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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

  • 고유번호 : 565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19:54

전북 김제에 사는 초등학교 2학년생 김태형군. 김군은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학교생활을 즐겁고 활기차게 보내고 있다.
다리를 조금 저는 것과 왼쪽 팔에 나타나는 약간의 마비증상만 아니라면 수백만명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에 걸린 환자라고 믿기 어렵다.
성격도 활발하고 학업성적도 우수하다.


악몽같던 그시절


여섯살에 골수이식을 받기전까지 무려 34번의 입퇴원 반복, 담당의사의 ‘앞으로 몇 년내에 사망한다’는 충격적인 진단, 온몸에 나타나는 습진으로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피가 나도록 긁어대야 했던 기억들이 잊혀진 과거가 됐다.
태형이 어머니 고명숙씨(34)는 이런 일들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
태형이는 태어나면서 부터 이상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를 제외하고 붉은 반점이 온몸을 덮었다.
부모는 물론 의사들도 놀라고 당황하기는 마찬가지. 이런 신생아는 처음보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시도 때도 없이 귀에서 피가 쏟아졌다.
이비인후과에 갔으나 이상이 없다는 대답뿐.
소아과에서는 신생아들은 대개 그럴 수 있다는 애매한 설명을 들어야 했다.
또 어떤 곳에서는 감기가 심한 것이니 며칠 지나면 괜찮을 거라고 안심을 시키기도 했다. 여기저기 병원을 전전하는 사이 태형이의 증세는 더욱 심해지기 시작했다. 먹으면 즉시 토해냈다.
남원의 한 병원에서는 장염으로 진단하기도 했다. 안되겠다 싶어 대학병원을 찾았고 그곳에서 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이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병명을 얻었다.
담당의사는 외국에서는 간혹 있으나 우리나라에는 처음 보고되는 희귀질환이라고 설명했다.
혈소판의 수치와 면역력이 약해져 태형이의 건강은 급속히 악화돼 생사의 갈림길을 헤메기 시작했다.
몸의 여기저기에서 저절로 피가 나오고 조금만 부딪혀도 멍이 들었다. 팔꿈치 등 몸의 접히는 부분은 습진이 끊이지 않았다. 임파선염, 장염을 달고 살았다. 숨쉬는 것으로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뿐 어디에도 생명연장의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이…


치료는 고작 습진연고를 바르거나 혈소판수치를 낮추는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가족들은 각각 그날의 준비를 마음속으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체온이 있는 생명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때 성공 가능성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골수이식을 하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하늘이 부모의 지극정성을 들어준 것인가.
어렵게 골수이식을 결정했다. 그러나 조직이 맞아야 하고 수천만원에 이르는 돈이 문제였다.
서울 여의도 한 대학병원에서는 4,000만원 이상이 든다고 했다. 전남대 병원에서 그 절반가격으로 동생 주형이의 골수를 이식받았다.
이식후 태형이를 괴롭히던 만성습진 등 모든 증상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잘 먹고 잘잔다. 2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병원신세를 진적이 없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지난 세월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7살박이 동생 주형이가 형을 살린 셈이다. 선천적인 유전병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 주형이는 어렵게 태어났다.
모계의 이상(엄마만 보인자)으로 아들에게만 유전(25% 발병확률)되기 때문에 동생도 발병 가능성이 컸다. 더 이상 아기를 갖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바램은 가족들의 완강한 설득에 무너지고 말았다.
“결과론적 이지만 주형이를 낳지 않았다면 지금 태형이도 없을 겁니다” 처음에는 신을 원망했지만 이제는 신께 감사드린다는 고씨.
그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국내에도 태형이와 같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들과 아픔과 희망을 함께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생명연장의 가능성


6세인 조모 어린이. 생후 45일경 부터 양쪽 하지와 안검에 점상출혈 이후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 자반증, 계속되는 습진, 항문주위 농양, 헤르페스, 구내염, 기관지염, 중이염 등이 반복됐다.
말초혈액검사 세포 및 조직검사후 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으로 의심됐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로 더 이상 검사할 수 없어 확진을 내리지는 못했다. 현재 이 아이는 항생제 스테로이드제 투여로 림프절 종대는 사라졌다. 그러나 잦은 감기와 혈소판 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한림대 소아과 최현경 교수는 “여러 검사를 통해 확진할 수 있으나 확진된다해도 치료법이 없기 때문에 부모들이 검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교수는 “선천성이기 때문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병원에도 4살된 남자아이가 치료받고 있다.
이병원 소아과 이광철 교수는 “이 아이도 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의 전형적인 증세인 만성습진, 혈소판 감소 등이 나타나고 있다”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37년 첫 발견


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WAS)은 성염색체 열성으로 유전하는 것으로 37년 위스코트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된 뒤 54년 알드리히에 의해 추가 발견돼 이들의 이름을 따 붙여졌다.
외국에는 100만명당 한두명정도 발생빈도를 보이나 국내에는 현재까지 20례정도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들이 어느 병원에서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는지는 모른다.
환자의 주 특징은 혈소판 감소증, 반복되는 감염, 피부습진이며 사망원인은 대개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 때문이다.
건강한 아이에 비해 악성종양 발생 위험이 1만배 이상 높고 악성 림프종과 백혈병, 드물게 림프증식성 병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환자들은 청소년기 이전에 중증의 감염, 출혈 또는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사망하게 된다.
치료는 비장 절제술을 비롯한 여러 보조적 방법이 사용되고 있으나 원인 치료에는 미치지 못한다. 골수이식만이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연장할 뿐이다.
국내 처음으로 위스코트알드리히 증후군 환자의 골수이식에 성공한 전남의대 국훈교수는 “골수만 맞으면 성공가능성이 크고 일단 성공하면 정상적인 성장과 지능을 갖고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골수이식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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