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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렌틴증

  • 고유번호 : 555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15:20

갑상선 기능저하로 지능낮아


19살 아기 ‘둘리’
실제나이 19살. 호적나이 17살. 다 큰 성인이지만 사람들은 그를 아기라고 부른다.
정신연령 1살, 신체발달 4살. 고현미. 현미의 별명은 만화영화 주인공인 아기공룡 둘리다. 둘리처럼 혀가 아래로 쳐져 있고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다 해서 붙여졌다. 따뜻한 남쪽 나라 제주도 남원읍이 그의 고향이다.
그는 살레시오의 집에 12명의 식구와 함께 살고 있다. 원래 가족은 엄마 아빠 누이 동생등 여섯이었으나 지금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아빠는 어느날 교통사고로 저세상으로 갔고 생활이 어려운 엄마는 93년 현미를 버렸다.
현미는 하늘아래 엄마 아빠가 없다. 그런데 그가 엄마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다.
세레명이 노드보라인 올해 58살의 김영자씨.(가명)
김씨는 유채꽃이 활짝핀 어느날 빈센시오 회원들이 데려온 현미와 첫 만남을 가졌다. “뭐랄까요. 사람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어요. 어쩌면 저럴수가 있나 했지요. 외모로 인간을 보는 것은 죄악이지만 현미의 상태는 처참했어요.”
김씨가 들려주는 현미는 외계인의 모습 그대로 였다. 몸에 비해 엄청나게 큰 머리. 눈은 앞으로 뛰어나오고 손 발은 뼈만 앙상했다. 거기다 축 늘어져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여겨지지 않을 정도 였다. 2살이나 됐을까.
그런데 놀랍게도 현미는 13살이었다. “한마디로 충격이었습니다. 모두 하느님의 자식이라 평등하지만 현미만은 예외인 것 같았어요.”
그 뒤로 현미는 김씨와 함께 살레시오 집의 가족이 됐으며 이름도 현미에서 둘리로 불리게 됐다. 16살부터 79살 할머니까지 11명의 지체장애자와 함께 생활하는 둘리는 지금 예쁘게 크고 있다.
김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둘리는 말그대로 이 집의 귀염둥이. 비록 대 소변을 가리지 못해 기저귀를 차고 말을 못해 의사소통은 안되지만 천사와 같은 해맑은 눈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다.
잘낫다고 뻐기는 인간들 처럼 시기하거나 질투하지 않고 남을 모함하지 않는 순수한 마음을 둘리에게서 볼수 있다는 것. “곧잘 웃으며 명랑해요. 어렵게 ‘엄마’ 하고 달려들때면 내새끼라는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지요.”
둘리는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끝없이 펼쳐진 바다의 수평선을 보고 들판의 푸른 잔디를 밟는 것은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니다.
둘리가 나가자고 보챌때면 김씨는 둘리의 손발이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방에 있으면  둘리나 에니메이션 만화를 즐겨 본다. 김씨는 둘리가 둘리를 보고 있다고 웃는다.
둘리는 또 동요를 무척 좋아해 음악이 나오면 방긋 방긋 웃기도 한다. 영락없는 우리의 귀여운 아이공룡 모습이다. ‘둘리야’ 라고 부르면 고개를 얼른 돌린다. 쫓아가는 시늉을 내면 빠른 걸음 흉내를 내면서 앞서서 간다. 김씨는 이런게 행복아니냐고 말했다.
내 몸으로 난 자식만이 자식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무거운 짐진자들 이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했다.


큰사랑, 작은 행복


“임대아파트에서 어렵게 사는 둘리의 생모는 둘리가 이곳에 온지 6년이 지났지만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가족중에 장애인이 한명이라도 있으면 얼마나 힘들겠어요, 그분을 이해해요.” 그러면서 자신은 장애인을 11명이나 돌보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밥하고 설거지 하고 청소하고, 그런 것이 그는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둘리가 잘 커주고 이곳에 있는 장애자들이 불편없이 생활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것.
둘리는 6개월에 한 번씩 서울로 와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6월에 왔으니 12월에 다시 비행기를 탄다.
김씨는 둘리를 공항까지만 배웅하고 나머지는 우총평원장(세레명:프란시스코 살레시오)이 뒷처리를 한다.
양 다리가 없는 우원장은 제주이외에 김포등 전국 4곳에 살레시오 집을  운영하면서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있다. 
23개월된 승훈이는 면역성이 약하다. 그래서 감기에 자주 걸리고 치료기간도 길다.
조금만 움직여도 잘 지치고 전체적으로 힘이 없다. 가족과 여행에서 돌아오면 4일 정도는 꼼짝 못하고 누워만 있다.
한 번 열이 나면 40도가 넘는다. 태어나서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 들었다. 소화기능도 약해 먹으면 곧잘 토해낸다. 과일을 갈아주고 분유를 먹여도 소화하지 못한다.
그런 승훈이를 볼때마다 어머니 조금옥씨(30)는 억장이 무너진다. 다른 아이 처럼 건강하지 못한 자식이 안쓰러워 애가 탄다. 먹지 않겠다고 떼쓰는 아이를 억지로 붙잡아 매일 약을 먹인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이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다. 아이가 커가면서 혹시 이상해 지지 않을까하는 우려때문이다.
걸어 다니기는 하지만 또래 애들 보다 늦되다는 것을 한눈에 알수 있어 걱정이 앞선다.
그래서 두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병원에 간다. 혹 다른 이상증상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친정인 대구에서 애를 낳았어요. 태어나서 일주일만에 선천성대사이상 검사를 받았는데 결과가 아주 안좋게 나왔어요. 그래서 서울로 오게 됐지요.” 조씨는 승훈이가 몹쓸병에 걸린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다. 5살인 큰애는 정상적으로 잘 크고 있는데 ...조씨는 말문을 열지 못하고 울먹였다.
다행히 지능에는 이상이 없는 것 처럼 보여 그나마 위안을 삼고 있지만 의사들은 뇌이상을 말하고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둘리와 승훈이는 모두 태어날때부터 질병을 갖고 있었다. 크렌틴증(선천성갑상선기능저하증)이 그들의 병명이다.


조기발견이 관건


신생아 1만명당 한명꼴로 발병하는 크렌틴증은 성염색체 열성유전이 원인이며 대개는 갑상선형성 부진과 호르몬 합성장애 때문에 나타난다.
아예 갑상선이 없거나 혀밑등 다른 곳에 붙어 있기도 하며 아주 작게 형성되기도 한다. 생후 1개월 후부터 활력과 근력이 없으며 변비가 되면서 성장 발육이 늦다.
어딘가 바보스러운 데가 있다. 남자보다 여자가 3배정도 많아 부모들이 애가 순하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3~4개월 후면 크렌틴증의 특징인 우둔함이 눈에 띄게 두드러 진다.
내버려 두고 방치하면 저능아가 된다. 한 번 파괴된 지능은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소아과 오필수 교수는 조기발견과 적절한 치료가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태어난 아기가 생기가 없고 성장발육이 늦으면 지체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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