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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가 또 다른 기회가 되기를…

  • 고유번호 : 741
  • 작성자 : 한상순
  • 작성일 : 2007-02-12 07:08:22
며칠 전 외래 방문 후 들렀다며 찬수씨가 찾아왔다. 그는 군 복무 중 작년 10월 아버지를 도와 벼 베기 작업을 하다 트렉터가 전복되면서 오른쪽 다리가 끼어 발목이 절단되었다. 절단된 부위는 깨끗하지 않았고 남아있는 부위도 피부손상과 골절이 심하여 무릎 바로 아래까지 다시 절단해야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농사일에 두꺼비 등처럼 되어버린 노모의 손은 아들 손을 붙잡고 “인자 어째야 쓰까! 어째야 쓰까!”하고 혼잣말처럼 되뇌이며 꺼억꺼억 삼키는 울음을 울었다. 아들은 아무말 없이 눈물만 주루룩 흘리고 있어 더 마음이 아팠었다.
수술 후에 골절치료를 더 해야했고 의족을 사용하기 위한 재활치료를 위해 2개월 정도 더 입원했었다.
새해를 며칠 앞두고 노모는 “며칠 시골 좀 댕겨 올랑개 우리 찬수 좀 잘 부탁해요 잉?”하고 당부하시고는 시골에 가셨다. 며칠 후 아침부터 눈이 내리고 몹시 추운 날이었는데 찬수어머니가 돌아오셨다. “이거 별거 안되지만 성의를 봐서 갖다 끓여 잡숴유. 찬수가 농사 지은 쌀로 만들었응개. 그 다리 베리고 지은 농사요... 찬수 다리가 저리 낫고, 인자 의족이라도 신게된 거 다 선상님들 덕이요. 은공은 다 못 갚고 신정에 떡국이라도 끓여 잡숫게 핑 다녀 왔응께...” 박스 안에는 가래떡이 봉지봉지 담겨져 있었다.
새해 첫날 떡국을 끓여 먹으며 우리 식구는 기도 하나를 더 보태었다. 찬수씨가 하루 빨리 회복하여 건강한 모습으로 생활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며칠 후 퇴원하였고 3개월이 지난 며칠 전 건강한 모습으로 방문한 것이다. 의족이 잘 맞아 약간 저는 정도였고 훨씬 밝아진 모습이었다.
정형외과 병동에서 일하면서 힘든 일도 많지만 환자들이 퇴원 후 외래에 왔다가 간호사실에 들러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지고 감격하게 된다. 일할 맛이 나는 것이다. 정성스럽게 간호하고 난 후에 그들이 되돌려 주는 에너지이다.
나는 이 에너지에 사랑하는 마음을 더하여 그들과 함께 하고 싶다. 원상태로 회복되지 못하는 환자에게도‘장애가 또 다른 기회를 가져온다.’는 신념을 갖게 해주고 싶다. 잃어버린 희망과 삶을 다시 찾아 줄 수 있도록 그들의 작은 용기에 지렛대가 되어주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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