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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 (ALS)

  • 고유번호 : 569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21:17

전신마비로 발병2~5년내 사망
 
스티븐 호킹도 투병
온몸의 근육이 수축되다 마침내 심장근육에 이르면 사망하는 무서운 불치병에 걸린 20대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나는 사형선고를 받았고 지금은 집행유예 기간이다. 따라서 남은 일생동안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아 절망하기 보다는 새로운 희망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결혼도 하고 박사과정도 밟았다. 그후 케임브리지 대학 물리학 정교수가 돼 빅뱅이론을 발표, 세상을 놀라게 한 제2의 아인슈타인이 된 휠체어 위의 석학. 그가 바로 스티븐 호킹이다.
69년 국가의 부름을 받고 월남으로 파병된 22세의 윤종수씨. 혁혁한 전과로 용맹을 떨친 해병 청룡부대 2대대 2중대 소속. 그는 역전의 용사였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낮선 이국에서 싸움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오직 명령에 죽고 명령에 사는 신념으로 전투에 임했던 열혈남아. 호지명 루트를 누비며 연전연승하던 그는 전투 8개월만에 호이얀 인근에서 부비트랩으로 발바닥이 날아가는 부상을 당하고 후송됐다.


     희망과 절망 교차


그후 공무원 생활을 하다 29살 되던해 부인 박영자씨(48)와 결혼,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왔다.  그런데, 불행이란 행복한 가정에 소리없이 찾아오는 악마라고 했던가. 3년전부터 오른쪽 손가락 두개가 꼬부라지고 다리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손에 무엇을 잡지도 못하고 걷는 것이 힘들었다. 어느날 부터 인가는 벽에 손을 집고도 일어설수 없으며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는 현재 휠체어에 앉아 하루종일 TV를 보는 것으로 소일하고 있다. 그런데 눈마저 나빠져 왔다. 죽음에 이르는 길이 이런 것인가. 윤씨는 상념에 잠겼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한 것 보다는 누가 하라고 하면 해온 순종하는 삶의 결과가 이런 것인가 생각하니 회한이 몰려왔다. 그러나 한줄기 희미한 생명의 줄을 놓지않고 있다. 죽는 다고 생각한 순간 삶에 대한 욕구가 솟구쳐 왔다. 밥을 먹는 것, 화장실에 가는것등 스스로 할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지만 마음만은 의욕으로 가득차 있다.
부인 박씨는 불명확한 발음을 정리해 주면서 애처로운 눈길로 남편을 바라봤다. 잠시후 그는 제대로 말을 잊지 못하며 눈물을 흘렸다. 한평생 백년해로는 못해도 지금 헤어지기는 너무나 아쉽고 속상한 생각을 지울수 없다. 두 자식을 뒷바라지 하면서 여행 한 번 다녀보지 못하고 일만 해온 지난날들이 스쳐 지나가자 어느새 눈물은 흐느낌으로 변해갔다.


   고엽제 후유증 의심


어쩔 것인가. 이제는 떠나야 하는 남편. 그는 서서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옆에서 지켜보는 시동생이 고맙다. 새벽 잠도 자지 못하고 대전에서 서울까지 부랴부랴 형님을 모시고온 시동생이 왠지 든든하게 느껴졌다. 『숱하게 병원을 다녔지요. 약도 많이 먹고요.』 그러는 사이 조금씩 모아뒀던 돈도 다 바닥이 났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 된 상황. 한 대학병원에서 그는 근육위축성축사증(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이라는 낯선 진단을 받았다. 이때부터 대전에서 서울로 오는 일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거동을 못하는 남편을 대신해 박씨가 구멍가게를 해 생계를 꾸리고 있지만 형편이 말이 아니다. 다행히 자식들이 아빠를 이해해줘 위안을 삼고 있다. 혈육의 정이란 이런 것인가.
윤씨는 평소 건강했던 자신에게 「깊은불행」이 닦친 것을 월남전 참전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고엽제 후유증을 배제할수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건강해져서 다시 일을 하고 싶은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부인 박씨는 그가 말하는 건강은 걸어다닐수 있고 노동 할수 있다는 것이 아니고 단지 손가락 만이라고 움직일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도 이 병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눈치채고 있는 것이다.
태어난지 이제 겨우 2개월된 효리도 ALS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 송정숙씨(29)는 임신중에도 별 이상이 없고 태어나서도 잘 울어 다음날 바로 퇴원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전체적으로 몸에 힘이 없고 손가락등을 잘 움직이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축축 늘어지는 정도가 심해졌다. 벌렁 뒤로 누운 개구리 처럼 그렇게 사지가 늘어졌다.
아버지 강기석씨(30)는 애가 울어도 목소리가 크지 않고 호흡이 가쁘고 가래도 나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3살인 큰애는 정상적으로 잘 크는데 효리 때문에 큰일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는 안아달라고, 움직일수 없는 손발을 애써 움직이려고 하는 모습을 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아픔을 느낀다고 초점없는 시선으로 말했다. 우유를 먹지만 먹는 양이 적어서 인지 입술이 부르튼 효리를 지켜보는 것은 슬픈 일이다. 부모는 효리와 곧 헤어져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노동일을 하는 김상태씨(가명.48)는 2년전 부터 어깨가 욱신거리고 목과 팔꿈치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평소 건강했으므로 근육이 뭉쳐서 생긴 것으로 판단하고 며칠 쉬면 낫겠지 생각했다. 그러나  침술원에서 침을 맞고 약을 사먹어도 좀체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팔을 들어 올리기가 힘들어 지고 작년 부터는 근육이 말려 들어가 팔은 앙상한 뼈만 남게 됐다. 김씨는 하루벌어 하루 살아갈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으나 병명이나 알고자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루게릭 사망후 명명


『입원한지 3일이 지났으나 병원에서는 아무 말도 없어요. 갑갑하기도 하고 무슨 큰병은 아닌가 걱정이 돼요.』 돈벌이 나간 부인을 대신해 병수발을 들고 있는 형은 연신 답답하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리고 치료비가 비싸면 도리없이 퇴원해야 하는 형편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직은 더듬더듬 말을 하는 김씨는 알루미늄 새시를 만드는 공해시설에서 오랫동안 일한 것이 이같은 병을 가져왔다고 여기고 있다.
ALS는 1938년 뉴욕 양키스의 4번타자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신화적 존재로 남아있는 루게릭이 이병에 걸려 죽은 후 그의 이름을 따 루게릭병이라고 불리게 됐다. 이 병은 전신이 굳어서 마침내 죽게 되는 전신마비증으로 실제병명은 근육위축성축사증.
발병후 2-5년내 폐렴이나 호흡마비로 거의 100% 사망한다. 40대에서 60대에 빈발하며 남자가 여자보다 2배이상 발병률이 높다.
영동세브란스 재활의학과 문재호교수는 신이 내린 가장 극악무도한 질병인 ALS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뇌세포는 살아 있어 목숨이 붙어 있는한 사고할수 있고, 의사를 전달 할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마땅한 치료법이 없으나 재활훈련을 받으면 희박하지만 10년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료중 호흡재활이 가장 중요하며 그 다음은 근육강화, 관절펴주기, 정신적 요법 등을 병행하면 효과를 어느정도 기대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전인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전문의사는 물론 재활간호사 물리치료사, 작업치료사, 임상심리학자, 언어치료사, 음악치료사 등 팀이 구성돼 있어야 하는데 국내는 이런 시설을 갖춘곳이 한군데밖에 없어 환자들이 치료를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다. 또 수천만원 하는 호흡기 등을 구비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치료도 병의 진행을 막을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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