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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레자일X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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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24:46

X염색체 이상 원인… 남아에 다발
   
‘나쁜 피’ 유전
병은 소문을 퍼뜨려야 낫는다는 말이 있다. 감추고 숨기고자 하는 병자의 심리를 간파한 것이다.
내가 건강하지 않고 무슨 병이 있다는 것을 가까운 사람에게도 말하기 어려운데  소문을 내야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그 질병이 유전에 의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부모에게 ‘나쁜 피’가 있어 그 피가 자식에게 옮겨져 발병했다는 사실은  부모에게는 씻을수 없는 죄책감으로 다가온다.
특히 부모중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책임이 밝혀질 경우 건강한 2세를 위해 이혼하는 수도 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주변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일이다.
올해 6살인 영태(가명)도 부모의 나쁜피에 유전된 경우다.
6살인데도 아직 말을 못한다. 더듬더듬 엄마를 겨우 말할 뿐이다.
말만 못하는 것이 아니다. 또래의 다른 아이라면 대소변은 물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영태에게 글자를 알게 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기저귀를 차고 있는 영태는 영락없는 어린아이 모습 그대로다. 말만 늦은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늦다. 키도 작다. 또 이상한 행동을 해 부모를 놀라게 한다. 짜증을 자주 내며 간혹 무서운 얼굴로 난폭한 행동을 한다. 밥을 먹다가도 숟가락을 떨구거나 집어 던진다. 밥이 들어가는가 싶더니 어느새 입가로 침을 흘린다. 국물을 쏟거나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영태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이상하거나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다.
부모는 속이 탄다. 어머니 박영순씨(가명)는 자신의 피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어렵게 구한 자료와 의사의 설명을 듣고 알고 있다.


 발작할땐 진정제 투약


내색은 안하지만 어쩌면 아빠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차라리 영태와 함께 멀리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하루에도 여러차례 든다. 아들이라고 좋아하던 남편의 얼굴이 떠오르다가 수심에 가득찬 모습으로 담배만 피워대는 것을 보면 뭐라고 말하기 힘든 가슴 속의 답답함이 온몸을 짓누른다.
치료할수만 있다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고쳐보겠지만 용하다는 의사들도 모두 고개를 가로 젓는다. 이제는 병원순례도 포기했다. 약 먹는것도 부질없다는 것을 안다. 발작을 멈추기 위해 진정제를 먹이는 것 외에는…. 
달나라 여행이 멀지 않았다고 떠들어 대지만 아들 하나 고쳐내지 못하는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그렇지만 박씨는 내년에는 영태를 특수학교에 보낼 생각이다. 언제까지 자신이 영태와 함께 할수 없기 때문이다.
정신적으로 고통을 받다 보니 몸이 많이 축난 것을 스스로 느낄수 있을 정도다. 어머니는 영태가 정상적으로 일을 해내기를 기대해서가 아니라 대소변이라도 보고 간단한 의사소통 이나마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이같이 결정했다.


 혼자선 아무것도 못해


다섯 살 난 한 남자어린이의 어머니는 이름도 성도 밝히지 말아달라며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산전진단에서도 별 이상이 없었어요. 그런데 애가 태어나서 얼마 안있어 이상하다 싶었지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 생각했으나 차도가 없어요. 제 사촌들과 비교해 보면 늦된다는 것을 확연히 알수 있어요.” 그래서 몇군데 병원을 찾아갔다.
한 대학병원에서 유전자 검사를 하더니 후레자일 X증후군으로 진단을 내렸다. 어머니는 이때부터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만 했다.
병을 알수록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쌓여만 갔다. 평생을 불구로 살아야 한다는 것. 자기의사를 표현할수 없다는 것. 남의 손에 의지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것이 어머니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했다.
어머니는 한때 냉동인간으로 수십년간 있다가 치료약이 개발되기를 기다리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고 했다. 무슨 생각이든 못할게 뭐가 있느냐며 어머니는 눈물을 흘렸다.
재롱을 부리고 심부름도 곧잘 하고 글자도 하나씩 깨우쳐 가는 그런 모습을 아들에게서 기대할 수는 없을까.
어머니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꿈중에서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어머니는 아이가 행동발달장애 뿐만 아니라  모습까지도 이상해져 가고 있다며 말문을 잇지 못하고 울먹였다.
우선 귓바퀴가 큰 것이 쉽게 눈에 띈다. 머리도 크고 얼굴은 길고 좁으며 고환은 고추에 비해 턱없이 크다. 이마는 앞으로  튀어 나왔으며  콧구멍도 꽤 넓다.
고슴도치도 자기자식이 예쁘다고 하지만 어머니는 어느 땐가는 자식이 외계인은 아닌가 하는 소름끼치는 상상을 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과잉행동겴泯竄忖섟¡ 나이를 먹을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고 흐느꼈다.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병


후레자일 X증후군( 약체 X 염색체 증후군,Fragile X )은 말그대로 X염색체가 취약해 나타나는 유전질환. X염색체의 가장자리(q27.3)에 위치한 유전자가 돌연변이에 의해 증폭돼 쉽게 갈라지거나 손상을 입어 증상이 나타난다.
여아보다는 남아에서 흔한데 이는 여성의 경우는 또다른 X염색체를 보충할수 있는데 반해 남아는 하나의 X염색체가 파괴되면 이를 보충할수 없기 때문이다. 보통 남아 4,000명,여아 6,000명중 한명 정도 발병률을 보인다. 정신지체역시 남아에서 흔하고 더 심하다.
완전변이(full mutation)된 남아에서 거의 모두 정신지체가 있으나 여아에서는 50% 정도의 빈도로 나타난다.
정신지체외에 학습장애겵聆퓐쨩湲툈행동장애겙A?자폐성향을 특징적으로 보여준다. 분자유전학적 방법으로 쉽게 진단이 된다.


 진단율99% ‘불치병’


차병원 김숙환 교수는 일반적인 염색체 검사로는 질환의 조기진단이 어렵고 분자유전학적 방법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즉, DNA를 이용한 분자유전학적 방법으로 기존의 50%정도에 그치던 진단율을 99% 이상으로 높였다.
또  뇌파소견은 아주 드물게 보고돼 왔으나 최근에는 간질의 동반여부와 상관없이 특징적인 뇌파소견(각성시 배경파의 서파화,수면시의 측두엽 예파)이 확인돼 이 증후군의 진단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소화아동병원 소아신경과 정희정박사는 X염색체 이상은 부모에서 나타날 수 있어 남겳㈍Æ 모두에 올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덧붙여 이상 염색체를 근본적으로 바꿀수 있는 방법은 없어 이 질환의 치료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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