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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성 표피박리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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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45:08

완치어려운 피부병


빨갛게 태어난 아이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어려운 병들은 대개 유전성인 경우가 많다. 경남 진주에 사는 한 살된 윤진수 어린이의 경우도 유전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제왕절개로 태어난 진수는 나면서 부터 몸에 이상이 있었다. 어머니 김형자씨는 한눈에 봐도  좀 잘못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피부가 전체적으로 빨갛고 얇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것. 동네병원에서는 이렇다할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대학병원에서 한달간 입원해 있으면서 수포성표피박리증(Epidermolysis Bullosa)이라는 병명을 얻고 퇴원했다.
담당의사는 유전이기 때문에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하면서 피부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또 국내에는 이런 병이 있는 환자가 드물어 치료한 경험이 없다고 덧붙였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김씨는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다. 치료방법이 없다는 말은 죽으라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는 것. 그러나 진수는 다행히도 집에 돌아와서는 별 이상 없이 잘컸다. 그런데 자라면서 활동성이 늘고 그래서 다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피부가 약해서인지 조금만 충격에도 쉽게 벗겨졌다. 그리고 수포가 보인다 싶으면 곧바로 물집이 생겼다. 넘어지면 상처가 나고 상처부위는 영락없이 물집이 찾아왔다. 주로 무릎과 발가락 사이, 손부위가 심했다. 물집도 따면 피가 나오는 물집과 그냥 물이 나오는 물집 등 다양했다.


수포 잘생겨
“바늘 같은 것으로 따주고 있어요. 그냥 놔두면 자꾸 커지거든요.” 진수는 상처가 나지 않도록 운동선수 처럼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했다. 그래도 상처가 났다. 다행스러운 점은 바셀린이나 간단한 피부약을 발라주면 쉽게 아문다는 점이다.
4살된 진수 누나도 진수와 똑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한창 말을 배우는 누나는 자신이 아프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그래서 이모나 친척들이 오면 자기 몸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아야, 아야를 되풀이 한다.
김씨는 그런 자식을 보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을 느낀다. 자신에게서 전염된 몹쓸 병균이 아이들에게 옮겨 졌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도 어렸을적 부터 몸에 물집이 잘 잡혔다고 말했다.
“아마 친정아버지 한테 옮았나 봐요. 어머님 말씀을 들으면 아버지께서 피부가 나빠 고생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버지는 변변한 약한번 써보지 못하고 40대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어릴적 얘기지요.” 김씨는 아버지가 자신에게, 자신에서 다시 아이들에게 병이 유전 됐다고 여기고 있다.
대략 5만명당 1명이 발병하는 수포성표피박리증중 선천성은 사소한 외상에도 피부와 점막이 쉽게 벗겨지고 수포가 형성되는 유전성 질환이다.
원인은 피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지 단백질을 생산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정상적인 피부구성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발생한다.
환자의 대부분은 출생시나 영아기부터 증상이 시작되기 때문에 건강한 상태를 늘 유지할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임상적, 유전학적 양상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수포가 표피내에 형성되는 단순성 수포성 표피박리증, 투명판에 수포가 형성되는 경계성 수포성 표피박리증, 기저판 바로 아래에 수포가 형성되는 이영양성 수포성 표피박리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진단은 특징적인 임상 및 조직학적 소견과 가족력으로 할 수 있으며 확진을 위해 면역형광검사와 전자현미경 검사등 특수검사를 한다.


후천성은 유전과 달라
지난 10년간 연구로 이같은 수포성 표피박리증의 유전자 이상이 대부분 밝혀졌다. 단순성은 케라틴 이상으로, 경계성은 라미닌 5, 유천포창 항원 2, 이영양성은 제7번 콜라겐 때문이라는 것.
유전자 이상이 밝혀졌으나 현재 완치되는 치료법은 없다. 영동세브란스병원 피부과 김수찬 교수는 “물집을 완벽하게 방지할수 있는 약물이나 치료법은 없어 대증요법이 주된 치료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수포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이미 형성된 수포는 반흔이나 감염없이 잘 아물게 하며 앞으로 생길수 있는 불구나 암을 방지하는데 치료의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집이 생기면 소독된 바늘로 터트려야 하고 항생제 연고의 도포와 소독을 해야 한다. 이밖에도 치아나 눈의 병변을 막고 식도유착 등을 피하기 위해 정기적인 전문의 진찰이 필요하다.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인 황서훈양은 후천성표피박리증 진단을 받았다. 입학전 까지는 아무 이상이 없었으나 8살이 되면서 입술주위에 피부병이 생겼다. 동네병원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으로 진단해 처방했으나 한달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소견서를 써줬다.
서울대병원에서 일주일간 입원하면서 조직검사 등을 받았다. 그러나 이 병원 역시 환자치료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식염수로 몸을 씻는 것이 치료의 대부분 이었다. 온몸으로 고통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었다.
“원인도 모르고 진행과정도 모르니 답답하지요. 상처는 심해지구요. 포기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했어요.” 서훈 어머니 박영자씨는 “정말이지 눈으로 볼 수 없는 끔찍한 상태까지 왔었다”고 말끝을 흐렸다.
눈에서 코로 다시 귀, 항문,성기로 이어지는 병변을 막을 길이 없었다. “처음에는 작은 좁쌀같은 것이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물집이 생기며 나중에는 노래지고 곪아갔어요. 병원에서는 고름을 짜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지요. 혹시 전염이 될까 두려워 한 것이지요.”
다행히 전염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농을 짜내면 한참 후에 새살이 돋아났다. 하지만 치료가 된 것이 아니고 그 부위에 다시 농이 생긴다.
그리고 입원하면서 부터 먹기 시작한 나병환자들이 먹는 약의 부작용으로 악성빈혈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하루라도 약을 먹지 않으면 영락없이 피부에 발진이 돋아 어쩔수 없어요. 좀 빨리 치료약이 나왔으면 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꿈꿀수 있는 제일 큰 소망입니다.” 어머니는 한때 포기했던 서훈이를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학교는 커녕 얼마 살지 못할 것 같은 서훈이가 벌써 초등학교 5학년이다.


사춘기 정신적고통 겹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정성을 쏟으면 우리 서훈이가 낫지 않을까요.”어머니는 말했다. 사춘기에 접어든 딸이 장기 투병환자들이 갖는 소심함 까지 겹쳐 정신적으로 또다른 고통에 시달리는 것을 눈 뜨고 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라고 어머니는 흐느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 교수는 “후천성표피박리증은 면역계의 이상으로 발생하며 따라서 가족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몸을 균으로 여겨 공격하며 제7형 교원질이 파괴돼 진피와 표피가 서로 붙어 있지 못하고 박리돼 살짝만 부딪혀도 피부에 상처가 생기고 물집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면역억제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 등을 사용할 수 있으나 완치할 수는 없다. 악성종양을 비롯한 여러 가지 전신질환과 관련성이 있다.
수포성 질환중 천포창 다음으로 많은 이 병은 어느 질병이나 마찬가지로 어느날 갑자기 찾아와 환자는 물론 가족들에게 씻을수 없는 상처를 주는 불치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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