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책을 한권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책이었는데 그 내용은 하늘에서 죄를 지은 한 천사가 땅으로 내려와 인간과 함께 살면서 인간은 그 무엇도 아닌 하나님의 사랑으로 살아 간다는 진리를 깨닫고 죄를 용서받아 다시 하늘로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일상에서 깨달을 수 있다면 이것이 곧 내 간호사 삶의 기쁨이고 이 사랑을 아픈 아이들에게 전하는 것이 나의 사명이고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이 사랑을 느끼게 한 어떤 아이가 있었다. 새 천년이 밝고 며칠이 지났을까? 한 아이가 입원을 했는데 그 첫모습은 헝클어진 머리에 얼굴과 몸은 매우 지저분하고 주사자국이 여기저기 남아있었다. 또 가래로 그 큰 입이 막힐 지경이었으며 어느 모로 보나 불쌍하고 상태가 안 좋다는 것을 바로 느끼게 했다. 그 아기는 부모에게서 버려져 많은 곳을 옮겨 다니다가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우리 병원 까지 오게 되었고, 수술을 하게 되기까지도 많은 난관들이 있었으며 결국은 무사히 수술을 하고 치료를 받은 후 퇴원을 하게 됐다. 그런 하나하나의 상황 모두가 정말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하나님이 사랑이 아니었다면 불가 능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과정에서 그 아기와 모두들 정이 들어 퇴원을 할때는 섭섭해서 가슴이 저릴 지경이었 다. 그후 일년여가 지난 얼마전 그 아기가 다시 병원에 들르게 되었는데 모두 너무 놀라울 정도 로 자라 있었다. 인형같이 깨끗하고 해맑은 눈동자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우리에게 감사 해 하며 기뻐하는 듯 하고, 그 모습에 우리들은 그 동안의 모든 피로를 벗을 수 있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반복되는 많은 세월을 함께 스치며 더욱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길 바 라고 그 아이가 받은 사랑을 또 다른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귀한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모든 것이 소생하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이 봄에 하나님의 사랑을 느끼게 하는 예쁜 천사가 나에게도 다녀가지 않았나 하고 생각한다. 이은영 <신촌 세브란스 98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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