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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성 신종

  • 고유번호 : 561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18:16

포도송이같은 신장낭종 생명위협
    
혈압으로 쓰러져
충남 장항에 사는 나희순씨(가명.49).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했던 나씨는 가게일을 보다 갑자기 쓰러졌다.  혈압이 높았던 것이 원인이었다.  일주일간 사경을 헤매다 겨우 깨어난 나씨는 그때부터 사는 것,먹는 것, 입는 것 등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꿈에 성모마리아가 나타나고 하늘나라가 보이는등 죽음 직전까지 갔던 그는 살아난 것을 감사하기도 전에 병마와 싸움을 벌이는 새로운 삶과 맞닥뜨렸다.
그 후 10년째 병원을 들락거리고 있다. 서울대병원 입원실에서 만난 그는 아무리 좋은 화장품, 아무리 비싼 옷도 관심밖의 일이라고  희미하게 웃었다.
“몸이 최고지유. 건강해야 무슨일을 하는디유, 애들 보기, 남편보기가 힘드네유.” 그는 진한 충청도 사투리를 쓰면서 생각하기 싫은 지난 기간을 회상하기라도 하듯 시선을 허공에 두었다. 앞자리의 환자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내자 자신이 겪었던 수술의 끔찍한 통증이 생각난 듯 미간을 찌푸렸다.
1달여만에 퇴원한 나씨에게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움직이는 모든 것에 대한 경외감이랄까. 건강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한약을 무지하게도 많이 먹었다. 그런데 별 차도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옆구리에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처럼 꾸물꾸물한 느낌이 들고 눈으로 보기에도 아랫배가 축 늘어져 군산병원, 도립병원, 대전성모병원 등을 전전했다.
나씨의 병명은 다낭성 신종.
그는 아버지가 뇌출혈로 사망했고 여동생도 자신과 같은 병을 얻어 ‘몹쓸 병’이 유전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행히 동생은 뇌사자의 신장을 이식받아 현재 건강하게 살고 있다. 나씨는 퇴원하면 밤10시가 되도록 채소가게를 해야 하는 힘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수술후의 끔찍한 고통
배순자씨(가명 52.)는 열이나고 춥고 감기기운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고 배에 혹이 만져졌다.
강남성심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배에 호스를 꼽고 물을 빼냈다. 일주일만에 퇴원했다. 그런데 식사하기가 힘들었다. 속이 메슥거리고 음식냄새 때문에 밥 한숟가락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뜨거운 물에 말아 순식간에 먹는 일상이 되풀이 됐다.
작년 7월에 수술을 했는데 또 수술을 걱정해야 할 만큼 배가 불러왔다. 임신막달의 임산부처럼 부풀어 외출할 경우 이상한 시선을 느낀다. 똑바로 누워 잠을 잘수가 없을 정도다.
그는 겁이 난다고 말했다. 수술할때의 끔찍한 고통이 참을수 없을 정도 였기 때문이다. 담당의사는 혹이 한두개가 아니고 수십개인데 하나를 제거하면 다른 하나가 커져 시기가 문제일뿐 수술은 피할수 없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배씨는 숨이차고 다리가 아파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잘수 없는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배의 혹은 딱딱하게 굳어져 가고 있다. 만져보니 돌덩이같은 느낌이 든다.
그도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일이 유전에 의한 것임
을 잘 알고 있다.
친정아버지가 50 중반에 혈압으로 사망했다.


자식에게도 똑같은 병이…
3남 1녀의 자녀중에 두명이 자신과 같은 병을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시집간 맏이(31)와 중학교 3학년인 막내의 배에 혹이 만져지고 있다. 그는 운명이니 어쩔수 없는 것 아니냐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왜 이같은 가혹한 운명이 하필 자신의 가족에 왔는지 하늘을 원망했다.
최영숙씨(가명.59)도 다낭성신종 환자로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둘째며느리와 함께 살고 있는 그는 10년전에 가슴이 답답해 병원에 갔고 거기서 확진 받았다. 7년전에 수술을 했다.
당시 최씨는 90Kg에 육박할 만큼 비대했다. 그런데 계속되는 병치레로 지금은 70Kg으로 줄었다.
며느리 황씨는 오랜 병치레에 효자없다는 말이 실감나지만 그래도 큰 문제 없이 지금까지 온것이 대견하다고 말했다. 시누이들이 잘 해준다고 했다. 그런데 시어머니는 정작 본인이 자신의 처지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화를 내고 다투고 신경질을 부리는 때가 있다 는것.
그는 살아계실 때 효도 해야 죽어서 후회 않는다는 말을 새기며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다.
상염색체 우성 다낭신으로 불리는 성인 다낭성신종(Adult PolycysticKidney Disease)은 수액으로 가득찬 낭종이 정상 신장조직을 대체하는 유전질환. 부모중 한명이 환자라면 자녀의 성별에 상관없이 50%에서 발병한다.
다낭성의 낭이란 흔히 물집으로 불리는 수액. 이 수액이 충만한 주머니가 많이 모여  콩팥이 하나의 커다란 덩어리(종)로 보이거나 만져진다. 즉, 포도알을 낭에 비유하면 신장은 포도송이 같은 모양을 보이고 전체적으로 일반적인 정상 신장보다 크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같은 낭종의 수가 점차 증가해 정상조직은 감소, 신부전 증세가 나타난다.
개개의 낭종은 달걀 또는 야구공 크기 만하게 자랄 수 있으며 신장 뿐만 아니라 간장과 췌장에도 생길수 있다.
인종이나 성별에 상관없이 대대손손 유전되며 세대를 뛰어넘어 발병하는 경우는 없다.
이 병이 무서운 것은 신장의 주기능인 노폐물을 제거하는데 지장을 받는다는 것이다.
낭종의 수가 많아지고 각각의 크기가 커지면 이와 반비례해 정상 신장조직이 감소하므로 노폐물을 걸러낼수 없다. 결국 자신의 노폐물에 중독돼 사망한다. 혈액투석이나 신장이식으로 생명을 연장할수 있다.


유전자 치료 기대
30-50대 사이에 처음 진단되며 복부에서 커진 신장이 혹처럼 만져지거나 두통,복부팽대,요통,고혈압,혈뇨,요로결석등이 생긴다. 신장증상,신장 합병증,신장외증상으로 나눌수 있다.
신장증상으로는 요통,측복부통증이 있고 대개는 오랫동안 앉아 있거나 서 있는 경우, 또는 힘든일을 하고 난 후  발생한다.
신장합병증의 대표적인 질환은 고혈압. 고혈압은 발병 초기부터 관찰되며 환자의 60-80%가 고혈압으로 시달린다. 옆구리를 심하게 부딪히게 되면 낭종이 파열될수 있다. 낭종파열은 심한 통증과 함께 출혈과 감염을 일으킬수 있다. 또 요로감염,  요석 ,혈뇨, 신장암에 걸릴수 있다.
신장외 증상의 대표적인 것은 간낭종으로 전체 환자의 50-80%에서 발생한다. 이밖에도 심장판막이상, 뇌동맥류 파열,대장게실증에 시달린다.
서울대병원 내과 안규리 교수는 불행히도 낭종의 수나 크기를 줄일수 있는 치료법은 현재는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합병증과 반복적인 재발을 막아 신기능의 저하를 방지하는데 치료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자신이 이 질환에 대해 이해해 무지와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
안교수는 정기적인 교육,검진,식이,운동이 매우 중요하며 현재 다낭성 신종 유전자를 찾기 위한 유전자 연구, 낭종의 성장을 지연시키는 새로운 약제의 개발, 식이요법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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