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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급성연합성변성(SOD)

  • 고유번호 : 609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37:28

비타민B12 결핍원인 신경계 이상


죽음을 부를뻔한 오진
정확한 진단은 질병치료의 첫걸음이다. 병명을 제대로 알아야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다. 오진은 환자는 물론 의료진에게도 씻을수 없는 상처를 안겨준다. 간혹 오진 때문에 치료시기를 놓치거나 잘못된 치료로 환자가 고통 받는 경우를 종종보게 된다.
전남 여수에 사는 하철호씨(64)도 오진으로 큰 고생을 했다. 심지어 생명을 포기하고 유언을 했을 정도 였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하씨는 지난 88년 4월 위암수술을 했다. 다행히 수술경과는 좋아 98년 8월까지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서 몸이 쇠약해지기 시작했다.
음식을 먹어도 기운이 없고 어쩌다 외출할 때면 다리에 힘이 빠져 곧 쓰러질 것 같았다. 피부는 뱀 허물 벗어지듯 거칠어 지고 혀는 갈라져 음식물을 씹을 때면 면도칼로 도려내는 것 같은 통증이 왔다.
순식간에 일어난 현상
매운 음식은 물론 아무리 싱거운 반찬도 입에 넣을수 없다. 식사는 밥에 물을 말아 먹어야 했다. 맨밥이 안넘어 가면 간장을 찍어 먹기도 했으나 짠기운이 혓바닥을 찔러대는 고통에 간장반찬도 먹을수가 없었다. 
이같은 일이 불과 한달 사이에 일어 났다고 하씨는 말했다.
하씨의 병원순례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지역의 대학병원은 물론 유명하다고 소문난 한의원 등을 이잡듯이 뒤졌다.
좋다는 약도 여기저기 수소문해 먹었다. 그러나 차도는 없었다. 전남의 한 대학병원에서는 잘 먹고 편히 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하씨는 죽을때가 다 됐으니 마음가짐을 하라는 소리로 들었다. 그는 5남매의 자식들에게 유언을 남겼다. 살기 위해 하도 험한 일을 많이 했던 그는 이제 죽는다 생각하니 어느 순간 회한이 몰려 왔다고 했다. 그렇지만 곧 체념하고 자식들에게 열심히 살아달라는 말을 했다.
그러는 사이 몸무게는 계속 빠져 70kg이었던 체중이 45kg으로 줄어 들었다. 집에 가만히 누워 있기도 숨이 벅찼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가 곧 죽을것이라는데 의심을 하지 않았다. 암세포가 온몸에 퍼져 회생방도가 없을 거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런데 죽을 때 죽더라고 위암수술을 했던 병원이나 한 번 찾아가서 죽자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고 했다. 그는 서둘러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세브란스 병원에서 기적과 같은 체험을 했다. “딱 3일 주사(엠바콘)맞았어요. 그런데 얼굴에 혈색이 돌고 혓바닥에 새살이 돋아났어요. 밥맛이 땡기고 피부도 제색깔로 돌아와요. 세상에 이처럼 신기한 일이 어디 또 있나요.” 하씨는 완치됐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금은 매주 인근의 지리산이나 조계산을 5-6시간 등산한다. 그래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부터 사는 삶은 여분의 삶이라며 살아난 것은 기적이라고 되풀이 말했다.


유언을 남기고…
서울에 사는 윤금자씨도 하씨와 같은 경험을 했다. 아프기 시작한 것은 98년 9월.
그전에는 손수 운전을 하고 건축일을 할 정도로 여장부 였으나 어느날 손발이 뻣뻣해 지며 지독한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일산 근처에서 갈비집을 했어요. 손님이 많아 항상 일손이 딸렸지요. 어느날은 부엌에 가니 설거지할 그릇이 산더미 처럼 쌓였어요.” 그래서 팔 걷고 주방일을 했다. 뜨거운 물로 씻고 찬물로 헹궜다.
설거지를 하고 잠깐 시간이 지났을까. 손에 감각이 없어 지는 것 같았다. 자고 일어나니 증세는 더 심했다. 손 끝이 하얗게 변하고 감각이 없었다.
3일이 지나니 손끝에서부터 손바닥으로 저려오기 시작했다.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머리에서는 식은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시누이들이 저 올케 이상하다고 수군 거렸다. 혓바닥이 빨갛게 되면서 고랑이 졌다.
치약이 매워서 양치질도 하지 못했다.
64kg이던 체중이 48kg으로 줄어 들었다. 밥도 못먹고 누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얼굴은 반쪽이 됐다.
사람들은 중풍이라고 했다. 그리고 풍에는 한방이 최고라고 거들었다. 교대역 근처 한방병원을 추천해 줬다.
한약을 엄청나게 먹었다. 또 어떤 사람은 요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무거운 몸을 비비꼬며 물구나무 서는등 온갖짓을 다했다. 그런데 차도가 없었다. 오히려 증세는 더 악화됐다.
한방병원에서는 더 이상 치료할수 없으니 다른 곳에 가보라고 1주일 만에 손을 들었다.
그제서야 그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숨쉬는 것도 벅차고 혼자 힘으로 걷기도 힘들어진 다음이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MRI촬영을 했다. 다행히 머리에는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주사를 맞았다. 처음에는 매일 맞다가 나중에는 일주일에 한 번 지금은 2일에 한 번 맞고 있다.
주사를 맞으면서 상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서 있지도 못하던 것이 지금은 서는 것은 물론 걸을 수도 있게 됐다. “병원가는 날이 기다려 져요. 병원에 갔다오면 몸이 확실히 좋아지니까요.”
윤씨 역시 병명을 몰라 헤맸던 것을 생각하면 속이 이만저만 상한게 아니다. 진작 치료를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지울수 없다. 지금도 구부리고 앉아서 세수하는 것이 힘들고 허벅지 쪽의 감각이 없다.
일찍발견 해서 조기에 치료했다면 고생하지 않고도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두사람의 병명은 ‘아급성 연합성 변성’이었다.


주사 한번으로 호전
아급성연합성변성(subacute combined degeneration,SCD)은 혈청내 비타민B12 결핍에 의해 생기는 질환. 시신경은 물론 뇌, 척수,그리고 말초신경에 이상증상을 가져오는데 뇌, 척수 이상은 탈수초병변 때문에 발생한다.
비타민 B12의 결핍이 신경계의 이상을 초래하는 기전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초형성장애, 잘못 만들어진 지방산이 수초속으로 끼어들어 이상수초를 형성, 신경학적 문제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말초신경의 병변은 탈수초성 질환인지 아니면 축삭성 질환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연세의대 신경과 선우일남 교수는 “아급성연합성변성증은 다른 희귀질환과는 달리 치료되는 질환이라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기에 적절한 치료만 이루어 지면 건강한 삶을 살수 있기 때문에 진단의 정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진단은 혈액에서 비타민 B12양만 측정하면 쉽게 알수 있다는 것.
유전이나 생활환경등과의 연관성은 증명되지 않았으나 위암이나 기타 어떤 이유로 위수술을 받은 경우 발생확률이 높다고 한다.  따라서 위암환자의 증가는 이 질환의 환자수가 늘어나는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선우일남 교수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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