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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더윌리증후군

  • 고유번호 : 573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22:55

축 늘어진 신체
충남 당진에 사는 편영남씨(여?1). 슬하에 4살된 딸과 막 돌이 지난 아들을 두고 있다. 스스로를 지혜롭게 다스린다는 의미의 다슴이는 딸의 이름이고 아들은 이수로 지었다. 이로울利 목숨壽.
부실하게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고 오래 살아달라는 소망을 담았다. 편씨는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아들이 소원하는 대로 튼튼하게 성장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지만 이수는 엄마의 이런 간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하루종일 누워만 있다.
칭얼대지도 움직이지도 못한다. 창밖은 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이  내리쬐고 들판은 온통 황금빛이다. 다른 어머니와 같이 유모차에 아들을 태우고 재잘거리는 딸과 함께 시원한 공기를 맘껏 마셔보고 싶지만 마음뿐이다.
대문밖을 나서면 십중팔구 감기에 걸리고 감기는 바로 폐렴으로 이어져  다시 병원 신세를 져야 하는데 이 모든 것이 두렵다.
꼼짝 못하고 방안에 갇혀있는 생활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 생각해 보니 이런 일상은 이수의 출생과 함께 시작됐다.
임신중에 태동이 별로 없고 8개월이 되자 양수과다증으로 예정일 보다 3개월 앞당겨 천안 단국대병원에서 제왕절개를 했다. 막 태어난 이수는 한눈에 봐도 이상을 알수 있을 만큼 축 쳐져 있었다.
어머니 편씨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삼성서울병원 신생아 중환자실로 이수를 옮겼다.
병실에 누운 편씨는 산후의 고통도 잊은채 아빠의 품에 안겨 앰불런스를 타고 있을 이수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험하다는 것을 직감하고 있었기에 강해져야지 다짐하지만 쏟아지는 눈물을 막을수는 없었다.
이수는 그곳에서 폐동맥고혈압 수술과 심장질환 치료를 받았다. 두달만에 퇴원한 이수는 거친 숨소리를 내쉬는 것 외에는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젖을 물 힘도 없다. 이러다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편씨는 깊은잠에 들지 못한다. 간혹 호흡이 끊기는 것처럼 숨소리가 가늘어 지면 급하게 119를 찾는다.
입에는 산소호흡기를 쓰고  사이렌 소리를 들으며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그렇게 세번씩이나 서울을 오갔다. 지난 6월에는 잠복고환 수술을 하고 3개월만에 퇴원했다. 돌아오면서 편씨는  또다시 입원하기 위해 퇴원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한숨을 쉬었다. 가만히 이수의 손을 잡아본다. 따듯한 감촉 .살아있구나.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유난히 짧은 손가락에 눈길이 간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이수가 보이는 이같은 증상은 프라더윌리증후군의 전형적인 특징이었다. “다슴이가 기특해요. 동생을 끔찍히도 생각해 “먼지가 나면 이수가 또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면 뛰어 놀다가도 금새 조용해 져요. 그리고 안쓰럽게 쳐다보는 것이 얼마나 슬픔에 가득한지 가슴이 미어져요. 다슴이와 함께 하루종일 이수 곁에 있어요. 나갈수도 들어 올수도 없지요. 우울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렇지만 극복해야 지요.”


식욕절제 기능없어


중학교 2학년인 경선이는 말을 제대로 못해 의사소통이 어렵다. 140㎝의 키에 몸무게가 67㎏으로 비만아다.
키에 비해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은 먹는 것에 대한 절제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경선이가 잘하는 것은 먹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버려 두면 냉면 그릇에 가득한 밥을 식은죽 먹듯 한다고 표현했다. 그런 경선이에게 다이어트를 권하는 것은 참 힘든 일이다.
“못먹게 하면 화를 내요. 집어던지고 소란스러워 어쩌지 못해요.” 그는 지금 음식을 감추고 찾아먹고 하는 숨바꼭질에 지쳐 있다며 경선이게 제일 발달된 것은 먹는 일이라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말이 통하면 설득해 보겠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지능이 떨어지는 경선이와 대화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다. 경선이는 6살이 되도록 말을 못했다. 말이 늦게 되는 아이가 있다는 말을 믿은 것이 화근이었다.
7살이 되서야 겨우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프라더윌리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어머니는 경선이가 이 지경이 된 것은 미리 대처하지 못한 자신 때문이라고 한탄했다.
좀더 일찍 발견해 치료를 받았다면 이 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생활이 어려워 돌보지 못하고 친정아버지께 맡긴 것이 못내 한이 된다. 그래서 늦게 나마 치료에 정성을 쏟고 있다. 특수교육을 받고 정상인들과 같이 공부할수 있도록 중학교도 다니고 있다.
틈나는 대로 책을 읽어 주고 옛날이야기도 해준다.  이미 상실된 뇌기능으로 정상적인 생활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할 때 까지는 해볼 심산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만이다. 하루종일 먹어대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다. 몰래 훔쳐먹고 잠자다 일어나서 먹고  온통 정신이 먹는 것에만 쏠려 있다. 신과일이나 신음식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잘 먹는다.
저녁에는 아예 방에 소변기를 들여 놓고 밖에서 문을 잠그는 고육책을 써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많이 먹으면 그만큼 운동을 하면 괜찮은데 운동은 그렇게 싫어한다. 그나마 이모가 성산동 뒷산으로 열심히 데리고 다녀 이 정도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지능도 떨어지고


“참 많이도 울었어요. 늘 한숨만 나오고요. 밖에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목이 돌아갈때까지 쳐다봐요. 서로 옆구리를 찔러 가며 수군대고요. 싸움도 여러번 했어요. 그냥 보고 지나가지 왜 이러쿵 저러쿵 말을 하느냐고요. 그런데 경선이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웃기만 하지요. 남들이 자기를 놀리고 있다는 것을 몰라요. 남과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니 얼마나 답답한 일인가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알고서 고통받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은때도 있어요. 한참 어린애들이 놀려도 가만 있는 것을 보면 울화통이 터지다가 차라리 잘 된 것 아닌가 하는 못된 마음에 화들짝 놀라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경선이를 데리고 밖에 나가는 것이 부끄러운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당당해 지고 싶다.
내 자식을 내가 사랑하지 않고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다면 하늘아래 누가 사랑해 주겠는가. 그래서 인형을 사러 같이 외출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유전학교실 진동규교수는프라더윌리증후군(Prader-Willi Sysdrom,PWS)은 잠복성기, 비만, 근무력증, 학습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희귀질환으로 부계의 15번 염색체중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 발병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남아는 음경이나 고환이 작고 잠복고환이 있으며 여아인 경우 소음순, 음핵이 작으며 남녀 모두 사춘기가 늦게 온다고 말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김덕희 교수는 태어나서는 잘 모를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빠는 힘이 부족해 젖이나 우유를 스스로 먹지 못해 떠먹여 주는 경우가 흔한데 2세이후에는 너무 많이 먹어 비만에 시달릴수 있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공부하는데 지능은 아주 낮은데 비해 먹고자 하는 욕망은 크게 발달해 있어 억제 하기가 힘들며 낮에는 꾸벅꾸벅 졸다가 식구들이 모두 잠들면 일어나 냉장고의 음식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우는 습성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심지어 체하고 설사하면서 까지 먹어댄다는 것. 항우울제 프로작이나 성장호르몬으로 치료하지만 완치는 기대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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