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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자궁내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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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53:01

폐에 붙은 자궁세포… 생리땐 입에서도 각혈
성남에 사는 올해 27살의 정미수씨(가명). 정씨는 요즘 운동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몸도 건강해 지고 잡 생각을 없앨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에는 생각도 못했던 바벨을 들어 올리거나 줄넘기를 하고 난 후 흠뻑 젖은 땀을 말릴 때면 인생이 한결 여유롭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정씨의 이런 생각은 불과 얼마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녀는 한때 삶을 포기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를 맞기도 했기 때문이다. 사는 것, 숨쉬는 것이 고통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정씨는 남들보다 조금늦은 17살에 생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규칙적이지 못했다. 월말에 시작할 때도 있었고 월말에 끝날 때도 있었다. 2~3일 만에 끝날때도 있었으며 일주일 내내 시달리기도 했다. 어떤 때는 10여일이 넘도록 지속됐다. 처음에는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으나 몇 년이 지나도 규칙적인 패턴을 그리지 못했다. 병원에서 종합진찰도 받았으나 원인을 찾지 못했다. 몸이 허해서 그렇다고 진단한 한의원에서 한약도 먹었다. 


불규칙한 생리
민간요법도 해 봤으나 불규칙한 생리는 여전했다. 간혹 기침을 하면 입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했다. 정씨는 병명을 알지 못하는 자신의 증세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걱정을 할 까봐 부모에게는 각혈한다는 말은 하지도 못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각혈은 생리때만 나왔다. 다른 때는 기침을 해도 피가 나오지 않았으나 생리 때만 되면 어김없이 입가에 피를 묻혀야 했다. 최근 6개월 동안은 각혈이 더 심했다. 약간씩 침처럼 나오던 피가 나중에는 덩어리 형태를 띄기도 했다.
정씨는 생리와 각혈이 일정하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오빠와 상의해 종합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통상적으로 하는 엑스레이 검사등 검진을 받았으나 의사는 고개만 저었다. 그러면서 초음파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 초음파 검사결과 폐에서 이상징후가 보였다.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했다. 집에 돌아온 정씨는 정말 자신에게 무슨 큰 일이 생긴 것으로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입에서 피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러날 계속되는 것이 여간 불안하지 않았다. 최근에는 가슴이 답답해 숨쉬기 조차 힘들었다. 잘 못 될 수도 있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자 지난 날들의 생활들이 언뜻언뜻 되살아 났다. 친구들과 다툰일, 첫 미팅에서 가슴졸였던 기억등이 스쳐갔다. 쓴웃음이 나왔다.


폐암을 의심하기도
살아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을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어느순간 가슴이 복받쳐 왔다. 부모님에게 좀더 잘해 드려지 못한 것이 그중 마음에 제일 걸렸다. 2남1녀의 막내딸로 귀엽게 자라 응석만 부릴줄 알았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었다. 스물일곱살 이지만 밥도 제대로 할 줄 몰랐다. 설거지는 물론 바쁘다는 핑계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의 하지 않았다. 후회가 됐다.
입원하기 4일전 부터 정씨는 집안일에 신경을 썼다. 신경을 쓰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몰두 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밥을 하고 집안 청소를 하고 설거지를 했다. 자주 어깨가 결린다는 어머니에게는 정성스런 안마도 빼놓지 않았다. 담배꽁초가 어지러웠던 재떨이는 늘 말끔하게 치워져 있어 아버지를 놀라게 했다. 변화를 눈치챈 어머니는 큰아들에게 무슨일이 있는 거냐고 물었다.
아들은 그렇잖아도 내일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하면서 미수가 대학병원에 입원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폐가 이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집안은 발칵 뒤집혔지만 정작 정씨는 별일 아니라는 듯 태연했다. 이미 마음의 정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까. 그는 불치병인 폐암을 짐작하고 있었다. 결핵이나 단순한 기관지염은 아니라는 진단을 이미 받은 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병원에서는 폐 조직의 일부에 자궁세포가 있는 폐자궁내막증이라고 확진했다. 생소한 질병이었지만 폐암이 아니라는 말에 정씨는 다시 태어나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정씨는 수술후 입에서 하는 생리증상이 사라졌다. 19세의 김진아씨, 24세의 민은경씨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이들은 정씨와 마찬가지로 한결같이 생리시에 입으로 각혈을 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입과 자궁 두군데서 매달 반복적인 생리를 하는 것이다.
폐자궁내막증은 세계에서도 단 20예만 보고됐을 만큼 희귀한 질환이다. 국내서는 현재까지 3예만 보고됐으나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은 한 두명은 더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정씨를 수술한 영동세브란스병원 흉부외과 이두연 교수는 “흉부 X-선 촬영,전산화단층 촬영,기관지 내시경을 통한 조직검사등으로 진단할수 있으며 일단 폐자궁내막증으로 확진되면 폐에 붙어 있는 자궁세포를 제거하는 것으로 완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증상이 특이하고 조직학적으로도 검증이 어려워 진단이 안되는 수도 있다”며 “일단 생리시 입으로 각혈이 있다면 이 병을 의심해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술로 완치가능
특히 우측폐 아랫부위의 일부가 국소적으로 굳어지는 현상도 동반되는데 생리가 끝나면 사라진다는 것.
이 교수는 “이 질환의 원인으로 주로 젊은 여성에서 자궁내막증의 양상으로 변성된 세포가 마치 암세포가 퍼지듯이 혈관 등을 통해 이동해 흉막에 붙거나 아니면 폐속으로 들어갔기 때문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치료는 성선자극호르몬 촉진제를 이용한 호르몬 요법과 절제술을 통한 수술적 방법이 있는데 호르몬 요법은 간편한 반면 평생동안 매달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또 치료비용도 만만찮고 치료시 폐경기 여성에 나타나는 안면홍조 등의 부작용이 있어 지속적인 치료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정씨는 수술후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너무 잘 먹고 정신적으로 안정돼 몸무게가 급속히 불었다. 건강도 찾고 살을 빼기 위해 매일 집근처의 헬스에서 늦게까지 운동하면서 새로운 삶을 만끽하고 있다고 어머니는 딸의 최근 근황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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