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어린 천사의 새봄 이야기

  • 고유번호 : 745
  • 작성자 : 최선희
  • 작성일 : 2007-02-12 07:10:48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던 겨울에 응급센타에서 엔젤병동으로 6살난 남자어린이가 입원을 했
다. 정상 백혈구수 보다 15배나 높은 수치에 가슴사이에 나쁜 세포로 인해 덩어리가 있어
숨쉬기 힘들어했고 빈혈과 출혈도 함께 가지고 있었다. 병명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성민이의 가족은 엄마와 둘뿐이었다. 성민이는 한 주먹이나 되는 쓴 약도 잘 먹었고, 밥도
잘먹고 의료진들의 치료 방향에 잘 따라왔다. 엄마의 말씀도 잘 들어 간호사들의 이쁨을 받
는 착한 환아였다.
한달 반 가량, 백혈구를 안정수준이하로 낮추는 어려운 관해도입 치료를 굳굳하게 잘 받던
어느날, 평소 몸이 약하시던 성민이의 엄마가 병실에서 쓰러지셨다. 간호사들이 응급센터로
모셔갔더니 신경성 위경련이란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 어머니가 견디지 못하고 그만 병이
나신 것이다. 우리는 어머니와 상의해 낮에 12시간은 간병인을 쓰기로 하고 그시간에 어머
니가 휴식을 취하시고, 밤에만 오시기로 계획했다. 성민이는 낯선 간병인과도 잘 지냈다. 여
전히 약도 잘먹고, 밥도 잘먹고 성민이의 치료경과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런데 사흘뒤 밤
에 성민이의 엄마가 오시지를 않았다.
엄마도 안오고, 간병인도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챈 성민이는 눈에 띄게 말 수가 줄어
들었다. 그리고는 말없이 창밖을 주시했다. 6살난 어린이가 마치 도 닦는 사람처럼 그렇게
몇시간을 가만히 있었다.
엄마가 연락없이 성민이를 찾아오지 않은지 일주일 되던날 밤에, 옆으로 누워 자는줄 알았
던 성민이가 혼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성민이 자니?’ 간호사의 말에 마지 못해 돌아
누운 성민이는 혼자 외로움을 달래며 입술을 뜯고 있었다, 베게며, 침대머리에 빨간 피가 흥
건히 젖어 있었다. 간호사는 성민이를 샤워시켜고, 입술과 손을 소독하고 약을 발라준뒤, 꼭
껴안아 주었다.
다음날 성민이 이모와 연락이 닿아 성민이네 집안 사정을 자세히 알수 있었다. 지방에서 중
장비를 운전하시던 성민이 아빠가 IMF 이후 싸움에 휘말려 교도소에 계시고, 몸이 약한 엄
마는 도저히 혼자서는 지금 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병든 성민이를 돌 볼수 없다고 했다. 그
러면서 엔젤병동 간호사들이 친자식처럼 성민이를 돌봐주니 우리더러 키워달라며 전화를 놓
지 못했다.
천진난만한 얼굴로 만화를 보며 웃고있는 어린 성민을 보면서 성민이 하나 돌봐주지 못하는
어른들에 대해 화가 났고, 자원봉사자나 경제적 혜택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슬펐고,
다른 환아들도 돌보면서 성민이를 더욱 신경써서 간호해야 하는 부담감이 마음을 무겁게 했
다.
한달 반이 되어 성민이는 관해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고, 성민이의 큰아버지가 성민
이를 큰집으로 퇴원시켜 주셨다. 지금도 좋은 경과를 보여주는 성민이를 보면서 언제나 그
맑은 미소가 계속되기를 빌며 어려운 시간을 함께한 간호사들과 의료팀께 감사한다.
최 선 희<성모병원 엔젤병동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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