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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붕증

  • 고유번호 : 589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28:58

오줌싸개 오명
인천에 사는 주무 이모씨. 시도 때도 없이 화장실을 가야하는 요붕증 환자다. 평생 약을 먹지 않으면 생활은 물론 잠을 자지 못해 결국 인생을 망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을 살고 있다.
이씨가 물을 먹기 시작한 지는 10년 전인 지난 89년. 몸이 늘 찌뿌둥하고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10번이상 화장실을 들락거려야 했다. 화장실을 나와서는 바가지로 물을 퍼먹고 20분쯤후 다시 화장실을 가야하는 반복된 일상이 그녀를 병들게 했다. “당시 작은 문구점을 했어요. 도둑을 세번이나 잡았지요. 새벽이든 한밤중이든 숙면을 할 수 없으니까요”이씨는 대체 이 병이 무슨 병인지 몰라 애태웠다.
집안 어른들은 소갈증이라는 말로 달랬고 이웃들은 다 큰 어른이 오줌싸개라고 수군댔다. 어떤 의사는 당뇨병검사를 해보자고 말했다. 또 뇌에 이상이 있으니 머리를 열어 보자고도 했다. 또 어떤의사들은 환자한테 병명을 알아내기 위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이상하다’ ‘나도 답답하다’고 하소연 하기도 했다.
“한의원 등 여기 저기 용하다는 곳은 다 돌아 다녔지요” 당뇨병은 아니라는데 도대체 무슨 병일까. 그러는 사이 그녀의 심적 고통은 더해갔다. 외출 한 번 변변히 못하고 여행 갈때는 노심초사로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돈병에 걸렸어요”


우연한 기회에 산부인과 진찰을 받게 됐다. 당시 의사는 자궁에 물혹이 있으니 수술하자고 해 수술날짜를 잡았다.
수술 30분전 산부인과 건물의 다른 의사와 우연히 마주쳤고 이 의사는 이씨의 “20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는데 의사들은 왜 병이 없다고 하느냐”는 넋두리를 듣다가 ‘수술하면 죽는다’고 말렸다. 그래서 수술을 포기했다. 그 의사는 “물을 너무 많이 마셔 마취가 안되고 마취가 돼도 중도에 핏줄이 터져 사망하게 된다”고 말했다. 수술을 연기한 이씨는 지방의 S병원에서 요붕증 판정을 받았다.
“창피해서 혼났어요. 병실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하루 소변량을 모두 병에 담아 전시했어요. 그 양이 얼마나 많은지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낄낄대고 웃다가 나중에는 겁에 질려 말문을 열지 못했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녀는 지금 알약을 한번에 두알 그리고 한알씩 네알을 먹고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는 한달에 열병 정도를 쓴다.
“사람들이 나보고 돈병에 걸렸다고 해요. 약값으로 한달에 40만원이 넘게 드니까요.”그러나 약을 안쓰면 당장 초창기에 나타났던 증세들이 그대로 반복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은 둘째치고 수천개의 바늘이 머리를 쑤셔대는 것같은 통증과 표현하기 어려운 갈증으로 반 죽음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한되 주전자물을 숨도 안쉬고 들이킨다. 그녀는 먹는게 아니라 아에 쏟아붓는다고 표현했다. 화장실물이나 빨래 행군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이때 쯤이다.
이씨가 정상인이라고 느끼는 때는 약을 잘 먹고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준비하는 한시간 정도. 남편과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한없이 행복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런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 죽을 때까지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생활여건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정부에서 희귀질환자에 대한 관심과 보조를 기대하고 있다.


밀수약품 나돌아


한동안 회사생활을 했던 곽보씨. 그는 뇌종양이 원인으로 요붕증 환자가 됐다. 늘 물을 옆에 차고 다닌다. 잠자리든 외출할 때든 항상 물이 근처에 있어야 안심이 된다. “생수 한 통을 입도 안떼고 금방 해치우지요” 물도 그냥 물은 안먹는다. 한 겨울에도 냉장고 속의 물을 꺼내 먹어야 갈증이 가시는 것 같다. 그리고는 곧바로 화장실로 직행한다. 그렇다고 약을 멀리하는 것은 아니다. 단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정신착란에 빠질 정도다. “탈수현상은 말할 것도 없고 혓바닥이 돋고 땡기고 입안이 까맣게 됩니다. 약을 먹으면 바로 입안에 침이 절절 돌고 혓바닥이 발갛게 제색깔을 찾아요” 약효가 좋다 보니 밀수품이 나돈다.
한국폐링의 미니린 성분을 반으로 줄인 제품이 이탈리아나 스웨덴에서 제조돼 한국으로 들어온다는 것. 밀수품은 한국어 라벨이 없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종로나 인천 등 대형약국에서 밀수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처음에는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환자들이 쉬쉬하면 찾았으나 지금은 대개 정품을 쓰고 있다.
국내에 있는 80여명의 요붕증 환자들이 정보를 주고받고 아픔을 나누는 모임 회장인 곽씨는 환자들은 늘 싸게 좋은 약을 먹고 싶은 욕방에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엄청난 소변량 질려


요붕증은 정상인의 평균 소병량이 2ℓ 이하지만 5ℓ 이상의 많은 소변을 보고 그 만큼 많은 양의 물을 먹어야 하는 특이질환.
대뇌에서 항이뇨호르몬이 잘 생산되지 않는 중추성 요붕증, 신장에 병이 있어 항이뇨호르몬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신(腎)성요붕증, 심리적 원인에 의해 물을 자주 마셔 소변을 많이 보는 심인성 요붕증으로 나눌 수 있다.
중추성은 선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대뇌의 종양이나 염증 혹은 외상 등에 의해 후천적으로 일어나기도 한다. 그 가운데 뇌질환에 의한 것이 많기 때문에 요붕증 증상이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을 조사해야 한다.
당뇨 환자의 경우도 혈당이 증가되면 신장에 물의 재흡수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소변의 양이 많아 지므로 갈증이 따르게 돼 물을 많이 마시게 되므로 이와 혼동해서는 안된다. 탈수 검사를 하면 어떤 종류의 요붕증 환자인지 판별이 가능하다. 이와함께 혈액 속의 항이뇨 호르몬 농도를 측정한다.


원인규명이 치료 관건


검사결과 항이뇨호르몬이 전혀 분비되지 않는 환자는 뇌종양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대뇌의 컴퓨터 촬영이나 MRI로 종양여부를 조기에 발견 치료해야 한다. 요붕증 환자치료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경희대 내분비내과 양인명 교수는 “먼저 정확한 발병원인을 찾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설명하고 “원인이 발견되면 그에 따른 적절한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추성 환자에서는 항이 뇨호르몬이 전혀 나오지 않아 평생동안 항이뇨호르몬 보충요법을 써야 하고 부분적으로 결핍돼 있는 환자들에게는 대뇌의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자극할 수 있는 데모프레신제제를 사용하면 효과적으로 증세를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년에 대략 5~6명의 요붕증 환자가 보고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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