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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절성 경화증

  • 고유번호 : 617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41:01
이마에 생긴 작은 반점
자식이 건강하게 잘 커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 마음이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살맛을 느낀다고 한다. 특출나지는 못해도 따돌림 받지 않고 커주기만 하면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경기도 포천에 사는 신재영(가명) 어린이는 올해 9살로 초등학교 2학년이다. 집에 와서 까불대고 조잘대는 모습은 또래 아이들과 별반 다를바 없다. 그러나 학교에 가서는 기가 팍 죽는다. 애들이 놀려대기 때문이다.
얼굴에 좁쌀같은 발진이 덮고 있어 한눈에 봐도 이상한 애 처럼 보인다. 성격도 자연히 내성적으로 변해갔다. 교실의 한 구석에서 혼자 있으며 늘 우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어머니 김순영씨(36)는 그런 재영이를 볼 때마다 안쓰런 마음을 지울수 없다. 다 엄마 때문이다 생각하면 어느순간 복받치는 설움을 멈출수 없다.
재영이의 얼굴에 난 발진은 자신에게 유전된 ‘나쁜피’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거울을 보면 생긴 모습하며 발진이 어쩌면 그렇게 똑같은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다.
제왕절개로 세상에 태어난 재영이는 태어난 첫날 밤새 울었다고 한다. 담당 간호사 말에 의하면 다른 아이들과는 달리 새벽 2시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쉬지 않고 울었다는 것이다. 이런 모습으로 태어난 것이 억울하고 원통해서 일까.
퇴원하면서 어머니는 한시도 재영이의 얼굴에서 눈을 뗄수 없었다. 내몸에서 난 내새끼가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었다. 남들은 뭐라해도 핏줄을 받고 태어난 아기가 아닌가.
집에 온 재영이는 자주 놀랬다. 조그만 소리에도 깜짝 깜짝 반응을 보였다. 보름쯤 지나니 이마에 작은 반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코주위에도 좁쌀 처럼 발진이 돋아났다.
어머니는 만삭일 때 받은 정신적인 충격이 아기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했다.
경련으로 의식불명
출산을 하기위해 병원으로 가던중 시부모가 교통사고로 크게 다쳤다.
“많이 놀랬어요.” 어머니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만 해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는다고 말했다. 감정을 적절히 컨트롤 하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렵게 친정엄마 얘기로 말을 이었다.
“7남매 중 셋째 오빠만 빼고는 모두 딸이에요. 그래서 막내인 저를 낳지 않으려고 엄마가 약을 많이 드셨나 봐요. 물론 임신중이었지요.”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순영씨는 친정엄마를 원망하는 것 같았다.
9개월째 부터 재영이는 병원 신세를 지기 시작했다.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드는 것이 일상이 될 줄을 알지 못했겠지만 이때부터 병원은 놀이터 만큼이나 친숙한 공간으로 재영이에게 다가 왔다. 
걷는 것과 말하는 것이 남보다 조금 느린 것을 제외하면 큰 문제는 없는 것 처럼 보인 재영이에게 설마 몹씁병이야 걸렸을까 하는 것이 엄마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 20여일 동안 입원하면서 바뀌게 됐다.
설마 하던 것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병원에 입원하기 한달전에 재영이는 경기를 하면서 까무러쳤다. 눈은 뒤집어지고 심한 경련을 일으켰다. “순식간이었어요. 방에 들어가는 것 같은데 갑자기 쓰러지더니 의식을 잃었어요.” 어머니는 말했다.
그 후에도 한두차례 똑같은 증세가 나타났다. 밥을 먹은 직후 설거지 하는 동안에 쓰러져 있는 경우도 있었다. 놀란 어머니는 그저 가슴에 가만히 안고 있을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근처 약국에서 약을 사먹이고 민간요법으로 치료도 했다. 한약도 먹였다. 그러나 차도가 없었다.
이러다가 애 잡겠다는 생각으로 서둘러 서울대병원을 찾았다. 어머니는 병명이 너무 어려워 기억하고 있지 못하다고 했다.
재영이는 ‘결절성 경화증’이라는 희귀한 병명을 얻었다. 태어나면서 부터 여태껏 병원과 약 신세를 졌지만 앞으로 이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병원에서 보내야 한다. 하루에 두 번씩 약을 먹으니 늘 약물에 취해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잠을 자는데 보통 4시간 이상 잠을 잔다. 깨어나서는 잠깐 눈을 뜨고 밥을 먹는둥 마는둥 하다 다시 잠이 들면 다음날 아침이 돼서야 깨어난다.
아이들의 따돌림
학교 선생님도 재영이의 상태를 잘 알고 있다.
한 번은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재영이는 눈에 초점이 없고 늘 무엇에 취해있는 것 처럼 멍하니 있어 애들의 놀림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어머니는 피눈물이 나더라고 했다. 자신도 부족해 늘 애들의 따돌림을 받았던 기억하기 싫은 어린 시절의 추억이 갑자기 떠올랐다. 재영이가 애들과 잘 어울리지 못할 거라는 것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선생님에게 말을 직접 들으니 억장이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같이 놀면 애들이 옮는 것으로 알고 있나 봐요”. 그러면서 재영이와 같이 온몸에 발진이 돋았다는 사실을 어렵게 털어 놓았다. “어른들이 연꽃핀다는 말을 하잖아요. 그것처럼 열이 나면서 발진이 돋았어요.” 그때 잘 치료를 받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하고 내버려 둬 그때의 상처가 그대로 흔적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레이저 치료를 받아 상태는 많이 좋아졌다. 그렇지만 얽은 얼굴을 깨끗하게 돌려 놓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받은 상처의 크기를 알고 있는 어머니는 어떤 수고로움이 들더라고 재영이의 병을 고쳐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은 그런대로 넘어 갈수 있지만 사춘기가 되면 맘 고생이 클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한 것이 한이 된 어머니는 책을 좋아하는 재영이에게 많은 책을 사다주고 있다. 책을 읽을수는 있지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책을 친구로 삼으면 다행이다 싶은 생각이다.
결절성 경화증(Tuberous- sclerosis)은 선천성 과오종이 뇌, 눈, 심장, 신장, 폐, 피부 등에 침범하는 피부신경 증후군의 하나이다.
상염색체 우성으로 유전되며 50%는 새로운 돌연변이로 생긴다.  발작, 정신지체., 안면의 혈관섬유종의 전형적인 특징이 있으며 드물게 반신마비등이 올 수 있다. 피부의 흰색탈색소반도 종종 보인다.
영아의 경우 영아연축(infantile spasm)성인에서는 초점성 경련이나 대발작이 오고 경련이 일찍 올수록 지능장애의 가능성이 크다.
간질의 유병률은 80% 이상이며 정신지체는 60%에서 나타난다.
서울대소아과 황용승 교수는 “임상소견으로 진단이 가능하며 뇌CT 스캔 검사로 뇌의 결절성 석회 침착을 쉽게 관찰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경련제, 특수 교육등 대증요법이 실시될수 있으나 원인치료는 유전자 치료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간혹 40세 이상까지 생존할수 있으나 콩팥이나 폐에 이상이 있을 경우 어린나이에 사망할수도 있다고 황교수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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