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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거병

  • 고유번호 : 559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17:24

혈관막혀 발병10년내 팔다리 절단    


젊은날의 고생
먹고살기가 힘들어 건강을 돌 볼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진작 병원을 찾아 보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먹고 사는 것도 다 건강해야 되는 것이기에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딱한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명국환씨(가명.54)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정말 잘 살아 보려고 덜 먹고 조금 쓰면서 열심히 살다보니 덜컥 병에 걸리고 말았다. 집을 고치고 보일러를 수리하는 것이 명씨의 직업이었다.
"어느날 인가요. 발가락 사이가 짓무르기 시작했어요. 무좀 인가 싶어 약을 먹기도 했지만 차도가 없어요."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이 점차 심해져서 발가락이 새까맣게 죽어갔다. 안되겠다 싶어 이곳저곳 용하다는 병원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누구하나 속시원히 무슨 병이다 라고 진단을 내리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 병은 더욱 악화됐다.
"엄청난 통증이 왔어요. 뭐랄까요, 칼로 발가락을 마구 난도질 하는 그런 끔찍한 고통요. 저녁때가 되면 정도가 심해서 어떤 때는 한 잠도 이룰수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명씨는 끔찍했던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눈쌀을 찌푸렸다. 심할때는 스치는 바람에도 둔중한 것으로 가격하는 것같은 통증이 밀려올 때도 있었다. 그래서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어놓거나 선풍기 조차 켤수 없을 정도였다. 시중에서 흔히 구할수 있는 진통제는 아무런 약효를 발휘하지 못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강남성모병원을 가게됐고 거기서 버거병이라는 낯선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빨리 발가락을 잘라 내지 않으면 더 악화돼 나중에 다리까지 절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씨는 멍한 상태에서 발가락을 자르는데 동의하지 않을수 없었다.
"모르겠어요. 왜 이런 병이  왔는지요". 명씨의 부인 김숙자(가명)씨는 어릴적부터 너무 고생해서 그렇다고 단정했다. 다 먹고 살자고 한 일인데 이제와서 생각하니 세상이 너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다행히 발가락을 자르고 나서는 별 통증없이 지낼수 있었다. 다시 불편하지만 생계를 위해 일상으로 돌아왔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런데 몇 년후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무릎 윗부분까지 절단해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통고를 해왔다. 지금 명씨는 절단된 다리에 염증이 생겨 병원에 입원해 있다.
멀쩡한 다리를 자르고 감각이 없는 의족을 신고 있는 자신을 보는 것은 처량하다 못해 비참한 생각이 든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미 물은 엎질러 졌고 자신은 이제 감각이 없는 남의 다리로 일생을 살아야 하는 것을. 다행히 운전은 하고 천천히 걸을수는 있지만 세상을 무슨 낙으로 사나 생각하면 숨만 쉬고 있을뿐 살아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때도 있다.


       엄청난 통증


"제대하고 나서 담배를 피웠어요. 직업상 한 번 피우니 계속 피우게 되고 나중에는 하루에 두갑 정도 피웠지요. 의사는 담배를 끊으라고 하는데 그것마저 못하면 미쳐버릴 거예요".
명씨는 담배를 피우면 손까지 잘라야 할지 모른다는 의사의 충고도 무시한채 몰래 담배를 피운다. 담배연기속에 인생의 회환과 절망, 슬픔과 기쁨이 녹아나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명씨는 현재 이상이 없었던 오른쪽 발가락 마저 썩어가고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울산에 사는 김영배씨(48)도 버거병에 걸린 환자다. 어느날 발가락에 상처를 입었으나 치료가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했으나 상처는 좀 처럼 아물지 않고 커져만 갔다.
김씨는 동강병원에서 버거병 진단을 받고 교감신경 차단술로 알려진 서울의 한 통증 클리닉에서 주사를 맞고 있다. 부인 박영숙씨(가명)는 20대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 때문에 이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의심된다고 힘없이 말했다.
지금은 그런대로 생활을 할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발가락을 잘라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걱정이 앞선다.
버거병은 지난 1908년 버거씨에 의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손이나 발의 적은 동맥이나 정맥에 염증이 생기거나 혈관벽의 변화에 의해 수축되고 좁아져 마침내는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질환이다.
뚜렷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담배를 많이 피우는 남성에게서 흔한 것으로 봐 담배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담배를 피우면 이산화탄소가 혈관의 내피세포에 직접 독성으로 작용하거나 카테코라민의 대사에 영향을 미쳐 혈관내 산소의 부족을 초래한다. 또 용혈상태를 증가시켜 혈전이 일어나기 쉽다.
그러나 최근들어 여성의 흡연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여성에게는 발병률이 적어 성호르몬과의 연관성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남녀의 비율은 9:1 정도로 남자에게 압도적으로 많으며 20-40대의 생산 연령층에서 흔하다.


      완치술 없어


처음증상은 발가락이나 손가락이 항상 창백하거나 푸른 빛깔을 띄는 경우가 많다. 사지의 찬기운을 느끼며 나중에는 참기 힘든 통증, 화끈거림, 해당부위의 무감각, 저림증상,궤양, 괴사가 나타난다.
또 교감신경의 과도한 작용으로 손 발은 차게 느껴지면서도 몸에서는 땀이 많이난다. 혈관이 좁아지면 조금만 걸어도 쉽게 피로하고 통증이 온다.
일반적인 관리는 우선 담배를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담배를 끊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좋아지는 수가 있다.  찬곳을 피하고 손 발톱을 주의해서 깍고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며 과도한 운동을 피하고 맨발로 다니지 않아야 한다.
치료는 내과적 약물로 항응고제, 혈관확장제,부신피질 호르몬,면역억제제를 사용할수 있고 외과적 치료로는 교감신경 절제술과 동맥 내막 박리술, 혈관우회술등이 있다.
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 외과 고영복 교수는 완치시킬수 있는 치료법은 없으므로 조기에 발견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만 잘 하면 불편하지만 평균 수명을 살수도 있으므로 환자가 담배를 끊고 자기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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