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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음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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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50:44

半은 여자… 半은 남자… 유전아닌 돌연변이
행복한 가정에 날벼락…


초등학교 5학년인 여자 아이가 있었다. 바람에 희날리는 긴머리가 예쁜 이 아이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남부럽지 않은 어린시절을 보냈다.
사업을 하는 부모는 아이가 심심할까봐 세살 터울의 남동생을 낳았다. 가족은 행복했다. 그러나 행복은 이때까지 였다.
올해 중학생이 된 김예진(14). 예진이 어머니 박정자씨(가명.54)는 세상에 이럴수는 없다고 목놓았다.
예진이는 여자가 아닌 남자였던 것이다. 여자로 알고 키운 아이가 남자로 판명되자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기분을 느꼈다.
악몽을 꾸고 있겠지. 잠시후 깨어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겠지. 남들한테 못된 짓 한일도 없는데. 하느님이 그럴리 없지. 아무런 말도 없이 병실문을 나섰다. 온몸이 떨리고 혼백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멍한 정신을 수습 할 수 없었다.


교복 잘 어울리는 여중생
박씨는 그렇게 하루, 이틀을 보냈다. 그리고 한달이 가고 일년이 지났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초등학생이던 예진이는 하얀칼라의 교복이 잘 어울리는 어렷한 여중생이 됐다.
그러나 예진이는 여전히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 딸 하나, 아들 하나의 집에 갑자기 아들이 둘인 상황을 누가 이해하겠는가. 하늘은 알고 있었을까. 남자가 여자로 사는 이해할수 없는 현실을.
어머니는 한동안 정신병자와 같은 생활을 했다고 했다. 박씨는 온전한 정신으로 사물을 보기 어려웠다고 말문을 잇지 못했다.
예쁜 딸, 심성이 그렇게 고왔던 딸이 남자라니. 2년이란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이런 현실이  믿겨지지 않고 있다.
세상에 예진이의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은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의사 뿐이다. 그런데 최근들어 예진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활달하던 아이가 말수도 적어졌다. 친구들도 잘 만나지 않는다. 대신 집에 박혀 만화책을 읽는 시간이 많아 졌다. 그리고 엄청나게 먹었다. 하루 세끼 식사는 물론 틈틈이 간식을 챙겼다. 체중이 급격하게 불어났다.
부모는 새로운 걱정에 빠졌다. 아이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이 두려웠다. 자신들도 감당하기 어려웠던 충격을 당사자가 안다면,그것도 아직 육체적,정신적으로 덜 성숙한 사춘기 소녀가 안다면….
그 후의 일은 정말 생각하기도 끔찍했다. 그런데 끔찍한 사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또래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생리가 없다. 생리는 좀 늦는다고 쳐도 가슴의 발달이 전혀 없다. 친구들과 비교됐다. 어쩌다 보게된 성기모습도 왠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엄마에게 물어볼까. 그런데 표정이 이상하다. 무엇에 쫓기는 것같은 불안해 하는 모습, 나를 보는 안타까운 표정. 전과 달라는 집안 분위기. 나에게 무슨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어머니는 예진이가 눈치챌 것만 같아 걱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남자이면서 여자로
남자이면서 여자인 예진이가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우연찮은 계기에서 였다.
생활에 여유가 있던 부모는 약간 작은 듯한 키를 키울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해서 대학병원을 찾았다.
성장호르몬 주사등으로 어느정도 성장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의사는 왜소증은 아니었으나 전체를 기준으로 작은쪽 40% 정도에 든 예진이의 염색체를 검사했다. 외모에서 풍기는 모습이 터너증후군 환자와 약간 비슷하게 생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검사결과 뜻밖에도 XY가 나왔다. 여자는 당연히 XX로 나와야 한다. 검사결과를 의아해한 의사는 재검사를 했고 똑같은 결과를 얻었다.
의사는 순간 당황했다고 했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즉시 초음파로 내부 장기를 촬영했다. 방사선 동위원소를 이용한 특수촬영도 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자궁과 난소조직등 여성생식기가 보이지 않았다. 희미한 고환조직이 보였다.
외부성기는 여성기 모양을 하고 있었으나 질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요도는 아랫쪽에 있어 앉아서 소변을 보는데 지장은 없었다. 클리토리스가 지나치게 컸다. 아마 페니스가 퇴화된 것으로 추정됐다. 호르몬 검사를 해보니 여성호르몬 보다는 오히려 남성호르몬 수치가 높게 나왔다.
예진이는 남자였던 것이다. 의사는 예진이를 반음양(半陰陽)증 환자로 확진했다.
중성(中性)인간. 반은 남자 반은여자.
신의 저주인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와 여행자의 수호신인 헤르메스의 두 신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반음양증이었다는 신화에서 유래된 반음양증은 성 분화(性分化)가 특징이다.
너무 행복한 가정에 사랑의 신 마저 시샘한 것일까. 예진이 가족에게 닥친 불행은 한 가족이 극복하기에는 너무 벅차 보인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금까지의 과정이 오픈게임이었다면 앞으로 전개된 상황은 본게임이다. 본게임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것은 예진이의 몫이다.


수술, 호르몬치료 가능
예진이를 처음 진단한 경북대 소아내분비과 고철우 교수는 “키 문제로 병원을 찾지 않았다면 몇 년후 월경이 없고 가슴이 커지지 않는 2차 성징의 문제로 내원 했을 것”으로 짐작했다.
고교수는 “치료의 핵심은 여자로 살 것인지 남자로 살 것인지 성을 결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진이의 경우는 “여자로 크는 것에 부모도 동의해 수술을 통해 완전한 여성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을 만들고 뼈문이 닫히는 시기인 16세 부터 여성호르몬을 투여하면 어느정도 가슴도 커지기 때문이다. 음모도 이식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상적인 성생활은 할 수 있으나 임신을 하거나 자식을 낳을수는 없다. 따라서 반음양은 유전적 질환이기 보다는 돌연변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고 교수의 설명이다.
서울대 소아과 양세원 교수는 “반음양은 부신성기증후군이 대표적인 여성가성반음양, 몸속에 고환조직이 있으나 호르몬이상으로 여성화된 남성가성반음양, 고환과 난소조직이 같이 있는 진성가성 반음양이 있다”고 말했다.
신생아때 발견된 경우는 신속히 성을 결정해 수술을 해줘야 한다. 양 교수는 “태어나자 마자 성기가 여성기인지 남성기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염색체 검사로 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소아비뇨기과 김광명 교수는 “성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킬수 있는 출생후 1년6개월에서 30개월 사이 이전에 수술해 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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