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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너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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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14:33

왜소증에 2차성징없는‘만년 아이’


사람들은 비교하기 마련이다. 직업, 재산, 명예, 학벌, 신체조건등. 이미 만났던 사람은 물론 새로 만나는 사람도 서로를 비교한다. 상대방이 나보다 무엇이 잘났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따져 만족이나 상대적 박탈감으로 실망한다. 특히 순간적으로 보고 느끼는 외관상 차이는 선입견을 일으킨다. 옆집 애는 키가 왜 그렇게 작지. 우리애는 너무 뚱뚱해.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됐다면 당사자의 실망은 크다. 부모들이 느끼는 감정도 마찬가지.
인천에 사는 8살 이희연.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나이지만 아직 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지능이 또래 애들 보다 뒤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희연이의 정신연령을 4살정도로 보고 있다.
그래서 희연이는 특수학교에도 간다. 간단한 단어를 연결해 말을 할줄도 알고 심부름도 곧잘 하지만 부모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책을 읽거나 글자를 알지도 못하며 운동신경도 둔하다. 이런 희연이를 볼 때 마다 어머니 김해순씨(가명.37)는 가슴이 아프다. 키도 무척 작다. 116cm 이니 다른 애들과 비교하면 희연이가 얼마나 작은지 쉽게 눈치챌수 있다. 비교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순간 다른애들과 비교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름도 바꿨지만…
더구나 연년생으로 태어난 동생과 비교할 때면 화가 나기도 한다. 둘이 놀거나 싸울 때는 어느새 언니 편을 들기도 한다. 때리고 도망가는 동생을 잡지 못해 원통해하는 모습은 어머니 김씨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희연이는 다른 곳에 비해 머리가 큰 미숙아로 태어났다. 설상가상으로 8개월째 심장수술도 받았다.
잔병치레도 잦았다. 희연이는 병원을 놀이터로 삼을 만큼 병원신세를 많이졌다. 우연히 동생의 이름을 지으러간 작명소에서 희연이라는 이름 때문에 애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정연으로 바꿔보기도 했다. 의사는 그런 희연이에게 염색체 검사를 권했다. 그리고 터너증후군이라는 낯선 진단을 받았다. 담당 의사는 머리가 둔한 것은 어쩔수 없지만 작은 키는 키울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여러해 맞았다. 그런데 비용이 만만찮아 지금은 치료를 중단했다. 한달에 60만원 이상 드는 약값을 감당하기에는 생활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중학교 3학년인 김지연 양. 지연이는 7살 때 터너증후군 환자로 판명났다. 키가 105cm로 평균보다 10cm 이상 작다. 부모는 이제나 저제나  크겠지 생각했으나 지연이의 키는 크지 않았다. 친가나 외가 모두 정상보다 크기 때문에 더 기다려 본 것이 화근이었다. 고려대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초등하교 3학년 때부터 7년째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다. 현재 146cm. 초등학교 6학년인 동생의 160cm와 비교해 보면 지연이의 키정도를 가름해 볼수 있다. 『별짓을 다했지요.』 좋다는 한약도 사시사철 먹여보고 추나요법등 다른 방법도 동원했다. 어떤 사람은 수영을 하면 키가 큰다 해서 수영도 시키고 태권도가 좋다고해 태권도도 배웠다.


   2차성징 전혀없어
그렇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친척이나 동네사람들이 가져다주는 정보는 그저 그런 것들이었다. 그래서 호르몬 치료에만 메달리기로 했다. 지연이 어머니는 아무리 어려워도 호르몬 치료는 계속받게 하겠다고 말했다. 가정의 지상목표인 지연이 키 크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것이 어머니의 각오이다. IMF로 1년정도 치료를 중단한 것이 무엇보다 가슴이 아프다. 체중에 따라 용량을 늘려야 하는데 한달 100만원 정도 치료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집을 팔아서라도 계속 치료를 받게 할 생각이다. 키크는 시기가 있는데 이때를 놓치면 영원히 자랄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목표한 155cm를 키울지 걱정이다.
그런데 지연이에게는 키가 작은 것 말고 또다른 신체적 이상이 있다. 터너 환자의 전형적인 증상인 2차성징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밋밋한 가슴은 물론, 아직 초경도 없다. 한마디로 사춘기가 찾아오지 않아 여성적인 것이 부족하다. 사춘기가 없다보니 정신적 연령도 낮다.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동생이 연예인을 쫓아다니고 방에 사진을 여러장 붙여 놓고 열성을 떠는 것과는 달리 지연이는 이런것에 별 관심이 없다. 그런 지연이를 위해 부모는 노래방을 다니고 영화를 같이본다.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부분을 어머니는 대화로 이해시킨다. 어머니도 곧잘 동생과 지연이를 비교한다. 그리고 아쉬움속에 한숨을 쉰다. 다행히 공부는 아주 잘 한다.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관심에 무관심하기 때문에 학업에 취미를 붙인 결과다.


 치료제비싸 중단
중학교 3학년인 준영(가명)이도 터너환자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키가 120cm로 터너의 특징인 왜소증을 보였다. 우연히 대덕연구소에서 나온 자료를 보고 터너를 의심했고 곧 확진받았다.
준영 어머니 석일신씨는 대학 1학년인 아들의 키가 180cm인데 중3인 딸이 145cm밖에 안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준영 역시 쉬지 않고 호르몬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형편상 1년정도 치료 받지 못했다. 그 또한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가슴간의 간격도 넓고  체모도 없다. 사춘기 여성으로 느껴야 하는 감정도 부족하다.
생리가 없으니 성장중인 소녀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똑바로 서서 팔을 내리면 팔꿈치가 몸체로부터 떨어지는 외반주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준영이는 성장판이 멈추는 16세가 되면 성장호르몬 치료대신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잘 만하면 정상적으로 생리도 가능하며 임신해서 아기도 낳을수 있다. 물론 결혼생활도 지장이 없다.
석씨는 지금 돈까스나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와 씨름중이다. 체중이 늘 경우 호르몬 용량을 늘려야 하고 이는 곧 가계에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삶 가능
터너 환자 어머니들의 단체인 소녀들의 모임 회장이기도 한 석씨는 다른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치료제 가격이 비싼것에 불만이 많다.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은 국립이어서 그런지 가격이 사립인 연세대병원보다 쌌어요. 그래서 항의했더니 약값이 내린 것이 아니라 서울대병원 약값을 올렸지요.』 그는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이 피해본 기현상이 벌어졌다』고 흥분했다. 1개 약국에서만 약을 구할수 있는 독점공급에서 약값이 비싼 것 아니냐고 그는 반문하기도 했다.
석씨는 『의료보험이 적용돼도 수만원에 해당되기 때문에 형편이 어려운 집일 경우 터너 치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터너증후군은 1938년 의사 터너가 키는 작고 성적발달이 없으며 목이 짧고 외반주(팔이 팔꿈치 부위에서 몸통과 멀어지는 것)가 있으며 뒷머리가 정상보다 많이 내려와 있는 여아 7명을 보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후 포드는 터너의 원인이 성염색체의 이상으로 초래된다는 것을 밝혀냈다.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터너환자를 많이 보고있는 연세의대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덕희 교수는  『여자에게만 나타나는 터너는 14세가 돼도 유방발달이 없고 또래보다 현저히 작은 경우 터너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성장할수 없는 16세 이후는 여성호르몬제를 투여해 여성기능을 회복할수 있으며 정상적으로 출산이나 결혼생활이 가능할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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