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귈랑-바레 증후군

  • 고유번호 : 611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38:23
3일만에 하반신 불구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사람들은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지금부터 사는 인생은 여분의 생이므로 뭔가 소중한 일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는 것이다.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최화자씨(54)도 죽음을 생각할 만큼 절박한 순간을 맞았으나 다행히 회복돼 새로운 삶을 설계할수 있게 됐다.  “당장 죽지는 않는다 해도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불구로 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참담함을 금할수 없었다”는 최씨는 “며칠전 일을 떠올리면 모골이 오싹해 진다”고 말했다.
“걷는 것은 커녕 혼자 힘으로 움직일 수 없으니 산송장이나 다름없다는 낙담으로 한숨의 시간을 보냈어요.” 일주일 전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갑자기 손끝에서 마비가 오면서 3일만에 하반신을 쓸 수 없는 상황을 도저히 받아 들일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제발 움직일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지난 일들이 한순간 영화의 한 장면 처럼 스쳐 지나갔다.
결혼해서 5남매의 어미로 살아온 인생. 풍족 하지는 않지만 가족과 화해하고 남편과 사랑하면서 지낸 30여년의 생이 떠올라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남편에게  잘해 주지 못한 것, 자녀들에게 관심을 좀더 기울일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 왔다.
한방병원을 뿌리치고
새벽녘, 남편은 장사일로 떠나고 병문안 온 자식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혼자 남은 그는 이런 생각들로 잠을 이루기 어려웠다. 그리고 자신에게 갑자기 닥쳐온 불행이 좀처럼 이해되지 않았다.
갑상선 수술과 자궁 물혹 수술을 받았지만 50평생 동안 건강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며칠전 감기인가 싶더니 손끝에서 부터 감각이 무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비증상은 발, 정강이 허리쪽으로 올라오면서 점점 심해졌다.
사람들은 풍에 걸렸으니 한방병원으로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유명하다는 D한방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이것저것 조치를 취했으나 하반신의 마비증상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풍이라고 진단하는 의사가 있는가 하면 회진온 다른 의사는 풍은 아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의심이 들었다. 자신의 병명조차 진단하지 못하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다는 것이 뭔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퇴원을 결정했다. 그러나 병원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퇴원허락을 하지 않았다. 최씨는 막무가내로 퇴원하겠다고 우겼다. 그리고 병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짐을 꾸렸다. 남편의 등에 업혀 신촌 세브란스병원을 찾았다. 병실이 없어 이틀간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초진한 정형외과 의사는 신경과 의사를 소개했다. MRI촬영등 기본 검사가 실시됐다. 그리고 풍과는 거리가 멀다는 결론을 내렸다. 입원실로 내려온 최씨는 링게르를 맞고 2일간 병원신세를 졌다.
그동안 병세는 많이 좋아졌다.  “주사맞고 하루 정도 있으니 몸이 풀리기 시작했어요. 뭐라고 할까요. 나른한 잠에서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었지요.” 남편 김옥현씨(59)는 어느날 장사를 마치고 새벽에 돌아와 보니 화장실도 혼자서는 못가던 부인이 복도를 걷고 있는 것을 보았다. “이제됐구나, 살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김씨는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감격스러웠다는 것. 그리고 아내와  손을 맞잡고 이제 새로 시작하는 삶이니 평소 하지 못했던 것을 하면서 열심히 살아가자고 말했다. 아내도 다시 움직이게 된 것은 자신에게 할 일이 더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화답했다.
이들 부부는 그날 밤을 뜬눈으로 새우면서 새로 시작되는 인생에 대해 많은 말을 했다.
새로운 인생에 의욕이…
먹고 사는 것이 힘들어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뭔가 조그만 일이라도 하자고 다짐 하면서….
병원에 온지 3일만에 최씨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37병동 33호실에서 만난 그는 병원과 의료진의 친절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조금만 늦어 신경마비가 심장까지 왔으면 죽을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이랄까. 이들 부부는 이불가지들을 챙기며 연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결혼 29년만의 가장 큰 선물을 아내에게 받은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러면서 “대체 병명이 뭔가요?” 하고 물었다.
최씨는 귈랑-바레 증후군(Guillain Barre syndrome,급성염증성다발신경병증)이라는 희귀질환에 걸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급성상행성 운동마비와 호흡마비가 특징인 이 증후군은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60%에서 수주전 감기나 위장관 감염을 앓았던 병력이 관찰된다.
드물게 수혈이나 혈전용해제 투여, 다양한 바이러스 질환,임파종,백신투여등과 연관될 수 있다. 발끝이 저리거나 멍멍한 듯한 감각 이상이 초기에 나타난다. 근력약화가 좌우 다리에 대칭적으로 보이며 수일에서 1-2주에 걸쳐 서서히 일어난다.
사지 말단부는 물론 원위부 근육까지 침범하며 수일이내에 적절한 치료가 없으면 사망에 이르게 할 만큼 완전한 운동마비로 진행될수 있다.
과반수 이상의 환자에서 둔부 대퇴부 허리 부위에 통증이 있으며 양측 안면신경마비,뇌신경마비(특히 안구운동신경) 증상도 있다.
말초신경 이상으로
빈맥, 서맥,안면홍조,자주 변하는 고혈압이나 저혈압,간헐적 과한증등 자율신경기능의 이상이 흔하다. 다시말해 뇌신경 근위부,전근 및 후근, 후근 신경절 및 말초신경 경로를 따라 혈관 주위에서 관찰되는 염증세포 침윤,분절성 탈수초와 다양한 정도의 왈러리안 변성을 특징으로 하는 말초신경 항원에 대한 임파구의 면역학적 반응으로 유발하는 질환이다.
대칭적 상행마비곂H磁떵嗾ª 뇌신경 마비가 보이면 진단은 어렵지 않다. 확진을 위해 신경전도속도 검사와 뇌척수액 검사를 한다.
신촌세브란스 신경과 김승민 교수는 “심장마비로 진행하면 치사율이 10%대에 이르는 무서운 질환이지만 대개는 세심한 간호와 호흡 보조요법으로 완전 회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장기간 기계호흡에 의존하는 경우에는 기관절개술을 시행하고 적당한 항생제로 폐렴과 요로감염을 치유하면 사망률을 5%이하로 줄일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안정을 되찾으면 즉시 물리치료를 해야한다는 것.
김교수는 “풍과는 전혀 다른 것이어서 풍치료만 전념할 경우 자칫 불구가 되거나 죽음에 이를수 있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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