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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터지웨버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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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41:43

어쩌다 감기라도 걸려 약을 먹게 되면 여간 짜증나는게 아니다. 약이 가져다 주는 부작용은 둘째 치고라도 목구멍을 타고 내려갈 때 느끼는 역겨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약을 먹지 않고 낫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하게 되는 것도 이때문이다. 그런데 태어나면서 부터 죽을 때까지 평생 약을 먹어야 한다면 환자가 겪는 고통은 헤아려 보기 어렵지 않다.
올해 7살인 충북 청주에 사는 문병수 어린이는 100일도 되기전 부터 약을 먹기 시작해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약을 먹고 있다. 아침 저녁으로 두 번을 먹는데 약 먹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하루의 일과로 자리잡았다.


약 먹는데 도사
한마디로 약 먹는데 도사가 됐다고나 할까. 어머니 이광민씨(36)는 약을 먹자고 하면 아무런 불평없이 약을 먹어주는 것이 기특하기만 하다. 물론 이정도 까지 오기에는 여러차례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먹기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먹이다 보니 토해내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도망가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약먹자 하면 아무런 불평없이 약을 먹고 있어 이나마 위안을 삼고 있다.
병수는 어렵게 세상에 나왔다. 결혼 3년만에 얻은 귀한 자식이었다. 그것도 기대했던 아들로 태어났으니 가족의 기쁨은 말할수 없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병수는 어딘가 남과 다른 이상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에 붉은 반점들이 송송 돋아났다. 정확히 얼굴의 반쪽, 왼쪽 부분에 좁쌀같은 것이 보였다. 간호사는 내일 아침이면 없어지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씨는 출산직후의 노곤함으로 하루를 아무런 생각없이 보냈다. 다음날 아들의 상태가 궁금해 물어보니 점은 없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담당의사는 빨간점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면서 길건너 소아과를 한 번 가보라고 권유했다. 소아과 선생님은 오른쪽 뇌에 문제가 있는것 같으니 큰 병원에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며 진료의뢰서를 써줬다.
어머니는 낙담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세상에 둘도 없는 자식에게 무슨 변이 일어날까 노심초사했다. 임신중에는 어떤 약도 먹은게 없고 몸가짐 ,마음가짐을 나름대로 했고 태교도 열심이었는데 이런일이 생겼다니 믿어지지 않았다.
퇴원한 후 가족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고 했다. 며칠이 지났으나 아기에게 특별한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모유도 잘 먹고 저녁에는 우유도 잘 소화해 냈다. 그럼 그렇지. 무슨 탈이야 있을까 하고 어머니는 안심했다.
아기는 잘 크는 것 같았다. 그런데 100일을 앞두고 문제가 생겼다. “자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요. 가만히 보니 손, 발이 미세하게 떨고 있고  눈을 치뜨고 있는 것이 예삿일 같지 않았어요.” 어머니는 놀란 가슴을 안고 새벽녁에 청주병원 응급실로 달려 갔다.


백일 앞두고 증세 심해져
CT 촬영을 했다. 뇌파검사도 실시됐다. 뇌 속이 하얗게 변한 석회화가 관찰됐다. 검사결과 스터지웨버증후군으로 쉽게 결론이 났다.
의사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을 소개해 줬다. 병수는 이때부터 약을 먹기 시작했다. 약 기운 때문이었는지 퇴원한 후 여러달  동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 여름 이었어요. 너무 더워 잠시 밖에 나왔다 들어가 보니 병수가 또 경기를 일으켰어요.”두번째라고 어머니는 설명했다. ‘고칠수 없는 병인가 보다’는 생각에 갑자기 가슴이 짓눌러 왔다. 남들이 뭐라 해도 의사가 어떤 설명을 해도 설마설마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후로 이상하게도 7살이 된 지금까지 한 번도 경기를 일으키지 않고 있다. 얼굴의 점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다른 신체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고 있다.
공부에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책을 보고 놀이도 하는 것이 또래 애들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미술학원에도 잘 다니고 있다. 애들도 놀리지 않는다고 했다. 학원 선생님도 병수가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가 있는 것 처럼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해 안심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이 상태로 잘 커줬으면 좋겠지만 언제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른다. 또 얼굴을 정확히 반으로 가른 왼쪽 부분의 포도주색 붉은 점도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니다. “아직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네 얼굴 왜그러니 하고 물어보면 점이요 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만  나중에 알게 되면 심리적인 고통이 클 것 같아요.” 그래서 어머니는 외출할 때면 모자를 씌우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모자와 친숙하게 지내는 것이 좋다는 생각 때문이다.
쇼핑을 할 때도 먼저 모자가 눈에 들어온다. 해마다 모자를 여름에 하나 겨울에 하나씩 장만해 집안에 모자가 많이 있다. 병수도 옷이나 다른 것보다는 모자에 관심이 더 많아 어머니 마음을 뭉클하게 만든다. 어려서부터 써온 모자가 친숙한 때문일까.


포도주색 붉은점
“유전이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그렇지만 친정이나 시댁쪽에도 얼굴에 점이 있는 사람은 없어요.”어머니는 자신의 좋지 않은 피 때문에 아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수 없었다. 첫애가 아들이니 둘째애는 부담없이 낳아도 되겠다고 좋아했지만 이제는 둘째는 낳지 않기로 결정했다. 애가 어느정도 크면 레이저로 점을 없앨수 있는지 피부과 의사와 상의해 볼 참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정상으로 만들어 보겠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스터지웨버 증후군(Sturge Weber)은 1897년 스터지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해 알려졌다. 안면편측의 모반과 반대측의 경련발작,마비,혈관종과 석회화,지능장애를 특징으로 하는 상염색체 우성유전성 질환이나 환자의 상당수는 돌연변이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경섬유종증,결절성경화증과 함께 신경피부에 나타나는 3대 희귀질환으로 완치법은 없다. 경희대소아과  정사준교수는 “경련이 오면 항경련제를 투여하고 마비가 오면 재활의학과에서 물리치료를 받는등 그때 그때 증세에 대처하는 대증요법이 중요한 치료”라고 설명했다.
간혹 뇌혈관종의 외과적 절제술을 시행하기도 하지만 근본치료는 아니라는 것이다. 피부의 모반과 혈관종,그리고 마비, 녹내장, 소눈 처럼 안구의 돌출 등이 올 수 있으며 환자의 90% 이상에서 경련발작이 있다고 정 교수는 덧붙였다. 이밖에도 편마비나 지능장애, 혈뇨나 위장관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진단은 안면반측의 단순성 혈관종이나 반대측의 경련, 부전마비가 있을 경우 쉽게 진단이 된다. 특히 두 개의 철도선로 모양의 뇌석회화는 출생시에는 없으나 빠르면 1세 이후부터 5세 사이에 보인다. 20세가 되면 90% 이상 석회화가 보이며 CT 상에서는 석회화상과 뇌위축,뇌실의 확대를 관찰할 수 있다.<이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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