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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무형성증

  • 고유번호 : 625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44:11

큰머리에 작은키갣자형다리 특징


치열해서 아름다운 삶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아서 아름답다.
구로에 사는 박성자씨(여.38)도 그런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어려서 소아마비를 앓았던 박씨는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 신세를 지지 않으면 혼자서는 문밖 출입이 어려운 장애인이다. 그렇지만 어느 정상인 못지 않게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장애는 부족한 것이지 결코 부끄러운 것은 아니라면서.
그녀의 남편 조박영씨(40)역시 한눈에 이상이 있는 것을 눈치챌수 있는 장애자다. 그의 네 살난 아들 성신이도 장애자로 세상에 태어났다. 한집에 세명 모두 장애인이니 이들의 삶은 지켜보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박씨는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하루 10시간이 넘는 고달픈 생활이었지만 정상인들에 뒤지지 않으려고 게을음을 피지 않았다. 틈틈히 책도 읽었다. 그의 표현대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처녀적 고된 직장생활과 다른 사람의 경험을 책을 통해 얻은 지식 때문이다.
하루종일 반복되는 단순노동에 지쳐갈 즈음 그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났다. 교회의 아는 사람이 소개해준 남편은 키가 140cm밖에 안되는 ‘이상한 사람’이었다. 한 번 만남으로 끝날줄 알았다. 그런데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 중매장이의 “꼭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 “보고 싶다고 하더라”라는 말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임신기쁨도 잠시
“그만 만나자고 말할수 없었어요. 남편은 말수가 적고 소심했거든요. 상처받을 것을 생각하니 차마 말이 되어 나오지 않았지요.” 장애인의 마음을 장애인이 이해해 주지 않으면 누가 위로해 주겠는가 하는 반문을 수없이 되풀이 했다. 그리고 결혼을 약속했다. 마음씨 착한 박씨는 남편과 행복한 신혼생활을 했다.
문제는 2세였다. 아내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볼 것을 권했다. 혹시 유전가능성이 큰 질환이라면 아이없는 생활도 심각히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남편은 이런저런 핑계를 댔다. 그러는 사이 덜컥 임신이 됐고 7개월 까지 아이는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진단됐다.
설마설마 하던 것이 좋게 결론이 나는 것에 대해 그들 부부는 남모르는 행복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런 기쁨도 잠시,8개월이 되면서 아이의 다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들어야 했다.
한달후에 제왕절개로 성신이가 태어났다. 발이 짧고 두상이 컸다. 의사는 아빠에게 유전된 연골무형증이라는 병명을 붙였다. 퇴원했다.
집에온 아이는 곧잘 웃었다. 악세사리 공장에서 날을 새면서 일하는 아빠는 성신이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피곤함을 달랬다. 행복이었다. 그러나 엄마의 고통은 날로 심해졌다. 아빠와 같은 난장이라는 별명을 아기가 들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 하는 희미한 기대감을 갖고 이병원 저병원을 전전했다. 그리고 성장호르몬 주사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돌이 지나면서 성신이는 주사를 맞기 시작했다.
주사 때문이었을까. 성신이는 그런대로 조금씩 키가 자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또래 애들보다 작은 것은 어쩔수 없다.
키가 작으니 전체적인 체격은 좋아 보인다. 앉아만 있는다면 5-6살된 아이로 보기도 한다. 머리도 크다. 손발은 잘록하다.
다행히 ‘얼마나 똑똑한지’ 간혹 부부싸움이라도 하는 날이면 엄마 뒤로 뒤뚱거리며 다가와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한다. 선반위에 있는 과자나 장난감을 달라고 떼쓰지도 않는다. 엄마는 이런 아이가 여간 대견 스러운게 아니다.
아이를 낳으면서 약해진 몸 때문에 목발조차 사용하지 못하는 엄마는 스쿠터(전동 휠체어)를 타고 외출을 한다. 계단이나 턱이 있어 오르지 못하면 어떤 때는 미는 흉내를 내기도 한다.
박씨는 자신이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기가 커서 ‘제밥벌이’ 하는 것을 보고 죽는것이 소망이라고 했다.


정신이 강한사람 되기를…
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건강이 최근들어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고혈압, 신장이상으로 인한 단백뇨, 빈혈, 간 이상등 어디 한군데 성한곳이 없다. 8cm 였던 자궁근종을 4cm로 줄이면서 주사를 많이 맞았다. 그 후유증으로 생리불순이 오고 얼굴이 심하게 부었다. 허리에도 이상이 왔다. ‘휠체어 탄 종합병원’, 박씨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아픈 곳은 둘째치고 당장 생활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아기에게 들어가는 치료비,자신이 쓰는 병원비, 얼마전 간이상으로 두달간 일을 나가지 못했던 아빠 약값등은 견디기 힘든 또다른 고통이다.
남편의 소심증이 더 심해진 것 같다. “이런 모습을 보이면 아이가 어떻게 살아가느냐, 제발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하고 있지만 남편의 말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다행인 것은 초유를 먹지못해 감기를 달고 살았던 성신이가 잘 크고 있다는 사실이다. 제발이지 150cm만 자랐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하지만 호르몬주사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최종성인키가 아빠와 같은 140cm를 넘지 못할 것이다.
엄마는 “아기가 다른 사람과 크게 접하지 않으면서도 살 수 있고 자기 성취감을 얻을수 있는 연구직같은 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어느정도 커서 말귀를 알아들을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 세상에는 강하고 약한사람이 있는데 이는 육체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포함된다. 너는 정신이 강한 사람이 되라”는 말을 계속해서 들려주겠다고 했다. 덧붙여 “이왕 태어났으니 사람으로 할 도리를 다하고 가라, 다른 사람과 다른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니 당당하게 살기를 주문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건강이 허락하는한 돈벌이를 위해 일을 할 작정이다. 그리고 못다한 공부도 해볼 참이다. 지금까지 쾌할함을 잃지 않고 살았던 것은 인생자체가 치열했기 때문이며 그렇지 못했다면 벌써 자포자기 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떤 응전이 오더라도 새로운 것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을 하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최종 성인키 기대일러
연골무형성증(Achondroplasia)은 연골저형성증을 포함하는 골연골 이형성증의 하나로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50%는 새로운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가톨릭의대 소아과 이병철 교수는 “저신장 특히 짧은 하체, 큰 머리, 튀어나온 이마, 우묵 들어간 콧날, 비교적 큰 체간, 배와 둔부가 나오는 특징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자(0)형 다리로 어기적 거리며 걸으나 지능과 생식력은 정상이며 합병증으로 수두증을 피하면 평균수명을 사는데는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치료는 키를 크게 하는 성장호르몬 요법이 사용된다. 이 교수는 “단기간 치료로 성장촉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최종성인키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더 연구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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