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주 미래창조부 정보화전략국장
젊고 활기찬 한국이 늙어가고 있다. 고령화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다. 통계청의 ‘2010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명 중 1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5년 전에 비해 노인 인구 비율은 24.3%가 늘어났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2026년이면 우리나라도 노령 인구 비율이 20%가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고령화 사회로의 급속한 진전은 만성질환자 수의 증가에 인한 노인의료비 급증을 동반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1 건강보험 주요 통계’에 따르면 노령 인구가 지출한 의료비는 건보재정의 33.3%인 15조 3,768억 원에 육박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만성질환자 관리 대책 능력은 OECD 회원국 중 최하위에 머물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OECD에 따르면, 대표적 만성질환인 천식과 만성폐쇄성질환(COPD)은 인구 10만 명당 각각 101.5명과 222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천식의 경우 OECE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만성질환은 평상시나 일차 의료환경에서 관리만 잘 해도 병원 입원율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 생활수준 향상으로 의료 복지와 웰빙 수요가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과거 공급자 주도 하의 수동적 치료 위주의 의료 서비스는 수요자 중심적인 예방적·능동적 의료 서비스로의 이동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보건의료 ICT의 가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현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1위(Akamai, 2014), 전자정부 준비도 1위(UN, 2014), 스마트폰 보급률 1위(SA, 2013)로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세계 최적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4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센서 네트워킹 기반의 IoT 환경 개선과 웨어러블 산업 생태계의 발전 양상을 지켜볼 때, 2015년은 보건의료 ICT의 도약을 위한 적기라고 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미국 등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의료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관련된 제도 마련 및 국가 규모의 이니셔티브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 이후 이른바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안(Affordable Care Act) 입법과 함께 공적 보험 수급 대상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이에 대비해 미국 정부는 공공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TELE-MED Act법 시행으로 원격진료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인 일본의 경우 일찍이 원격진료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는데, 1989년부터 추진되어 온 일본의 원격의료 정책은 2000년 ‘일본건강21’을 통해 재택 의료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일 등 선진국의 경우 이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 하에 非진료영역(개인건강정보, Personal Health Record)을 중심으로 개인맞춤형 건강관리서비스 시장 활성화 추세에 들어섰다.
한편, 우리나라의 원격의료는 1990년대부터 시도되어 왔고 2013년 말부터 추진된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보건의료 분야가 신수종산업으로 지정되면서 본격적인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된다. 창조 비타민 프로젝트에서는 생애주기별 개인맞춤형‧예방형 보건의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국민 의료복지 향상과 국가 재정부담 완화를 동시에 추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원격진료를 둘러싼 업계 내 이견에 따라 아직까지는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적 한계를 안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의 정책 방향성은 법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덜한 원격건강관리(Wellness) 분야에서 상용화 모델의 실증‧확산에 비중을 두고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일례로, 개인 이용자(스마트폰)-지역건강증진센터 간 연계로 운동‧식이요법 처방 등의 u-Fitness 서비스, 웰빙체험 공간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유무선 네트워킹 및 빅데이터·센서 기술 등을 활용한 건강정보의 축적‧공유‧활용을 지원하여 저비용·고효율의 의료서비스 제공 기반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개인별 의료정보 데이터를 축적한 플랫폼(ICT힐링 플랫폼) 구축 사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보다 최근의 성과물로는 빅데이터 기반 중증환자 생존율 향상 및 질병 주의예보 시스템(복지부)과 스마트폰 기반 운동지수 모니터링 솔루션 및 Wellness ICT 시범 적용(건강보험공단) 등이 구체적 기술 개발과 현장 적용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또한 원격의료 서비스 모형 설계, 플랫폼 개발 수행, 원격의료 수가체계 개발 등의 시범 사업들 역시 원격건강관리를 위한 필수적인 기술 요소로써 산학 협력 하에 추진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원격의료 시범사업들은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서비스 모델 및 운영기술 개발은 물론 기술 관점에서의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정책 피드백을 제시함으로써 원격의료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해 줄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보건의료의 ICT화는 중장기적으로 모두에서 언급된 만성질환과 공공 의료복지 재원 부담 해소에 기여하며 국가경쟁력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의 영어 표현인 테크놀로지(technology)는 고대 그리스어인 테크네(techne)에서 유래했다. 여기서 테크네는 인간 삶의 가치나 목적 그 자체로서의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도구를 생산해 내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테크네와 생태계를 갖춘 우리나라는 이제 보다 윤택하고 건강한 국민의 삶을 위해 우리의 테크네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대학, 연구기관, 산업 단체, 그리고 의료인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대의를 위해 고민해야 할 지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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