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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토콘드리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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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 이병구 기자
  • 작성일 : 2007-02-11 10:40:13
소풍길에 의식잃고
24살의 청년이 병으로 누워 있다. 벌써 12년째다. 대천 앞바다가 지척인 충남 보령에 사는 김태복씨.
태복씨는 거동을 못하는 것은 물론 가까이에 있는 사물을 구별하는데도 어려움을 느낀다. 시력이 약한 것이라면 안경을 끼면 괜찮겠지만 시신경에 문제가 있는지 안경을 착용해도 TV 시청을 할 수 없다. 어떤 때는 잘 보이다가도 또 어떤 때는 아무 것도 볼수 없는 암흑의 세계로 떨어진다. 최근에는 귀도 잘 들리지 않아 큰 소리로 말해야 겨우 의사소통이 될 정도다.
아들만 셋을 내리 낳아 주변의 부러움을 샀던 이춘화씨(58)는 막내 아들에게 불행이 닥친 것이 아직도 꿈만 같다. 대대로 농사를 지으며 남에게 베풀지는 못했어도 화목하게 지냈는데 왜 자식에게 ‘나쁜일’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태복씨는 12살인 초등학교 4학년 때 근처의 오서산으로 소풍을 갔다. 날이 어둑해서야 선생님은 아이들을 데리고 하산했다. 그리고 중간에서 인원점검을 하던중 한 사람이 부족한 것을 알았다. 바로 태복씨였다.
학부모 몇 명과 함께 부랴부랴 산 정상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경련을 일으키며 쓰러져 있는 태복씨를 발견했다. 선생님의 등에 엎혀 산을 내려온 그는 곧 근처의 보건소에서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고 귀가했다. 그리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잘 컸다.
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별 이상이 없었다. 그런데 2학년에 올라가자마자 경련을 일으키며 또 쓰러졌다. 한 10여분 이상 의식이 없었다. 나중에 깨어난 그는 “한쪽 눈에 이상이 오는데 갑자기 깜깜해 지며 느닷없이 안보였다”고 회상했다.
처음에는 간질정도로 가볍게 여겼던 부모는 좀더 큰 병원에 가서 진찰받아야 겠다는 생각으로 보령종합병원, 충남대병원, 천안순천향 병원 등으로 태복씨를 데리고 다녔다. 그러나 병원에서도 뚜렷한 치료를 하지 못했다. 그리고 1년여의 세월이 지난 어느날 어머니는 방 한 구석에 수북히 쌓여있는 약 봉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잘 먹고 있으리라고 여겼으나 태복씨는 약을 먹지 않고 고스란히 남겼던 것이다.
아무일도 할 수 없어
어머니는 아들이 약을 먹지 않아 병이 더 심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병은 점점 더 악화됐다. 발작하며 경련을 일으키는 횟수가 늘어 감에 따라 몸은 급속히 쇠약해져 갔다. 결석을 밥먹듯이 하면서 겨우 근처의 농업고등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고 紵閨?졸업은 둘째형 때문에 가능했다.
형 태형씨(30)가 중고 자가용을 구입해 등하교를 시켰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1년만에 팔 다리가 대꼬챙이 처럼 마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스로 먹는 것, 화장실 가는 것이 불가능 해졌다.
170cm가 넘는 키에 몸무게는 겨우 50kg을 넘을까 말까 할 정도로 한눈에 보기에도 병색이 완연했다. 24살의 청년이 밥을 떠줘야만 먹을수 있고 부축해야만 겨우 화장실을 가는 현실을 가족들은  믿기 어려웠다.
상대방의 말을 알아 듣기는 하지만 대답을 하는데는 한참이 걸린다.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낸다. 깨어나면 밥을 먹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 혹은 잠시 기대고 앉아 있다 다시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져드는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다.
형 태형씨는 깨어난 동생에게 즐거웠던 시절을 얘기해 주는 것으로 동생의 기분을 밝게 해주기 위해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같이 등산 간 경험을 주로 얘기해 준다. 칠갑산 정상에 올라가 서로 어깨동무 하고 ‘야호’하고 소리쳤던 일, 등산중에 넘어진 형을 일으켜 주던 일 들을 말해주면 동생은 말없이 미소로 화답한다. 그런 동생에게 형은 창문을 열어 준다. 그리고 “용기를 가져라, 곧 치료약이 나온단다. 그러면 얼마가 들더라도 너를 고쳐주마” 형은 다짐한다. 그러나 병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동생도 물어보지 않는다. 치료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설명해 주면 사기만 떨어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태복씨는 어느새 쓰러져 잠을 잔다. 그리고 다음날이 지나서야 또 잠깐 동안 눈을 뜬다.
태형씨는 믿고 있다. 언제가는 좋은 치료약이 나와 동생의 병을 고쳐줄 것으로. 그래서 장애자 신청도 안했다. 장애자가 되면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는등 혜택이 있지만 나중에 치료돼도 장애자라는 신분을 지울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료비로 1천만원이 넘게 썼다. 왠만한 부농이 아닌 다음에야 수년 농사를 지어도 모을수 없는 큰 돈이다. 그렇지만 아들 약 값 이외에는 한푼도 쓰지 않는 부모님의 성실함 때문에 다행히 빚을 지지 않고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제 부터가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 드는 비용은 전부 빚일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머님이 제일 상심하시지요. 자나깨나 아들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요.” 그래서 가끔 태형씨가 어머니를 즐겁게 해준다. 가족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으면 노래도 한다. 우울한 가족 분위기는 태복씨의 건강 〉?좋지 않기 때문이다.
절 찾아 간절히 기원
어머니는 첫째도 둘째도 막내아들이 건강해 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절에도 댕겨유, 부처님한테 우리 태복이 병 낫게 해달라고 빌지유, 그러믄 한결 마음이 편해져유.” 어머니는 틈나는데로 근처의 청라에 있는 절에 간다.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마음도 그렇게 착할 수가 없었는데 하늘도 원망스럽지 그런 자식에게 이런 병이 오다니…” 어머니는 태복씨를 볼 때 마다 마음이 천근만근 무거워 진다. 그래도 내색 한번 한적이 없다. 혹시 태복씨가 맘 고생을 할 까 봐서 이다.
어머니 역시 태복씨의 완치를 확신하고 있다. 현대의학이 이까짓 병하나 고치지 못하겠느냐는 생각 때문이다. 의사들이 “의술이 발달돼 곧 좋은 치료약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도 한편으로 불안한 생각을 떨칠수 없다. 살아 생전 자식이 낫는 것을 봐야 할텐데 그렇지 못하면 편히 눈을 감을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태복씨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병에 걸렸다. 서울대 신경과 김만호 교수는 “모든 세포안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있는데 이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안에서 산소를 공급하거나 영양분을 섭취하는 등 우리몸의 에너지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 즉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문제가 생겨 병이 발병한다”고 말했다.
부모 특히 모계에 의한 유전이 100%이지만 발병하지 않거나 미약하게 나타나는등 사람에 따라 차이가 다양하다는 것. 대개 사춘기 이전에 발병하는 수가 많으나 늙을때까지 증세가 없어 평생모르고 지낼 수도 있다. 종류도 많아 MELAS, MERRF, KSS, LHON, Leigh,s ,NARF 등이 있다.
주요증상은 근육이상, 뇌졸중 현상, 경련, 시신경 장애등 복잡하게 나타나 증상 하나만으로 진단하기는 어려워 간혹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과거에는 조직검사로  판별했으나 지금은 조직검사 없이도 유전자 검사만으로 쉽게 확진할수 있다.
치료는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코엔자임 큐등 약물을 주로 사용했으나 치료결과를 장담할수 없어 최근에는 크게 사용되지 않고 있으며 경련이 올 경우 항경련제, 뇌졸중 증상이면 그에 따른 치료등 보존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근래 몇번 유전자의 이상으로 발병하는지 원인이 속속 밝혀 지고 있어 결함 유전자를 보완하는 유전자 치료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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