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응급실에서의 하루

  • 고유번호 : 783
  • 작성자 : 오미자
  • 작성일 : 2007-02-12 07:27:09
차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한지가 벌써 3년이 되어간다. 아주 가끔씩 응급 환자를 알리는 싸이렌 소리가 뜸할 때에는 응급실에서 밤근무을 했던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병원에 입사했을 때에는 임상 실무에서 그때 그때 일이 발생할 때마다 책을 뒤져가며 항상 바쁜 날을 보냈다.
가까이 기숙사가 있어 거의 24시간 대기조로 활동했던 것도 젊은 날의 값진 재산으로 기억된다.
응급환자들을 열심히 돌보면서 가슴 뿌듯했던 사연들도 많이 있다. 3층 건물에서 떨어진 잘생긴 사내아이를 의사와 함께 팀을 이루어 심폐소생술 등 여러 가지 응급처치를 실시하여 살아내가 했던 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때 우리가 제대로 팀웍을 발휘하지 못했더라면’ 하고 생각만으로도 눈앞이 아찔하다.
또 전신에 화상을 입고 응급실에 찾아온 환자가 응급실이 떠나갈 듯 고통스러워하는 소리를 들으며 응급처치를 하고 화상센터로 이송한 뒤 마신 진한 커피 한 잔의 맛, 그리고 뇌수술 할 환자에게 빠른 처치를 하고 머리를 파리라니 깎여 수술시로 보내고 났을 때의 기분…
안타까은 상황들도 여럿 있었다. 바람피운 남편에게 겁을 주려고 농약을 마신 후 응급실로 실려온 시골 새댁, 그런데 결국 그 농약으로 일주일만에 운명을 달리했었던 사연, 강도에 가슴부위를 찔렸는데도 정신은 맑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환자에게 링거 주사를 5개나 달고 혈액을 주입시킨 후 다른 병원으로 옮겼는데 가는 도중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던 일, 지방에서 소생 불가능한 환자를 서울로 옮겨왔는데 응급실에 들어섰을 때 이미 환자는 사망하고 가족을 어쩔 줄 모르게 했던 사연들…
지금도 앰블런스가 지나가면 어떤 환자가 있을까 궁금하여 한 번쯤 소리나느 쪽으로 고개가 돌려지곤 한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응급 상황들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신속하고 정확한 일을 즐기며 업무에 임했던 것 같다.
응급 상황에서 언제나 긴장해야 하는 응급실 간호사의 일과는 항상 숨가쁘지만 응급 상황을 무사히 마무리한 뒤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은 이곳에서 일해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느껴 볼 수 없을 것이다.
항상 공부하며 배워야만 오늘의 응급실을 지킬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항상 최선을 다하고 후배들에게도 나의 이런 경험이 아낌없이 나누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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