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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염색체우성유전성소뇌실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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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33:32

황혼에 덮친 병마
40년이 넘게 교직생활을 한 정기동씨(69). 건강한 몸으로 지난 97년  퇴직했다. 교장으로 정년을 마칠 만큼 그의 교직생활은 순탄했다. 퇴직후에도  후학양성에 힘쓴 노력을 보상받기라도 하듯 풍족한 노년으로 남부러울게 없는 생활이 보장돼 있었다. 그러나 병마가 그의 황혼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그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인생에서 건강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96년 말부터 조금 이상했던 것 같아요. 운동이나 등산후에 오는 뻐근한 기운이 다리쪽에서 부터 간혹 느껴 졌어요”. 그래도 별 이상이야 있겠느냐 생각했는데 뻐근한 감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증세는 더욱 악화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병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거주지가 천안이기 때문에 천안순천향병원을 찾았다.
신경과에서 이곳저곳 검사를 해보더니 아무런 이상이 없으니 정형외과로 가보라고 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의사들이 이때처럼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정형외과에서는 젊은 의사가 X레이를 찍고 척수이상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그리고 물리치료를 지시했다. 정씨는 젊은 사람이 시원스럽게 말하고 쉽게 진단을 내리는 것에 안심하고 열심히 물리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좋아지리라던 몸은 더 악화되는 것 같았다.


 재활치료로도 속수무책


걸음걸이도 이상해지고 말도 어눌해 졌다. 안되겠다 싶어 병원을 나왔다. 그리고 용하다는 개인 물리치료사를 찾아 6개월간 집중적인 재활치료를 받았다. 치료를 소홀히해 그런가 싶어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재활에 매달렸다. 운동도 열심히 했다. 운동으로 몸에 활력이 생기면  병도 물러가지 않겠느냐는 생각때문이었다. 그러나 운동도 병마 앞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또다시 병원을 찾지 않을수 없었다.
천안단국대병원에서 MRI 촬영을 했다. 담당의사는 소뇌수축이 있다며 그것이 원인이 된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척추MRI를 권했다. 그러나 그는 80만원의 비용 때문에 의사의 권유를 마다했다. 돈도 돈이지만 왠지모르게 의사에 대한 신뢰가 생기지 않았다. 그는 정확한 병명을 알기위해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받았다. 의사들은 모여서 MRI 사진을 놓고 여러차례 회의하더니 소뇌위축과 유전이 원인이라고 판정을 내렸다. 소뇌가 위축돼 작아진 것이야 그렇다 쳐도 유전병이라는 말에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수 없었다. 자식에게도 화가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담당의사는 아주 희귀한 병이라고 말했다. 정씨는 그순간 깊고 검은 긴 터널에 홀로 던져졌다는 기분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유전병이고 희귀질환이라면 치료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서울대병원에서 그는 ‘상염색체우성유전성소뇌실조증’이라는 길고 복잡한 이름의 병을 진단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치료제가 없었다. 그러니 딱히 할 일도 없었다. 수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식을 가려먹어야 되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하기만 했다. 의사도 무엇을 어떻게 하라고 처방하지 않았다. 다만 완화제를 줄 뿐이었다.
그는 병원을 나서며 현대의학이 발달됐다고 하지만 자신의 병을 고칠수 없다는 말에 그저 세상을 원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 병은 조금씩 악화돼 혼자 힘으로 걷는 것이 어렵게 됐다. 지금 그는 지팡이 없이는 혼자 걷는 것이 힘에 버겁다. 지팡이가 다리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발음도 이상해져 자기가 하는 말이 달리 새 나왔다. 언어장애가 겹친 것이다. 그는 돌아가신 부친이 자신과 같은 병에 시달렸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절망했다. 의사가 유전이라고 했던 말이 하루종일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부친의 초라했던 말년을 지켜본 그로서는 병세가 좀더 악화되면 스스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올해 60살인 동생에게도 자신과 비슷한 초기 증세가 나타났다. 다리가 뻣뻣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조카와 아들, 딸은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의사로 움직일수 있을 때 생을 정리 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운이 좋으면 현대의학이나 다른 방법으로 고칠수 있지 않겠느냐는 희미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온천도 열심히 다닌다.


  기억겿풔柄쩜º 정상


48세된 한 여성은 10여년 전부터 걸을 때 휘청거리는 이상증세에 시달렸다. 또 손의 움직임도 둔해 식사하기도 힘들었다. 2년후에는 증세가 더욱 악화돼 평지에서만 겨우 걸을수 있을 정도였다. 말도 어둔해져 새겨듣지 않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언어장애가 왔다. 소변을 하루 20회 이상 보고 시력도 급속히 나빠져 가까이 있는 사람의 얼굴조차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나 기억력, 판단력은 정상이었다. MRI촬영 결과 심한 소뇌위축을 보였다.
상염색체우성유전성소뇌실조증(autosomal dominant cerebellar ataxia,ADCA)은 유전학적인 면에서 매우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인다.19세기말 멘젤에 의해 학계에 처음 보고된후 세상에 알려졌다.


증세따라 세가지형으로 분류


병리학적으로 소뇌피질,교뇌기저부,하올리브핵에 신경원 소실을 보이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따라서 ‘올리브-교-소뇌 위축’ 이라는 병명으로 불려졌다. 그러나 실제로 병리학적 검사상 모든 환자에서 나타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생존해 있는 기간동안 올리브-교-소뇌위축이라는 병명을 사용하는데 문제가 있어 상염색체우성으로 유전하는 소뇌실조증 환자들을 임상증상에 따라 3가지로 나누었다.
소뇌실조외에 안구운동마비,추체로 증상,추체외로 증상,시신경위축,치매 등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제1형,색소성망막변성이 동반되는 경우를 제2형,순수한 소뇌실조만을 보이는 경우를 제3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1형 ADCA는 한 가지 질환이 아니고 여러 종류의 서로 다른 유전자 결함에 의해 생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6번 염색체 단완(6P22-23)에 위치한 불완전한 삼염기 반복의 확장등  ADCA를 일으키는 여러 병적 유전자들의 위치가 확인됐다. 데이비디등은 제2형 ADCA에 합당한 임상소견을 보이는 가족의 3번 염색체 단완에 위치한 SCA7 유전자에서 정상인 보다 과도하게 많은 CAG반복이 있음을 알아내 제2형이 다른형과는 임상적으로 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 구별되는 질환이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러나 제2형 ADCA에 합당한 소견을 보이는 동양인 환자들도 서양인처럼 SCA7에 과도한 CAG 때문에 발병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전범석 교수는 간뇌와 소뇌위축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이같은 상염색체우성유전성소뇌실조증의 완치법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예방할수 있는 방법도 없는 희귀병이지만 역학조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삶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을 줄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대부분의 희귀질환이 그렇듯 이병 역시 국내환자수나 유병률등 통계자료가 전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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