포함한 525개 기업이 할당대상업체로 지정됐다. 업체별 할당은 할당대상업체가 작성·제출한 배출권 할당신청서를 토대로 과거 온실가스 배출량(GF: Grandfathering)이나 과거 활동자료량(BM: benchmark), 예상된 신·증설 등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관계부처 협의와 할당결정심의위원회(위원장: 환경부차관)의 심의?조정을 거쳐 업체별 할당량이 결정·통보됐으며, 이에 따라 2015년 1월 1일부터 배출권거래제가 시행을 위한 준비가 모두 완료됐다.
배출권거래제를 마주한 기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 기본적으로 다음의 3가지 대안을 떠올릴 것이다. 해당 사업장에서 온실가스를 감축할지, 외부 감축사업을 추진할지, 아니면 배출권을 구입할지 말이다. 기업들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중요한 의문 한 가지. ‘그러면 온실가스를 감축해서 돈을 벌수도 있나?’ 이러한 의문을 가지는 것은 기후변화 대응을 부담이 아닌 새로운 기회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목표관리제와 비교해 내년부터 시행되는 배출권거래제가 가진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기업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온실가스 감축부담에 대처한다는 소극적인 입장을 버리고 새로운 사업유형을 창출해 기업의 이익을 높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도 시행을 두 달여 앞둔 지금 정부는 기업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하고 있다. 제도를 도입·운영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지만, 그 기회를 활용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선택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걷고 있는 경제혁신과 창조경제의 길은 그러한 기업들의 선택이 모아져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Copyright @보건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