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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시스틴뇨증

  • 고유번호 : 583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27:04

꽃다운 나이는 어디에


다윗과 솔로문, 아빠는 다윗의 용기와 솔로몬의 지혜를 배우라고 예쁜 딸의 이름을 다솔이라고 지었다. 김다솔(15). 감수성이 예민한 소녀로 한창 미래의 부푼 꿈을 꾸고 있을 나이.
이 나이면 친구들을 만나고 분식집에서 떡복이를 먹으며 수다를 떨면서 우정과 희망을 노래하는 시기. 가끔 짜증을 부리고 학교공부가 지겹기도 하지만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일 뿐, 여느 학생들이라면 이같은 일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다솔이는 그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달라도 한참 다르다. 특수중학교 2학년 생이지만 글을 쓸줄도 읽을 줄도 모른다.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간혹 모자란 아이로 놀림을 받는다. 그렇지만 별로 화를 낼줄도 모른다.


저 어린것이 무슨…


간혹 초점없는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한없는 상념에 사로잡힌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혀를 차면서 동정의 눈길을 보낸다. 다솔이 어머니 박순희씨(41). 박씨는 이런 다솔이를 볼 때마다 뭐라 표현하기 힘든 답답함을 느낀다. 오늘 아침도 한바탕 전쟁을 치렀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것을 억지로 책을 챙기고 옷을 입혀 보냈다. 버스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박씨는 오늘도 가슴이 미어진다. 이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복받치는 설움을 주체하기 힘들다.
저 어린 것에게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런 천벌을 주었나 하고 하늘을 원망한다. 텅빈집안. 갑자기 채워지지 않은 공허가 가슴 한구석을 흽쓸고 지나간다. 이제는 그만 체념해야지,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하면서도 울컥울컥 분노가 치민다.


공허, 채념, 그리고 현실


박씨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를 떠올리며 어렵게 말문을 였었다. “돌이 지난 시점 이었던가요. 또래 보다 조금 늦되다 싶었어요. 그렇지만 신체상의 별 이상은 발견할 수 없었지요. 위로 언니가 있지만 언니도 잘 컸고요.” 그런데 하루가 다르게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눈망울이 초롱초롱하지 못하고 흐릿했다.
사물을 정확히 보는 것 같지않고 느릿느릿 움직였다. 동네병원을 찾았지만 괜찮다는 말만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했으나 네살이 되어도 말을 하지 못했다.
서울대병원에서 피검사 뇌파검사 등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단순히 지능이 약간 모자라다는 말만 들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퇴원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4살이 되면서 혈전증이 왔다. 계속 토해내거나 헛구역질을 했으며 설사도 쉬지 않았다. 동네병원에서는 배에 복수가 찼으니 더 큰 병원에 가보라는 진단을 내렸다.
설상가상으로 췌장에 염증이 생겼다. 호스를 끼고 췌장에 찬 물을 빼냈다. 그때 그때 증상치료를 했다.
여섯살이 되면서 눈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수정체가 탈구돼 왼쪽 눈은 실명했다. 수술했지만 잃은 시력을 찾지 못했다. 오른쪽 눈도 정상이 아니다. 시신경이 많이 상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겨우 사물을 식별한다. 땀을 흘리면 머리에서 표현하기 힘든 역겨운 냄새가 나고 귀에서 부터 머리에 이르는 부분이 하얗게 변하기도 했다.
울때면 몸이 굳어지는 경기 현상이 왔다. 뼈가 약해 골밀도 검사를 해보니 60대 노인과 같은 골다공증 현상이 나타났다. 예삿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몇군데 병원을 전전했으나 여전히 병명을 알지 못했다. 다솔이는 8살이 돼서야 정확한 병인을 알아냈다.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순천향의대병원에서 호모시스틴뇨증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완치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게 됐다. 다만 악화를 막을 수 있는 몇가지 치료를 하고 있을 뿐이다.
“의사는 좀더 일찍 알았더라면 지금보다는 상태가 훨씬 좋았을 것이라고 말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 더 속이 상하지요. 그렇지만 어쩌겠어요. 다 지난 일인걸요.”박씨는 이제는 모든 것을 받아 들이기로 했다. 그래서 주일마다 다솔이를 교회에 데리고 다닌다. 모든 사람이 평등한 교회는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다솔이를 낫게 해달라는 기도보다는 다솔이보다 못한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 더 많았다. 다솔이에게도 자신보다 부족한 사람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고 1인 언니와 간혹 싸우기도 하고 장난감을 사달라고 고집을 부리지만 이런 것들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전주예수병원에도 2명의 호모시스틴뇨증 환자가 있었다. 이 병원 소아와 이오경의사는 “한 10여년 전의 일이라 그들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생사를 전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도 환자가 1명 있는데 이 환자의 유전자 검사는 아주대병원 한시훈교수가 맡고 있다.


조기발견·예방이 최선


다솔이는 순천향병원 소아과 이동환교수가 돌보고 있다. 이 교수는 “호모시스틴뇨증(Homocystinuria)은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되는 선천성대사이상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경련, 가늘고 숱이 적은 모발, 수정체 탈구, 안면발적, 키가 크고 손가락이 긴 말판증후군 같은 골격 이상 및 골다공증이 주 증상이라는 것. 또 끈적끈적한 혈소판이 생겨 혈전이나 색전증이 초래되며 지능부진이 온다.
유아기때의 임상증상은 성장이 지연되는 비특이적인 양상을 보여 발견이 쉽지 않고 대개 3세 이후 수정구 탈구 발생으로 확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국의 조사에 의하면 20세 까지의 사망률은 11%이며 30세까지는 18%로 조사된 바 있다. 치료는 호모시스틴이라는 아미노산과 그 대사산물의 독성작용으로 발생하는 것이므로 호모시스틴 농도를 최대한으로 낮추기 위한 방법을 쓴다.
또 단백질을 피하고 야채를 많이 먹어 메스오닌을 제한해야 하며 호모시스틴의 대사작용을 촉진시키는 비타민 B6, B12, 엽산, 일제 특수분유나 베타인을 투여한다.
특히  비타민 B6 비반응자를 신생아때 발견해 치료할 경우 정신박약이나 수정체 탈구 및 발작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예방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신생아 대사이상종목으로 이 질환을 포함시켜 조기발견이 가능하나 국내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이 교수는 “조기 발견해 치료하면 정신박약을 방지하고 예후가 크게 좋아지므로 가족력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경우 혈액과 소변검사를 통해 호모시스틴의 과다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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