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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섬유종증

  • 고유번호 : 579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25:29

온몸에 갈색반점… 사춘기 다발
 
결혼할수 없는 이유
“결혼요, 할수없죠.” 그는 아무런 감정없이 바로 답했다.
29살 진미령씨.
갯내음과 파도소리가 정겨운 강원도 삼척의 전형적인 시골에 살고 있다. 그는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랑하는 남자가 결혼을 신청하면 거절할 용기가 없는 것이 그 이유다. 남들처럼 한 남자를 사랑하고 결혼해서 그 사람의 자식을 낳고 사는 평범한 일생이 그에게는 낯설은 것이다.
그의 꿈은 전문직업인이 돼 남자의 도움 없이도  평생을 살아가는 것. 그래서 미용학원도 다닐 계획이다. 그는 부모가 떠나면 홀로 세상과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큰 슬픔으로 괴로워 하거나 스트레스로 하루를 보내는 어리석은(그의 표현대로) 일은 하지 않는다.
20살 꽃다운 나이. 여고를 졸업하고 얼마 안 있어 몸에 이상이 왔다. 스멀스멀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기분 나쁜 증상이 나타났다. 뱀을 만져 본 적은 없지만 뱀이 몸을 타고 지나가는 것 처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태는 몸의 한 곳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팔뚝에서 시작된 것이 등으로 나중에는 배와 겨드랑이로 이동해 왔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작은 반점이 나타나 콩알 만한 사마귀가 되고 점이 생겼다.
“여름이 싫어요.” 팔둑을 드러내야 하는 여름이 사계절 중 제일 싫다고 그는 말했다. 손등에도 여기저기 점과 사마귀들이 점령했다. 한 번 생긴 점들은 혼자서는 스스로 없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수술을 했다.


     수많은 점들…


그렇지만 수백개의 점들을 모두 수술할 수는 없는일. 그는 “수술로 몸의 모든 사마귀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힘없이 되뇌었다.
“경북 구미의 전자회사에 다닐 때 더 심해진 것 같아요.” 그는 생계를 위해 그리고 인생경험을 위해 4년간 구미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 일이 힘들고 고된 것은 둘째 치고 삭막한 인간관계에 짜증이 나 휴직을 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언제나 그렇듯 바닷바람과 갈매기울음 소리는 마음을 편하게 해줬다.
집에서 편히 쉬면 좀 나아지겠지 생각했으나 점들은 계속해서 생겨났다. 스멀거리는 느낌이 오고 조금 있으면 점이 생겨났다. 일단 점이다 싶으면 성장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 며칠 지나고 나면 콩알 만하게 커졌다.
큰병원에 가보라는 말을 듣고 신촌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
신경섬유종증이 그에게 떨어진 병명이었다. 의사는 치료할수 없다고 말했으나 그말이 별로 실감나지 않았다. 점이 있다고 해서 일상생활을 못하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게 아프거나 잠을 못자지도 않았다.
그는 자신에게 닥쳐온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쁜 짓을 해서 걸린것도,전염되는 것도 아니므로 숨길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중목욕탕에도 간다.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느끼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딸만 다섯인 집안에 막내로 태어난 진씨는 가끔 자신이 너무 늦게 세상이 출생한 것이 발병의 원인은 아닌가 여기고 있다. 아버지가 43살, 어머니가 41살 때 였으니 그럴만도 했다. 그렇지만 누구를 탓하지 않기로 작정한지 오래돼 지금은 그저 독립 할수 있는 방법을 찾는 일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말 속상하면 저도 모르게 바다로 간다.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 그 너머의 세상은 질병없는 곳인가. 아프지 않고 표나지 않고 남들처럼 똑같은 모습으로 세상을 살고 싶다고 맘껏 소리쳐 본다. 그러면 한결 속이 후련해져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다.
진씨는 “오래전에 스스로 세상과 타협했다”고 말했다. 혼자사는 인생도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며 남은 인생을 스스로 살아가고 싶다고 말끝을 흐렸다.  


  남과같은 모습 소망


신경섬유종증(神經纖維腫症,
Neurofibromatosis)은 피부에 발생하는 대표적인 상염색체 우성 유전질환. 부모중 한명이 환자라면 자식은 50%로 비율이 높으며 남녀 차는 없다.
우리나라는 빈도에 대한 정확한 역학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대략 4,000여명의 신생아중 한명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며 특별한 인종적, 지역적 차이는 없다.
1882년 학계에 처음 보고됐다. 신경계통, 뼈 그리고 피부에 발육 이상을 초래하며 1형에서 7형까지 분류된다. 1형은 환자의 85%가 해당하는 전형적인 신경섬유종으로 수mm에서 수cm 크기의 점과 다수의 밀크 커피색 반점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다. 중추신경계의 병변은 없거나 약한 것이 특징이다.
신경계와 섬유계의 두가지 성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춘기에 주로 발병한다. 종양의 수는 매우 다양해 수개에서 수천개에 이를수 있는데 몇 개 정도 생기는지는 예측할수 없다.
다행히 양성종양인 신경섬유종이 악성종양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일부의 신경섬유종은 위치나 장소에 따라 미용적인 문제, 혹은 통증 등의 이유로 절제술을 시행하는데 절제술이 새로운 종양의 발생을 유도하거나 절제된 부위에 다시 종양이 생기지 않는다는 증거는 없으며 불완전한 절제가 암으로 전환을 유도하지도 않는다.


    밀크커피색 반점


가장 흔한 증상은 피부의 갈색반점이다. 이 반점은 커피색과 우유빛을 합한것과 비슷하다 해서 밀크커피 반점이라고 부른다.
진단은 6개 이상의 밀크커피 반점을 갖고 있으며 크기도 어린이에서는 0.5cm 이상 어른에서는 1.5cm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이밖에도 주근깨, 청동색 색소침착, 거대색소성모발성모반, 천골부 다모증, 뇌회상 피부 및 대설증이 올수 있다. 또 다수의 많은 종양은 손가락 끝으로 누르면 안으로 밀려갔다가 놓으면 다시 튀어나오는 감을 느낄수 있다. 안구의 색소부위에 나타나는 홍채모반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증상은 경미한 것에서부터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등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종양이 매우 커 미용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거나 척추만곡증등 골격계 이상 혹은 시각, 청각장애, 지능저하, 신장 이상, 크롬친화성세포종에 동반된 고혈압이 올 수 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박경찬 교수는 “17번,22번 염색체 이상으로 발병하는 이 병에 대한 치료법은 불행하게도 없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유전자치료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중이나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연세대병원 피부과 이민걸 교수는 “자식의 절반에서 유전되므로 결혼과 후손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전자를 산전에 검사해서 진단할수도 있으나 이를 연구하는 의사들의 수가 적어 크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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