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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성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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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48:31

고양이 울음에 원숭이 손금… 염색체 결손 원인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어요. 아빠(남편)와 승태 세식구만이 아주 깊숙한 산속에서…. 다 참을수 있거든요. 애가 부족하다는 것, 정상인으로 살아갈수 없다는 것,  이해해요. 그렇지만 다른 애들과 비교될 때면 견디기 힘들어요.” 수원에 사는 황경민씨(가명.34). 올해 7살인 승태가 다른 또래 애들한테 놀림을 받을 때면 그만 속세를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했다.
“자식은 부모의 얼굴 아닌가요. 자식이 잘 자라서 제 구실하는 것이 세상 부모 마음인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바보 소리를 들어야 하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수 있나요.” 황씨는 세 식구만 있을 때는 고슴도치도 자기자식이 귀여운 것처럼 승태가 그렇게 씩씩하고 의젓해 보인다고 했다.
열심히 책도 읽어주고 많은 대화를 해 언어능력도 조심씩 나아지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식 키우는 맛을 조금씩 터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친척들이 모이거나 다른 애들과 섞여 있을 때면 비교가 되는 것은 어쩔수 없다.


이상한 울음소리
안타까워 말은 못하고 돌아서서 혀차는 시부모의 모습, 철모르는 사촌들의 놀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만 자신도 모르게 화가 치밀어 오른다. 남들은 다 멀쩡한 자식을 낳고 재미있게 사는데 우리는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느냐고 원망을 해보기도 한다. 다 쓸데 없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런 생각들이 불현듯 든다는 것이다.
승태 어머니 황씨는 계획적인 임신이었기 때문에 승태가 이상한 것에 대해 전혀 의심가는 구석이 없다고 했다. 병원에서 하라는 산전검사는 다 했다. 출생후에도 아무 이상이 없고 건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전혀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옹알이 하는 것도 늦고 기거나 엎치는 것이 2개월 차이나는 사촌과 비교됐다. 친척들의 걱정하는 눈빛을 그때 보게 됐다. 그리고 그 눈빛은 7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잘 울었어요. 힘도 없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특이한 것은 우는 소리가 다른 애들과는 달랐어요, 뭐랄까요. 고양이 울음 소리 같았어요. 왜 고양이가 내는 가늘고 으스스한 느낌이 나는 거요.” 울기도 잘 하는데다 울음소리 마저 고양이 소리를 내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싶었다. 여기저기 병원을 다녔다. 그때마다 조금 늦되는 것 같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는 말을 들었다.
1년이 지나도 차도가 없었다. 아주대병원을 찾았다. 그리고 고양이 울음소리 내는 것이 특징인 염색체 이상에 의한 병이라는 말을 들었다. “설마설마 했는데 덜컥 가슴이 내려 앉았어요. 아주 한순간에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절망감이 들었어요. 왜 재판정에 선 피고인이 사형하는 판사의 목소리를 듣고 느끼는 순간적인 체념이랄까요. 뭐 한마디로 설명하기 힘든 일이 닥친 거지요.”


날아간 5번 염색체
문제는 지금부터 였다. 병명이라도 알자고 애태웠던 것이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쳤다. “애 아빠와 많이 얘기를 했어요. 그리고 결론을 내렸지요. 할 때까지 해보자. 그래서 안되면 하늘의 뜻이니 원망하지 말자고요.”  그런데 현실은 뜻처럼 그렇게 쉽게 움직여 주지 않았다.
언어치료나 재활교육등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런데 애가 유치원에 다녀야 할 시기가 되자 문제가 생겼다. 유치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 이유는 정원이 찼다는 것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장애인이라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때 너무 많이 울었어요. 몇 군데 유치원을 전전하면서 애가 부족한 것도 원통한데 유치원도 다닐수 없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던 것이지요.” 승태 아버지 함운영씨(가명.35)는 정상인과의 갭(차이)을 줄여 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오산에 사는 정건수(가명,7)는 승태 보다 더 안좋다. 겨우 걸음을 옮길 정도이며 말도 아빠, 엄마, 가나다 정도의 단문만 외칠수 있을 뿐이다.
한 살 정도의 지능과 두 살 정도의 움직임을 보인다. 그러나 재활에 대한 부모의 열정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어머니 박미희씨(가명)는 건수가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천운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건수는 태어나면서 부터 생사의 갈림길을 걸어야 했다.
“임신 9개월째 건수의 몸무게가 1.8kg 이었어요. 그런데 출생시 몸무게는 오히려 이보다 작아 1.68kg 이었으니 이미 그때부터 문제가 심각했던 것이지요.” 인큐베이터에 들어가면서 건수는 피를 뽑았다. 성빈센트 병원에서 혈액 검사를 권했기 때문이다.
혈액샘플을 들고 유전자 검사가 가능한 경희대병원을 가면서 펑펑 눈물을 흘렸다. 주책없이 차안에서 훌쩍였다. 어미가 태어난 자식이 정상이 아니다라는 것을 아는 순간 처럼 비통한 경우가 또 있느냐고 박씨는 말문을 잇지 못했다.
결과가 나왔다. 5번 염색체 결손이었다. “5번 염색체가 날아갔대요. 앞이 깜깜했지요.” 그래서 다시 검사를 해봤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손금도 특이해 일자로 갈라진 원숭이 손금 이었다. 우는 것도 이상했다. 가느다란 소리로 길게 늘어지는데 꼭 고양이가 우는 것과 같은 소리를 냈다. 한 번은 버스를 타고 서울에 갔다 오는데 운전 기사가 고양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고양이가 있는 것 같다고 수군댔다. 사실은 건수가 우는 소리였는데 말이다.
“지금도 큰 소리로 울지 못해요. 작게 울며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고양이 울음 소리 같아요. 친척이나 다른 사람들도 내색은 하지 않지만 우는 소리가 너무 이상하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태아보다 출생시 몸무게 더 적어
어머니는 건수의 이런 상태가 자신 때문이라고 여기고 있다. 임신때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이 태아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돈 때문에 최악의 상황까지 갔고 이것이 건수에게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했다. 그래서 건수를 볼 때마다 미안한 생각이 든다.
좀더 일찍 치료하지 못한 것도 부모의 무지로 돌린다. 지금 건수는 집근처에 있는 장애인 학교에 다니고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 운영하는 기관이라서 돈이 들지 않는다. 다른 곳은 한달에 70만원 정도 하는데 자신은 많은 혜택을 입고 있다고 고마워하고 있다.
이제는 어느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둘째도 낳았다. 건수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다. 3개월된 딸아이는 건강하다.
아주대병원 유전학 클리닉 김현주 교수는 “묘성증후군(Cat Cry Syndrom)은 고양이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으며 다만 울음소리가 고양이 소리와 같다해서 붙여진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김교수는 “5번염색체의 결손으로 나타나므로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 그때그때 증상에 따른 대증요법으로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염색체가 하나더 많거나 적은 다운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 터너증후군에 비해 흔치 않다고 말했다. 김교수는 “산전진단으로 염색체 결손여부를 알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질환자 부모들은 정보교환 등을 이유로 부모모임을 만들어 활동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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