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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6PD결핍증

  • 고유번호 : 607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36:40

느닷없이 찾아온 불행
아기만 건강하게 잘 커주면 더 걱정할게 없다는게 부모들의 심정이다. 행복의 여러 조건 가운데 가족의 건강을 우선으로 치는 것도 이런 때문이다.
특히 유아를 둔 가정은 불면 꺼질까 노심초사하며 애지중지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잘 크던 아기가 어느날 별 이유없이 아프다면 걱정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강서구에 사는 이제수 어린이도 평소에는 건강하다가 갑자기 이상이 생겨 엠블런스 신세를 져 엄마의 애간장을 녹이고 있다. 21개월 째로 접어들고 있는 제수는  또래 애들과 비교해도 외관상 문제가 없어 보인다.
평범한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재롱을 부리고 보채고 울고 자는 일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오히려 언어발달은 더 뛰어나 엄마 아빠는 물론 간단한 말을 할 줄도 안다. 그런 아기가 엄마는 한없이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제수에게 불행이 닥쳐왔다.
한순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노랗다 못해 하얗게 변했다. 놀란 엄마는 황급히 병원을 찾았다. 9개월째 였다. 평소 이렇다할 잔병치레도 없었다. 다만 감기 기운이 있어 약을 한 두 번 먹기는 했다. 그러니 부모의 놀라움은 클수밖에  없다.


언제 그랬느냐는 둣…
어머니 박영자씨(가명. 44)는 백혈병이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엠블런스에 실려 병원으로 가는 동안 제수는 눈에 초점이 없고 졸린 것 같이 힘이 빠졌다. 호흡도 가늘어 졌다. 눈의 황달기는 보기에도 안쓰러울 정도였다.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병원에 도착하자 조금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는 이렇다할 치료를 하지 않았다. 병명도 알지 못했다. 1주일 입원한 제수는 상태가 좋아져 퇴원했다.
집으로 돌아온 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얼굴에는 화사한 혈색이 돌고 방안에서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등 건강을 회복했다.
박씨는 8개월만에 양수가 터져 제왕절개로 태어나 1개월간 인큐베이터에서 생활한 것의 후유증 때문은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아기는 건강하게 잘 컸다. 그런데 4개월 후 똑같은 증세가 제수에게 찾아왔다.
얼굴이 백지장 처럼 하얘지면서 소변색이 탁하고 진노란 색을 띄었다. 다시 엘블런스 신세를 져야 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박씨는 말했다. 제수의 상태는 심각했다.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적혈구 수혈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이런 아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담당의사는 특수 검사기관에 혈액을 보내 병명을 알아냈다. G-6-PD(Glucose -6-phosphate dehydrogenase, deficiency,적혈구 효소 결핍에 의한 용혈성 빈혈)라는 길고 낯선 진단을 받았다.
박씨는 그나마 백혈병이 아닌 것이 다행이라고 했다.
“다 제 탓인 것 같아요. 임신인줄 모르고 약을 먹었고 또 너무 늦게 애를 낳았어요.”
박씨는 임신초기에 충치 때문에 발치를 한 후 보름간 약을 먹었다. 그리고 그달 생리가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다른 사람이 얘기하는 것 처럼 태동도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병원에서 하는 이런 저런 검사는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거든요.” 그는 과거를 떠 올리는 것이 가슴 아프다고 했다. 다 자기 잘못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후회스러운 임신중 투약
고령출산(44살 출산)도 한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54살인 아빠와 44살인 엄마에서 태어난 것이 아이가 잘못된 이유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둘째는 낳지 않을 작정이다. 다음에 태어날 아기는 정상아일 경우가 75%이지만 나이를 생각해 그만 두기로 했다.
지금 아기는 잘 먹고 잘 크고 있다. 분유와 밥을 먹는데 여간 잘 소화해 내는 것이 아니다. 아팠다는 것이 이해가 안갈 정도다.  그렇지만 언제 또 병원신세를 져야 할 지 모를 일이다. 그래서 항상 긴장하고 있다. 아기에서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한눈을 팔다 제때 수혈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병명을 알았기 때문에 별 조치없이 바로 수혈할 수 있다는 점이다.
G6PD 결핍증은 성염색체 열성으로 유전한다. 부모 모두가 보인자 이어야 하는데 이때 G6PD가 태어날 확률은 25%이다.
주로 지중해 연안국가, 아프리카, 중국 남부에서 발병률이 높으나 국내의 경우 아주 드물게 나타난다.
적혈구 내에서 당은 두 가지의 대사경로를 가지고 있다. 촉진수송에 의해 동화되거나 6번 탄소자리에 인산화가 일어난 뒤 혐기성 해당작용이나 산화성 해당작용의 경로를 거치게 된다. 그런데 이 경로가 산화제에 손상을 받으면 정상적인 적혈구 이동이 어렵게 된다. 이렇게 되면 적혈구 효소가 부족해져 얼굴은 창백해 지고 극심한 황달에 빠지게 된다.
X염색체의 장완에 위치하고 있는 G6PD유전자 내에서 비정상적인 대립유전자들이 나타나 이들이 발현되고 유전되기 때문이다.
이 유전자 구조에 대해서는 많은 상반된 의견들이 제기 되고 있으나 최근 복제와 유전정보 배열에 의해 구조가 일부 밝혀 졌으며 용혈을 일으키는 돌연변이도 찾아냈다. 현재 약 400여종의 다른 변종이 보고되고 있다.
여의도성모병원 소아과 조빈 교수는 “어떤 자극인자, 예를 들면 약물, 세균 혹은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갑자기 적혈구가 파괴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 아니고 느닷없이 증세가 나타나는데에 이 질환의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발인자를 피하고 약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 감기에 걸려 감기약을 먹다가도 발병 할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오직 수혈
임상증상은 적혈구의 수명이 감소되는 것이 가장 흔하며 소수에서 산화제 자극에 의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개 급성용혈이며  드물게 용혈성빈혈이 만성으로 오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수혈하는 방법밖에 없다. 앞으로 효소제가 개발되면 치료는 한결 수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장기간 수혈을 계속하면 감염이나 에이즈에 걸릴수 있고 또 수혈자체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생할수 있다. 따라서 효소제 개발은 시급하며 필수적이다.
계속되는 수혈은 철분침착을 가져온다. 심장에 철분이 쌓이면 심장이 붓고 췌장에 쌓이면 당뇨가 되며 허파에 오면 제대로 숨을 쉴수가 없게 된다. 따라서 수혈이외의 방법, 즉 효소제를 통한 치료가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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